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주경제 주진 기자= 북한이 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 대북 3대 제안'을 사실상 거부함에 따라 박 대통령의 대북ㆍ통일 전략에 적신호가 켜졌다.
북한이 응하지 않을 경우 어떤 형태의 남북 협력 사업도 이뤄질 수 없고, 통일 준비 역시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대북 3대 제안이 상당 기간 표류할 수밖에 없다는 부정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북한 국방위는 12일 대변인 담화를 통해 드레스덴 선언에 대해 “독일은 ‘흡수통일’로 이루어진 나라”라며 “바로 그곳에서 박근혜가 자기가 구상하고 있다는 ‘통일’에 대해 입을 놀렸다는 것만으로도 불순한 속내를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7·4 남북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6·15 공동선언, 10·4 선언의 경우 ‘정치·군사적 대결 상태의 해소’를 최우선적 과제로 내세웠다”면서 인도주의 문제 해결이 우선순위가 아님을 강조했다.
일단 청와대는 해당 부처에서 대응하는 게 맞다며 일절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북한이 미사일 도발에 이어 제4차 핵실험까지 예고한 상황인 데다 이번 담화에서 대화 여지를 남기지 않았다는 점에서 현재의 갈등 국면이 당장 해소되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청와대와 정부는 북한의 태도 변화를 계속 지켜보겠다는 방침이다. 북한의 강경한 태도로 인해 정부가 드레스덴 제안을 착근시키기 위한 자체 동력을 마련하기도 여의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달 중 '통일 대박'의 밑그림을 그릴 통일준비위원회의 출범을 예고했으나,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가시화하는 상황에서 통일 준비 기구의 발족은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많다. 이로 인해 청와대가 통일준비위 출범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청와대는 박 대통령 통일 구상을 구체화할 통일준비위원회 발족 작업을 상당 부분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원장은 박 대통령이 직접 맡고, 현재 민간 몫인 부위원장 자리에는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 정원식 전 국무총리, 김석우 전 통일부 차관 등이 거론되고 있다.
북한이 박 대통령의 드레스덴 제안을 거부함에 따라 통일준비위가 출범하더라도 당장 역할은 제한적일 것이란 지적도 있다.
최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와 한국국제정치학회가 공동개최한 남북관계 전문가 초청 대토론회에 참석한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드레스덴 제의는 대체로 북한이 당장 받아들이기 어렵거나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것들을 나열한 것”이라며 “앞으로 3∼4년 내 통일 문제와 남북관계에서 획기적 결과를 만들어 내겠다는 의지가 강한 남한 정부와 향후 20∼30년을 자신의 체제 구축을 위한 기초 다지기 기간으로 보는 북한 정권의 간극을 좁히지 않으면 현 정부 임기 내 남북관계 성과를 내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 대통령은 오는 25일 방한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북핵 해결을 위한 한ㆍ미 공조, 안보 강화 전략 등을 폭넓게 논의하면서 북한에 태도 변화를 강력히 촉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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