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는 일선공무원들의 경험과 전문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여실히 보여준 사례다.
침몰 당시 현장에 있던 이들이 재빠르게 사고를 수습하기 위한 우선순위를 정하고 움직였더라면 피해상황이 지금처럼 최악으로 치닫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는 게 공통적인 시각이다.
현장관계자들이 보여줬던 사고대응능력은 공직사회에 대한 불신을 키우기에 충분했다. 생존자를 구출하기 위해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이들은 상급자에게 올릴 보고서 작성에 바빴다. 일반직 중심의 순환보직제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업무에 대한 정확한 직무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각 업무별로 직위에 따러 요구되는 능력과 전문적 요소가 무엇인지 명확히 한 뒤 적절한 인재를 배치하고 순환보직을 점차 줄여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폐쇄적 임용제와 계급제 방식의 관료사회에서 직무분석을 통해 순환보직을 줄인다는 것이 결코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공직구성 자체를 바꿔 관료사회의 전문성을 키워야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일반행정가 중심의 관료사회 내부에 보다 많은 민간전문가를 포섭해야 한다는 얘기다.
공직구성 변화를 실현하기 위해 거론되는 것이 행정고시 축소다. 최순영 한국행정연구원 연구위원은 “행시 규모를 절반 정도로 줄이고 나머지는 민간전문가들로 채우면 공채출신과 이들이 상호견제하면서 전체적인 관료사회가 발전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예 행시 자체를 없애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은 이런 주장을 펼치는 이들 가운데 하나다.
그는 “공무원들의 개혁이 제대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행정고시를 폐지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와 함께 순환보직제 철폐, 국가공무원법을 개정해 직무ㆍ직위별 개방 선발, 퇴직관료 산하기관 취업 제한 등 법ㆍ제도적 장치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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