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자 계열사들은 승진자가 늘면서 잔칫집 분위기를 연출했다. 반면 실적 부진에 시달린 건설·금융 계열사의 경우 승진자 수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에 그치거나 오히려 줄어들면서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5일 삼성이 발표한 올해 정기 임원인사 결과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26명의 승진자를 배출했다. 승진 인원 수 자체는 지난해와 같지만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우선 상무 승진자가 161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실무를 담당하는 부장급 가운데 성과를 인정받은 이들이 많았다는 의미다.
세트 부문의 발탁 승진은 35명으로 역시 최대 규모였다. 특히 갤럭시 시리즈 등 혁신 제품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한 무선사업부에서 5명의 발탁 승진자가 나왔다. 여성 임원 승진자의 경우도 15명 중 12명이 삼성전자 소속일 정도로 강세를 보였다.
글로벌 TV 시장 8년 연속 1위 신화 달성에 기여한 삼성디스플레이도 지난해보다 3명 증가한 29명이 승진했다. OLED 제조센터의 남효학 전무와 디스플레이 연구소의 김학선 전무, 플렉시블 개발팀의 김성철 전무가 각각 부사장에 올랐다.
부사장 승진자의 경우 현재 시장을 석권한 기술이거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 중인 분야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임원들로 채워졌다.
삼성SDI는 15명이 승진해 지난해보다 1명 늘었으며, 삼성전기와 삼성SDS는 각각 13명씩 임원으로 승진했다.
반면 건설·금융 부문 계열사들은 어느 해보다 삭막한 인사 시즌을 보내고 있다.
삼성물산은 건설부문과 상사부문의 인사 결과가 희비 쌍곡선을 그렸다. 실적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설부문의 경우 지난 2일 사장단 인사를 통해 정연주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삼성카드를 이끌던 최치훈 사장이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이는 임원인사에도 그대로 반영돼 올해 승진자는 지난해보다 4명 줄어든 21명에 그쳤다. 이에 반해 상사부문은 지난해보다 2명 늘어난 8명이 임원 승진에 성공했다.
또 다른 실적 부진 계열사인 삼성엔지니어링도 임원 승진자 수가 지난해 21명에서 올해 15명으로 29% 감소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 8월 박기석 사장이 안전사고 발생과 실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임기 중 경질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박근희 부회장이 물러나고 김창수 삼성화재 사장을 새 최고경영자(CEO)로 맞은 삼성생명은 지난해와 같은 13명의 승진자를 배출하는데 그쳤다.
같은 보험 계열사인 삼성화재는 지난해보다 3명 늘어난 13명의 승진자가 나왔다. 두 회사의 인사 결과는 결국 실적에서 갈렸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삼성생명의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데 반해 삼성화재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증권의 임원 승진자 수는 지난해 6명에서 올해 4명으로 줄어들었다. 삼성카드는 3명 늘어난 8명이 승진했다. 업계 4위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2위권으로 반등한 것이 인사에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제일모직과 에버랜드는 사업구조 재편 작업이 임원인사 결과로 이어졌다. 제일모직은 임원 승진자 수가 14명에서 8명으로 감소했는데 이는 패션사업을 에버랜드에 넘겼기 때문이다.
에버랜드는 지난해보다 1명 늘어난 8명이 승진했다. 여기에 이달 초 자회사로 독립한 삼성웰스토리에서 2명이 상무로 승진한 것까지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인사 결과로 보인다.
이건희 회장의 장녀인 이부진 사장이 이끌고 있는 호텔신라는 사상 최대 실적에 힘입어 지난해보다 무려 3배 늘어난 6명의 임원이 새로 승진했다. 그러나 차녀인 이서현 사장의 제일기획은 임원 승진자 수가 9명에서 4명으로 급감해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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