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금수 제재 해제> “세기의 기회” 이란으로 모인다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유럽연합(EU)이 오는 20일 이란 상품에 대한 수입 금수 조치를 해제키로 하면서 ‘중동의 독일’이라 불리는 이란 시장 진출을 위한 기업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서방 주요국가와 이란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잠정합의한 이행 방안에 따라 이뤄지는 것으로, EU는 20일부터 석유 운송보험 금지 조치 및 귀금속과 석유화학 교역 중단을 6개월간 해제키로 했다. 다만, 미국은 이란에 대한 제재조치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라 이번 조치의 효과는 기대에 못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해빙 무드를 만들어낸 만큼 향후 금수조치 철폐를 대비한 우리 기업들의 선제 대응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금수 조치로 대이란 수출 급락

한국의 대이란 교역은 지난 1975년 이후 무역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수출 증가세는 꾸준히 지속돼 왔으나 수입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PG) 등의 증가세가 훨씬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대이란 수출액은 지난 2000년 처음으로 연간 기준 10억 달러(13억7500만 달러)를 넘어선 뒤 2004년에는 20억 달러(21억3400만 달러), 2008년 40억 달러(43억4300만 달러), 2011년 60억 달러(60억6800만 달러)를 넘어서며 급증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지난 2012년 서방 국가들의 대이란 금수조치가 내려진 뒤 지난해에는 1~11월 기간 동안 전년대비 수출은 29.4%, 수입도 34.9% 줄어들면서 국내기업들이 큰 타격을 입었다.

2013년 11월말 기준 한국의 대이란 수출 상위 품목(MTI코드 4단위 기준)은 컬러TV, 합성수지, 평판디스플레이, 냉장고, 인쇄용지, 자동차부품, 판지, 화학기계, 열연강판, 세탁기 등이다.

금수조치와 더불어 대이란 교역이 애로를 겪고 있는 배경은 이란 정부의 강력한 자국산업 보호 정책에 따라 완제품 또는 자국내 생산 가능한 품목 및 사치성 소비재에 대해 100% 이상 고관세를 적용해 수입을 제한하는 한편 수입 금지 품목도 지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고관세를 피하기 위해 이란 수입상은 두바이, 터키, 이란 남부 키쉬 자유무역지대 등을 통해 편법 또는 불법으로 수입을 하고 있는 데 이같은 비공식 수입은 이란 전체 총 수입물량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다. 일반인들의 수입으로는 도저히 구매가 어려운 포르쉐 등 같은 고가 자동차와 삼성전자, LG전자의 평판TV는 물론 한국산 안경테, 직물류, 가전제품 등도 이러한 비공식 수입을 통해 유통되는 물량이 상당수다.

그나마 이란내 생산을 목적으로 하는 반제품, 기계류, 부품, 원재료 등에 대해서는 저관세 및 수입완화를 적용해 현지에 생산기지를 건설하거나 이란 업체들과 손을 잡고 시장 개척 활동을 해온 기업들이 역시 금수조치로 인해 사업활동이 어렵게 됐다. 특히 이란으로 물건을 실어나를 선박의 직접운항까지 중단됐다. 그동안 우리의 대이란 수출 상위품목은 주로 현지 생산을 위한 중간재였다가 가전제품으로 전환된 이유는 이 때문이다. 특히 대기업보다 이란 수입상들과 거래하는 중소기업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

◆이란 정부 대대적인 규제 완화 기대 

비록 6개월간의 한시적인 조치라고는 하지만 EU의 결정은 지난 2012년 7월 이후 중단됐던 이란의 대 서방국가들과의 교역 중단 사태가 재개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또한 금수조치 해제를 계기로 이란 정부도 경제 활성화를 위해 대대적인 규제 완화를 추진할 것으로 보여 한국을 비롯한 외국기업들의 현지 진출 장벽은 상당히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절대 불가였던 대이란 교역이 해제됨으로써 현지 영업에 숨통을 틀 수 있게 됐다”면서 “아직 미국의 국방수권법 시행으로 한국에서 직접 수출할 수 있는 물량은 제한되겠지만 주변 국가에 있는 가공센터를 통해 이란 현지로 판매하는 전략을 통해 수출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다른 기업들도 이번 기회를 삼아 이란 진출 계획을 구체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임을 시사했다.

전자업체 관계자는 “현지에서 인기가 높은 한국산 가전제품의 판매를 위해 이란 전자업체들이 한국으로부터 부품을 수입한 뒤 최종 조립을 하는 ‘메이드 바이 코리아’ 방식의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의견을 보내오고 있으며, 자동차 또한 마찬가지라 이를 잘 활용한다면 이란내 시장 주도권을 잡을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세계 3위 원유매장량과 세계 2위 천연가스 매장량을 자랑하는 이란이 경제 회복을 위한 자원개발 투자 유치에 나서고 있는 만큼 한국기업의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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