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국지은 기자 = 힙합듀오 언터쳐블(디엑션, 슬리피)이 남자로 돌아왔다. 군복무를 마치고 지난 5월 동반 제대한 그들이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다. 그들에게 있어서 군대는 어떤 의미일까. 지난달 28일 서울 충정로 아주경제 본사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앨범 제목을 ‘트립(Trip)’으로 지은 이유는 조금 남다릅니다. 군대를 갔다 온 공백을 돌이켜보니까 여행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여행이라는 게 놀고 쉬는 게 아니라 뭔가 얻어온다고 해야 할까요? 어느 정도 성숙해진 우리를 돌이켜보고 싶어서 이번 앨범을 작업하게 됐습니다. 달라진 우리의 모습이 담겨있는 음반이죠.”
이번 앨범에는 타이틀곡 ‘베인(VEIN)’을 비롯해 ‘트립’ ‘노 메이크 업(NO MAKE UP)’ ‘킵 인 터치(KEEP IN TOUCH)’ ‘연락 좀 자주해’ 등 5곡이 수록됐다. 언터쳐블은 100% 작사에 참여하면서 진솔한 이야기를 담아냈다.
“보통 둘이서 하는 부분의 분량은 비슷해요. 공통된 주제 안에서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감성이 달라도 잘 융합돼요. 누가 더 많이 참여하거나 그런 건 없어요. 우리 이야기를 하니까 진정성은 자연스럽게 녹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타이틀곡 ‘베인’은 ‘향기가 배다’, ‘습관이 배다’ 등 무언가에 스며들어 익숙해진다는 의미와 영어로 ‘헛된’이라는 의미를 동시에 가지며 그리움 속에 떠오르는 후회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한 곡이다. 자신들의 경험을 가감 없이 담은 진정성 있는 랩 가사와 루드페이퍼(Rude Paper) 쿤타의 소울 넘치는 목소리가 어우러진 음악이다.
“특정 대상이 있는 건 아니고 여러 경험이 한 번에 응축돼서 만들어진 노래에요. 과거와 지금 생각하는 게 정말 달라졌어요. 사랑을 보는 방법도 인생이나 노래, 성공에 대해서도 많이 편해졌다고 할까요. 팬분들은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하실 거에요. 서른 살이 넘으면서 20대가 아련한 감정으로 남습니다. 놀 만큼 놀아봤고 사귈 만큼 사귀어본 형들의 충고죠. 이번엔 누군가의 오빠보다는 누군가의 형으로서 이야기하는 부분이 커요.”
그들은 “지금 인터뷰에서 했던 대화들이 오그라들고 창피해야 정상”이라며 끊임없이 발전하기 위해 변화를 도모한다고 했다.
“랩 스타일도 조금 달라졌어요. 과거에는 억지로 하이톤으로도 해보다가 묵직하게도 했는데 지금은 멜로디에 맞는 색을 찾고 가사를 잘 표현하려 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변화하더라고요.”
제 3차 성장기를 건너 진짜 어른으로 가고 있는 그들은 추후 어떤 음악을 하고 싶을까. 그들의 꿈이자 방향을 물어봤다.
“1번 수록곡 ‘트립’ 중 ‘앞으로만 가긴 위험해 뒤도 봐야 돼’ ‘그래서 천천히 가길 택했어’라는 가사가 있어요. 이렇게 가고 싶어요. 우리의 색을 잡으면서 꾸준히 가다 보면 알아봐 주길 거고 그 시기가 언젠가는 오겠죠. 이 바닥이 어려운지라 오랫동안 묵묵히 버틴 사람들이 다 잘되더라고요. 가볍지 않지만 어렵지 않은 노래로 사람들 곁을 지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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