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CEO 실적 부진에도 '수십억 성과급 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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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11-13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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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양종곤 기자 =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들이 회사의 실적부진에도 불구하고 수십억원의 성과급을 챙기는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은 성과보수체계가 회사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 불합리하게 성과보수를 지급하는 금융사에 시정명령을 내리기로 했다.

13일 금감원은 금융지주사(10개), 은행(18개), 금융투자사(12개), 보험사(25개) 등 65개 금융사 성과보수 현황 및 모범규준 이행실태 점검결과를 발표했다.

작년 기준 금융사 CEO 연평균 보수는 금융지주사가 15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금융투자사(11억원), 은행ㆍ보험(10억원) 순이었다.

특히 CEO 총보수액이 10억원을 넘는 28개 금융사의 경우, 금융지주사와 보험사 CEO가 각각 21억원, 20억원 보수를 받고 있었다. 일부 금융사는 CEO 성과보수를 영업실적 증감과 관계없이 책정했다. 

박세춘 금감원 은행·중소서민 검사 담당 부원장보는 "금융사 CE0 성과보수는 영업실적 개선 시 증가했지만 되레 실적 하락에도 떨어지지 않는 하방경직현상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작년 금융권에서 금융투자사를 제외하고 금융지주사, 은행, 보험사 모두 순이익보다 급여 수준이 높았다. 이는 금융사들이 CEO 성과평가방식을 자의적으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일부 금융사는 대부분 급여를 고정급으로 지급하는 방식을 활용했다. 이를 통해 현대증권 회장과 코리안리 대표이사는 작년 연보수를 각각 17억원, 27억원 전액 고정급으로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사들은 성과보수체계 방식에서 쓰이는 총자산순이익률, 주당순이익 등 계량지표에 포함된 성과목표를 전년보다 낮게 설정했다. 그 결과, 해당 금융사 CEO는 영업실적이 악화돼도 70~80% 수준의 성과보수가 보장됐다.

CEO에 대한 주관적 평가가 가능한 비계량평가점수는 변별력이 크게 떨어졌다. 금융사 CEO 비계량평가점수를 100점 기준으로 환산할 때 금융지주사와 은행이 각각 97.5점, 94점을 기록했다. 

일부 금융사 성과보상위원회는 CEO가 보상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하는 것을 비롯해 독립적으로 운영되지 않았다. 신한지주는 보상위원회가 CEO 평가등급을 한단계 올려 단기성과급 규모가 종전보다 10% 늘었다.

이에 대해 신한지주 관계자는 "보상위원회가 다른 금융지주사 대비 양호한 실적을 반영해 평가 등급을 올렸다"며 "그러나 한동우 신한지주 회장은 이를 고사하고 상향되기 직전 평가등급을 기준으로 성과보수를 받았다"고 해명했다. 

일부 금융지주사는 성과보수를 금융사와 자회사에서 중복으로 받는 곳도 있다.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은 작년 금융지주사에서 11억원을 받고 보험사(50억원), 증권사(28억원)에서 총 78억원 추가 성과보수를 받았다. 

고정 성과급과 별도로 퇴직 시 거액의 특별공로금을 지급하는 금융사도 있었다.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사장은 주주총회 결의를 통해 각각 35억원, 20억원을 받았고, 코리안리는 대표에게 특별퇴직금으로 173억원을 지급했다. 

이와 함께 성과보수 금액을 누락 공시하거나 위법한 행위를 저지른 CEO에 대한 성과급 환급절차가 미비한 것으로 금감원 점검 결과 드러났다.

금감원은 금융사의 불합리한 성과보수체계를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박세춘 부원장보는 "원칙적으로 금융사 CEO와 임원 성과보수체계는 금융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항"이라며 "하지만 불합리하게 운영되는 사례는 즉시 시정하도록 지도하고 내년부터 금융사별 종합검사를 통해 개선실태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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