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이날 취임 후 처음으로 국회에서 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에서 "정부는 여야 어느 한쪽의 의견이나 개인적인 의견에 따라 움직일 수는 없다. 국회에서 여야간 합의해주신다면 국민의 뜻으로 받아들이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러한 박 대통령의 언급은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야당의 특검요구도 여야 합의가 전제된다면 조건없이 수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다만 박 대통령은 "대선을 치른지 1년이 돼가고 있는데 지금까지도 대립과 갈등이 계속되는 것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유감을 표명한 뒤 "정부는 국민적 의혹이 제기된 사안들에 대해 이른 시일 내에 국민 앞에 진상을 명확하게 밝히고 사법부의 판단이 나오는대로 책임을 물을 일이 있다면 반드시 응분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박 대통령은 "정치의 중심은 국회이며 저는 국회 안에서 논의하지 못할 주제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국회를 존중하기 위하여 앞으로 매년 정기국회 때마다 대통령이 직접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하며 의원 여러분들의 협조를 구하는 새로운 정치문화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국가정보원 개혁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는 내년 지방선거를 비롯해 앞으로 어떤 선거에서도 정치개입의 의혹을 추호도 받는 일이 없도록 공직기강을 엄정히 세워가겠다"며 "국가정보기관 개혁방안도 국회에 곧 제출할 예정인 만큼 국회에서 심도있게 논의하고 검토해달라"며 '국정원 자체 개혁안 마련 후 국회 논의' 방안을 고수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내년도 예산안과 관련, "내년 예산안은 경기회복세를 확실하게 살려가기 위해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가장 큰 역점을 두었다"며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은 국회와 정부, 여와 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외국인투자촉진법안, 관광분야투자활성화법안, 주택시장 정상화법안, 창조경제구현을 위한 중소기업창업지원법안 등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를 살리는 법안이 국회통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소득세법안과 주택법안이 통과돼야 우리 경제회복을 위해 중요한 주택경기가 활성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런 법안들이 제 때 통과되지 못하면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는 우리 경제가 다시 침체의 늪에 빠지게 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이번 정기국회에서 이들 법안이 꼭 통과되도록 협조해줄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정치권의 협조를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복지확대 약속에 대해 "노후가 불안하지 않고 질병과 가난으로부터 보호받으며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이 진정한 축복이 돼야 국민행복시대의 토대가 구축될 것"이라며 내년 7월 기초연금제 도입을 목표로 예산 5조2천억원을 반영한 사실과 국민기초생활보장법안을 제출한 사실을 보고했다.
아울러 "정부는 지난 시대의 잘못된 관행과 제도를 정상화하는데 역점을 두고 새로운 변화와 도전을 추진할 것"이라며 "원전과 방위사업, 철도시설, 문화재 분야 등 각 분야의 구조적이고 고질적 비리를 반드시 척결하겠다. 공공부문부터 솔선해 개혁에 나서고 이번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과 예산낭비가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히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북핵문제 및 한반도 평화방안과 관련, "반드시 임기중 평화통일을 위한 기반을 구축하고 북한이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북한이 국제사회와 약속을 지키고 대화와 협력으로 나오면 제가 제안한 유라시아 철도를 연결해 부산을 출발, 북한과 러시아, 중국, 중앙아시아, 유럽을 관통하는 실크로드 익스프레스(SRX)를 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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