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그림은 보고 또 봐야 맛이난다. 풍경화인데 풍경화가 아닌 전시가 서울 사간동 금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모네의 수련처럼 얼핏 보면 자연을 그린 풍경화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폐수가 흐르고(김현정), 온갖 동식물이 엉켜 야생의 기운을 전하는 풍경은 동식물도감에 있는 그림(허수영)을 그린 것 뿐이다.
숲과 계곡을 담은 전형적인 풍경화로 보이는 황지윤의 '달빛 그림자'는 한 걸음만 다가서면 깜짝 놀란다. 흰구름같지만 새의 무리떼이고, 풍성한 나뭇잎으로 보였던 것은 청솔모들이 우글거리는 '둔갑술 풍경'을 보여준다.
황지윤의 그림과 비슷해 보이는 공성훈의 극사실적인 풍경화는 몽환적인 분위기와는 달리 이상한 긴장감이 감돈다. 목가적인 풍경으로 보이지만 어떤 사건의 발생한 직전이나 직후를 연출해 그린 그림으로 거대한 자연앞에 무력감을 전한다.
10폭의 병풍에 흐드러진 모란꽃이 가득한 그림(김종학)에는 가까이 보면 다문화가족등 다양한 부부의 모습이 보인다. 결혼을 통해 부귀영화와 자손의 번성에 대해 기원하는 혼병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작품으로 회화가 지닌 본연의 힘을 전한다.
삶의 터전과 풍수지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물길을 따라 변모하는 모습을 그린 민정기 작가, 자연속에 살며 체험한 자연의 경치를 섬세하게 담아낸 임동식의 작품은 작가의 삶이 일치된 양상을 보여준다. 또 싱그러운 초록빛 자연의 생명력을 디테일하고 거대하게 표현하는 김보희 작가의 그림은 명상적 기운과 감성이 묻어난다.
금호미술관이 올해의 마지막전시로 기획한 '경계의 회화’전은 같은 듯 전혀 다른 원로작가부터 젊은 작가까지 8명의 작품을 모아 현대 풍경화의 진화를 보여준다.
익숙한듯 낯선 풍경화 너머의 풍경을 제시하는 작가들의 작업과 해석, 또한 세대별 그리기의 태도를 살펴볼 수 있다.전시는 2014년 2월 9일까지.(02)720-5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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