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혜림 기자 = "가전제품도 빌려 쓰는 시대가 왔습니다. 렌털사업은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무한한 시장입니다."
올해 설립 35주년을 맞은 쿠쿠전자 구본학 대표이사가 차세대 먹거리로 렌털사업을 택했다. 장기화된 경기 불황 속에서 렌털사업을 통해 생활가전사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겠다는 복안이다. 내년 매출 목표는 올해 예상 매출액보다 20% 가량 신장한 6500억원으로 잡았다.
구 대표는 "쿠쿠전자는 이제 밥솥을 넘어 냉장고·세탁기 등의 대형가전을 제외한 대부분의 생활가전 제품을 판매하는 종합생활가전업체로 도약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당분간 렌털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기존 정수기·비데·제습기 부문 렌털사업 강화는 물론 소비자 건강에 이익을 줄 수 있는 새로운 가전 아이템 발굴을 통해 렌털 품목도 다양화시킬 계획"이라고 전했다.
쿠쿠전자는 구본학 대표의 부친 구자신 회장이 지난 1978년 부산시 동래구 회동동에 성광전자를 설립하면서 밥솥 사업을 시작했다. 1998년까지 주로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방식으로 밥솥을 생산하다 1999년 '쿠쿠(CUKCOO)' 브랜드를 론칭한 이후 1년 3개월만에 업계 1위로 올라섰다. 현재 쿠쿠전자의 시장점유율은 73%. 국내 밥솥 누적판매량은 올 10월 기준으로 2500만대를 돌파했다.
구 대표는 전기밥솥 시장에서 오랜 시간 부동의 1위를 지켜낼 수 있었던 이유로 쿠쿠전자의 혁신 기술과 소통의 기업문화를 꼽았다.
그는 "쿠쿠가 이처럼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혁신적인 기술을 통한 뛰어난 품질 때문"이라며 "100여 명의 전문인력으로 구성된 기술연구소를 중심으로 연구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며 품질검사만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품질혁신팀을 최고경영자(CEO) 직속 관할 부서로 두고 엄격한 밥맛 관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구 대표는 "무엇보다 고객의 의견을 듣는 것, 직원의 의견을 듣고 토론하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사실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고객, 직원과의 소통을 통해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
사내에 '최고경영자 확인 민원 서비스' 제도를 마련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제도는 고객이 게시판에 글을 남기는 순간 일반사원부터 CEO까지 사내 각 담당자들 모니터에 고객의 글이 동시에 나타나 바로 응대를 하는 시스템이다.
구 대표는 " '기술 개발은 실험실보다 고객에게서 비롯된다'는 게 쿠쿠의 기술개발 정신"이라며 "고객들이 보내 준 의견과 불만사항은 제품 개발의 아이디어가 돼 3인용 IH압력밥솥·소프트스팀캡·남성 음성 기능 등이 탄생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고객과 소통을 중시하는 그의 경영철학은 지난 2010년 후발 주자로 뛰어든 정수기 사업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가져왔다.
쿠쿠전자는 '쿠쿠 내추럴워터정수기'를 시작으로 올해 '나노 디톡스 정수기' 신모델을 비롯한 '얼음정수기 ICEO 넘버5'를 선보이며 정수기 라인업을 강화했다. 2013년 기준 누적 렌털 대수는 50만대로 업계 2위권 수준으로 올라섰다.
구 대표는 "밥맛만큼이나 물맛 또한 익숙해진 입맛을 바꾼다는 것은 쉽지 않다"며 "눈에 보이는 매출보다는 소비자로부터 사랑 받는 제품을 만든다는 일념으로 정수기 시장에서도 서비스와 기술력에 중점을 두고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년에는 철저한 품질관리시스템과 전국 단위의 서비스망을 더욱 강화해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해외 시장에서도 인지도를 높여 나가고 있다. 특히 중국시장의 경우에는 적극적인 마케팅을 통해 시장을 확대해 현재 중국 내 800여 개의 매장에 입점해 쿠쿠 밥솥을 판매 중이다.
구 대표는 "쿠쿠 밥솥은중국인들이 관광 올 때 가장 많이 사가는 품목 중 하나로 뽑힐 정도로 중국 내에서도 프리미엄 밥솥으로 자리잡았다"며 "베트남 시장에서는 기계식밥솥인 현지 제품에 비해 3배 정도 가격이 비싼데도 쿠쿠 밥솥의 인기가 대단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멀티쿠커를 내세워 쌀문화권이 아닌 해외 시장 공략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멀티쿠커는 압력을 활용해 다양한 조리를 하는 주방가전으로 스팀을 통한 찜요리·볶음·오븐 기능 등을 갖추고 있다.
구 대표는 "실제로 러시아에서 전자제품 유통 매장에 가보면 삼성·LG 외 한국제품은 거의 볼 수가 없는데 그 중 중견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쿠쿠가 자리하고 있다"며 "올해 전년대비 150% 매출 신장을 기록한 데 이어 내년에는 30% 이상 매출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구 대표는 "올해 쿠쿠전자는 '얼음정수기 ICEO 넘버5'출시로 정수기 라인업을 완성하고 '풀스테인리스 2.0 에코 밥솥'으로 밥솥시장에 친환경 트렌드를 불러왔다"며 "내년에는 이같은 성과를 기반으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는 한편 베트남·러시아 시장에서 적극적인 마케팅을 통해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를 향상시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구본학 대표이사는 고려대 경영대학 경영학과를 졸업(1992)하고 미국 일리노이 대학에서 회계학 석사(1994)를 취득했다. 1994년부터 1996년까지 미국 쿠퍼스 앤 라이브랜드에서 회계사로 근무하다 지난 1996년 쿠쿠홈시스 해외영업팀장으로 입사해 2006년부터 쿠쿠전자 대표이사 사장을 맡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