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민주당 전정희 의원은 1일 산업부 종합국감에서 “산업부의 지시 없이 전력거래소가 최적 설비값을 산출하는 시뮬레이션을 의도적으로 조작했을 리가 없다”면서 “산업부는 전력거래소를 통해 국회가 전산모형에 설비예비율, 원전 건설 의향 값을 입력한 결과 잘못된 결과를 도출한 것이라는 어이없는 해명자료를 내도록 강제했다”고 질타했다.
전산모형(WASP)은 수요예측, 발전부하, 수요관리량, 정전확률 등을 입력값으로 넣어 수 천개의 조합을 만들어 최소 비용에 입각한 최적의 설비 값을 산출하는 시스템이다. 이 전산모형에서 산출된 최적 값을 바탕으로 정부의 정책의지를 반영해 전력수급의 설비계획을 확정하게 된다.
전 의원은 지난 2월 산업부가 6차 계획을 확정하고 난 뒤 전력거래소로부터 전산모형의 입력값을 제출받아 국회입법조사처에 시뮬레이션을 의뢰한 결과, 복합화력 40만kW 1기, 석탄 80만kW 2기, 원전 140만kW 9기, 150만kW 4기를 최적값으로 산출했다. 하지만 거래소는 똑같은 입력 값을 넣고 시뮬레이션한 결과, 복합화력 80만kW 3기, 석탄 100만kW 9기, 원전 140만kW 4기, 150만kW 6기라는 상이한 결과 값을 내놨다.
이처럼 똑같은 입력 값을 갖고 시뮬레이션을 했지만, 확연히 다른 결과 값이 나온 것은 둘 중 하나가 최적의 값을 산출하지 않고, 의도된 값이 나올 때 시뮬레이션을 멈췄기 때문이라는 게 입법조사처의 분석이다.
입법조사처의 분석에 따르면 전력거래소가 설비조합의 조건을 입력하는 콘젠(congen.dat)파일의 터널을 설정하면서, 최소값으로 1 또는 2를 넣지 않고 큰 값(4)를 집어넣어 조합의 수를 의도적으로 축소했다는 것이다. 입법조사처는 터널에 최소값으로 1 또는 2를 설정해 2500개의 조합을 만들어 최적의 설비값을 구한 반면, 전력거래소는 터널에 4를 넣은 결과 34개의 조합을 만들었다.
결국 전력거래소는 34개의 조합으로 의도된 설비 값(석탄 900만kW)이 나올 때 시뮬레이션을 종결한 뒤, 그 값을 WASP의 결과 값으로 산업부에 제출한 것이라고 전 의원은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전력거래소는 해명자료를 통해 “전산모형(WASP)은 총 화력발전 설비물량 중 석탄과 LNG의 비중을 결정하는 과정에 사용되는 모형으로, 국회 입법조사처의 분석결과는 설비예비율을 22%가 아닌 18%로 설정하고, 한수원이 제출한 건설의향 600만kW를 넘어서는 원전 1000만kW를 우선 반영하여 분석한 잘못된 결과”라고 해명했다.
전 의원은 “전산모형(WASP)은 석탄과 LNG의 비중만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8가지 발전원에 대해 최적의 설비값을 산출하는 시스템이며 설비예비율은 WASP에 입력되지 않는다”면서 “전력거래소가 스스로 전산모형을 돌렸다고 하면서 어떻게 이런 터무니 없는 해명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6차 계획은 약 740만kW의 석탄화력 설비가 과잉설계된 것이며 전체 비용으로 볼 때 약 5조1800억원이 과잉투자됐다”며 6차 계획의 전면 수정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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