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야구에 참가한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 LG 트윈스는 모두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운영하는 팀으로 총수들의 야구 사랑도 남다르다.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은 대를 이은 야구 마니아로 알려져 있으며 두산그룹 박용만 회장도 소문난 야구광이다. LG그룹 총수 일가도 야구라면 일가견이 있는 가문이다.
이 때문에 올해 포스트시즌 성적에 따라 각 그룹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가장 먼저 신바람을 낸 곳은 LG다. 정규시즌 마지막 날 2위를 확정하며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그룹 전체가 축제 분위기였다. 그러나 두산과의 플레이오프에서 1승 3패로 무너져 11년 만에 참가한 포스트시즌을 불과 4경기 만에 끝냈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통해 구본무 회장이 강조하고 있는 시장선도 의지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려던 전략은 수포로 돌아갔다. 계열사별로 준비 중이던 각종 광고와 사은행사 등도 제대로 시행되지 못했다.
기자는 삼성과 두산 간의 한국시리즈가 시작되자 LG 임직원들이 한 목소리로 두산을 응원하는 씁쓸한 장면을 목격하기도 했다.
삼성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삼성의 우세를 점쳤으나 한국시리즈가 시작되자 삼성이 초반 2연패를 하는 등 두산에 밀리는 양상으로 전개됐기 때문이다.
우승에 실패했다면 야구 실력은 경영 성적순이 아니라는 비아냥을 들을 뻔했다. 어쨌든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삼성은 한동안 잔치를 벌일 수 있게 됐다. 이미 제일모직 등 계열사들이 우승을 기념하는 할인행사 등을 시작했으며 그룹 차원에서도 홍보를 위해 통 큰 프로그램들을 마련 중이다.
두산은 올해 포스트시즌의 주인공이었다. 객관적인 전력의 열세를 극복하고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서 승리한 뒤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하는 기적을 연출했다.
B2B 사업이 대부분이라 평소에 일반 소비자들과의 스킨십이 많지 않았던 두산은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투혼을 발휘하며 강인한 인상을 남기는데 성공했다. 특히 최근 재무구조 부실로 위기설이 나돌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 이미지를 끌어올릴 수 있는 호재를 만난 경영진 입장에서는 환호할 만하다.
한편 포스트시즌 단골손님이었던 SK 와이번스는 6위에 그치며 최태원 회장 구속과 맞물려 그룹 분위기를 더욱 가라앉게 했다. 한화그룹도 김승연 회장이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을 받으면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가운데 한화 이글스까지 최하위에 머물러 설상가상의 처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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