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아베 신조의 '양날의 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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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12-09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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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규진 기자 =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의 연봉은 15년 전보다 38%나 감소했다. 현재 연봉은 2400만엔,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15년 전 총재 연봉인 3900만엔보다 훨씬 적다. 임금은 줄어드는데 물가는 고공행진이다. 일본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구로다 총재가 현재 연봉으로 도쿄 시내의 방 3개 아파트를 구입하려면 26년이나 걸린다. 일본 도쿄 근교 방 3개 아파트 가격은 평균 580만 달러에 달한다.

'엔저' 날개를 단 일본 기업들이 막대한 수입을 거뒀지만 정작 일본인의 삶은 빠듯하다. 기업 수익이 높아졌음에도 임금은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지난 1년간 아베 신조 총리의 야심찬 경기부양책으로 일본은 장기침체에서 탈출하기 시작했다. 엔화는 지난 1년간 22%가량 급락했다. 수출기업들은 엔저 특수를 톡톡히 누렸다. 올해 도요타의 순이익이 13%가량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상반기 수익만 1조엔을 웃돌았다. 히타치는 상반기 순이익이 330억엔에 달했다. 올 들어 일본증시 토픽스 지수는 44%나 뛰었다.

그러나 일본의 임금 상승률은 오히려 하락세다. 일본의 8월 임금 상승률은 0.4% 하락했다. 물가마저 크게 오르면서 일본인들은 지갑을 닫고 있다. 내년에 소비세 인상까지 실시되면 일본 경기는 다시 얼어붙을 수 있다. 일본 정부는 내년 4월 소비세를 5%에서 8%로 인상하기로 했다.

아베 총리는 다급해졌다. 소비세 인상은 15년간 장기침체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다시 물거품으로 되돌릴 수 있다. 막대한 부채를 해결하려다 오히려 소비 위축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피하기 위해 아베 총리는 5조엔(약 55조원)의 경기부양책을 내놓았으나 위기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아베 총리는 직접 도요타 등 기업을 꼬집어서 임금 인상을 주문하기도 했다. 소비세 인상과 경기부양책이란 '양날의 칼'을 쥔 아베 총리가 기업을 직접 압박하는 건 불안한 그의 심정을 여실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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