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분명하다…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이 인정받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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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11-19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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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 [사진제공=CJ E&M]

아주경제 이예지 기자 = 무엇이든 그 가치를 인정받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 1950년 초연한 이래 브로드웨이에서 5천회 가까이 공연된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이 국내에서도 1983년에 초연을 가진 뒤 꾸준한 인기를 받아온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지난 1일부터 서울 압구정 BBC씨어터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은 약 3시간의 러닝타임이 무색할 정도로 알찬 구성을 띈다. 배꼽을 잡고 웃다 보면 이미 시간은 저만큼 흘러있다. 

화려한 조명이라든지 의상, 혹은 시선을 압도하는 웅장한 스케일 등 특별한 무대 장치 같은 것들은 없다. 다른 것에 시선을 뺏길 만큼 여유도 없을뿐더러 잠시의 틈도 허락하지 않고자 한 제작진의 한 수일까. '아가씨와 건달들'은 기본에 충실하면서 대신 그 안에 웃음기로 꽉 채웠다. 

'아가씨와 건달들'은 도박에 있어 화끈한 승부사 기질을 내는 스카이와 이런 스카이를 만나 내면의 자유분방함을 깨닫게 되는 사랑스러운 여인 사라의 사랑이야기를 코믹하게 엮어낸 작품이다. 도박으로 시작한 장난이 진짜 사랑이 되는 과정을 능청스럽게 표현하면서 관객을 작품 안으로 끌어들인다.

그러나 손발이 오그라드는 대사나 상황적 묘사는 없다. 완벽하게 현실적인 연애의 이면을 과장되게 그려냈을 뿐이다. 사랑에 목말라하는 연인과 사랑에 빠지는 연인의 현실을 오롯이 담아냈다. 

14년간 약혼녀 신세인 아들레이드의 노래 가사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이 시대 노처녀들은 눈물을 훔치며 웃게 되고, 약혼녀의 간곡한 청에도 도박을 끊지 못하는 네이슨의 변명을 듣고 있노라면 한탄 섞인 웃음이 새어 나온다. 모든 캐릭터는 무대 위에서 재치와 기지로 똘똘 뭉쳐 있다. 

또 하나, 주사위를 던지며 내기를 거는 '도박'을 표현한 장면은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던지고 확인하고, 환호하는 과정을 3분짜리 안무 안에 함축시킨 명장면. '도박'을 희화화하면서 더욱 극화시키고자 한 제작진의 노력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올해 '아가씨와 건달들'의 트리플 캐스팅은 주목해볼 만하다. 류수영, 김다현, 송원근이 김무열과 이용우의 바통을 이어받아 스카이를 연기하는 것. 김무열 표 스카이와 류수영 표 스카이를 비교해보는 재미도 쏠쏠할 것으로 보인다. 또 올해 주요 배역에만 총 9명의 배우가 캐스팅됐으니 배우들을 골라보는 것도 '아가씨와 건달들'을 보는 방법의 하나가 될 것이다. 

더욱 풍성해져 돌아왔다. 작년과 올해가 다르고, 배우들마다의 분위기가 다르듯 2013년식 '아가씨와 건달들'을 쫓아 볼 것을 제안한다.  2014년 1월 5일까지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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