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타(홀인원) 친 후 11타(7오버파) 친 선수 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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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11-24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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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웨일스 맨리, 월드컵골프 3R 3·4번홀에서 ‘천당∼지옥’ 경험…“역대 가장 비정상적인 라운드”


 

스튜어트 맨리. [유럽투어 홈페이지]

골프에서도 ‘천당에서 지옥까지’라는 말이 있을까. 스튜어트 맨리(34·웨일스)가 그럴 수도 있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맨리는 호주 빅토리아주 로열 멜버른GC(파71)에서 열린 월드컵골프대회(총상금 800만달러)에 출전했다. 제이미 도널드슨과 함께 웨일스 대표로 나갈 예정이었으나 도널드슨이 허리 부상으로 기권한 바람에 혼자 개인전에만 출전했다.

 1,2라운드에서 67타,72타를 친 그는 23일 열린 3라운드에서 첫 두 홀을 버디-버디로 장식하며 순항했다. 3번홀은 길이 161m(약 176야드)의 파3다. 그가 8번 아이언으로 친 티샷은 그린앞에 떨어지더니 세 번을 바운스한 후 홀로 사라졌다. 그는 캐디, 동반플레이어인 다니하라 히데토(일본) 등과 하이 파이브를 한 후 티잉그라운드 뒤에 놓여있던 홀인원 경품 승용차(벤츠 CLS)로 다가가 가볍게 두드리며 좋아했다. 그 차는 1억3000만원짜리다.

 그는 홀까지 가는동안에도 갤러리들과 악수를 하며 기쁨을 만끽했다. 세계랭킹 346위로, 큰 대회에서 홀인원을 하고 고급 승용차도 받을 것을 생각하니 그럴 법도 했다. 그런데 그가 홀에서 볼을 꺼낸 후 그린을 벗어날 때쯤 경기위원이 다가와 “경품은 4라운드에서 홀인원을 한 선수에게 준다”고 귀띔했다. 낙담했지만 생애 세 번째 홀인원의 여운은 쉬 가시지 않았다.

 흥분과 낙담이 교차해서 그랬을까. 그는 4번홀(파4·길이 324m)에서 지금까지 겪어보지 않은 일을 당하고 말았다.

 드라이버샷이 오른쪽 러프로 날아갔다. 그곳에서 친 볼은 그린앞 벙커로 들어갔다. 세 번째 샷은 그린을 훌쩍 넘어갔고 네 번째 샷은 다시 그린을 지나 그린앞 배수구가 있는 곳으로 내려가버렸다. 깃대는 경사진 그린의 위쪽에 꽂혔다. 

 맨리의 ‘진짜 스토리’는 여기에서 시작된다. 무려 세 번의 칩샷이 그린을 맞은 후 다시 제자리로 굴러온 것이다. 네 번째 칩샷(여덟 번째 샷)을 그린에 올렸으나 3퍼트로 홀아웃했다. 맨리 자신은 스코어링을 하기 힘들어 캐디와 동반플레이어가 11타(8온3퍼트)를 쳤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7오버파이니 ‘셉튜플(septuple) 보기’다.

 잇따른 두 홀에서 ‘1타-11타‘를 친, 보기드문 장면이었다. 맨리는 그래도 남은 14개홀에서 이글 1개와 버디 2개, 보기 2개로 2타를 줄였다. 결국 이날 1오버파 72타로 선방했고, 3라운드까지 합계 2언더파 211타로 공동 10위를 유지했다. 그리고 24일 끝난 대회에서 합계 1언더파 283타로 공동 8위를 차지했다. 셋째날 그 홀에서 보기만 했더라도 최종순위 3위안에 들 수 있었다.

 맨리는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낮은 곳까지 섭렵한 첫 경험이다. 버디-버디에 이어 홀인원을 한 후 아드레날린이 많이 분비된 듯하다”고 말했다. 그의 스코어에 대해 미국 골프다이제스트는 ‘역대에 가장 비정상적인 라운드’라고 표현했다.

 맨리는 카밀로 비예가스(콜롬비아)처럼 엎드린 자세로 퍼트라인을 살피는 것으로 유명한 선수다. 지난주 스페인에서 열린 퀄리파잉토너먼트를 통해 내년시즌 유러피언 투어카드를 확보한 후 곧바로 호주로 날아갔다. 그가 로열멜버른GC에서 라운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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