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에서는 불법 외환 거래가 법적으로 엄격히 금지되어 있지만 온라인 암시장 환전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은행보다 유리한 환율을 미끼로 한 사기 수법이 날로 교묘해지면서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9일(현지시각) 베트남 매체 청년신문은 최근 온라인 암시장 환전 피해가 높아졌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페이스북 등 주요 소셜미디어(SNS) 플랫폼에서 '환전'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하면 수만명이 가입된 그룹들이 즉시 나타난다. 이 중 상당수가 '암시장 환전'이라는 명칭을 공개적으로 사용하며 활동하고 있다.
기자가 직접 몇몇 그룹을 확인한 결과, 다양한 외화 환전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게시글이 하루에도 수십 건씩 올라오고 있었다. 대부분의 게시글은 공식 은행 환율보다 훨씬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며 소비자들을 유혹했다. 이와 더불어 국내 SNS인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환전'을 검색하면 어렵지 않게 환전방을 찾아볼 수 있었다.
보안 전문가들은 소셜미디어에서 이뤄지는 환전 거래가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우선 사기범들은 보증금이 필요 없다고 강조하면서 피해자를 방심하게 만든다. 하지만 피해자는 불법 외환 거래뿐만 아니라 자금 세탁이나 위조 화폐 거래 등 심각한 범죄에 연루될 위험이 크다.
SNS를 넘어 일부 웹사이트는 대놓고 불법 자금을 판매한다. “HTTB”라는 사이트는 불법 지갑에서 출금된 것으로 추정되는 '불법 자금'을 대량 판매한다고 광고한다. 이용자에게는 “주문 코드와 계좌번호를 보내면 출금을 돕겠다”면서 은행에 출처를 묻는 경우에는 “실수로 입금된 돈이라고 말하라”는 지침까지 제공한다.
베트남 보안 전문 사이트 Chongluadao.vn은 이 같은 웹사이트가 자금 세탁과 불법 거래를 노골적으로 조장한다며 강력히 경고했다. 실제로 이런 사이트를 이용할 경우 계좌 정지와 범죄 연루, 금전적 손실, 법적 처벌까지 동시에 떠맡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사이트와 절대 거래하지 말고 즉시 당국에 신고할 것을 당부했다.
경찰 역시 최근 피해 사례를 잇따라 공개하며 경각심을 높이고 있다. 하이퐁 레짠 지역에 거주하는 B씨는 지난해 12월 텔레그램에서 '김정은(Kimjongun)'이라는 계정명을 쓰는 롱(Long)이라는 인물과 접촉했다. 롱은 외화 환전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B씨를 유혹했고, B씨는 유학 중인 동생의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1억6830만동, 약 885만원을 송금했다.
B씨는 "처음에는 가짜 송금 영수증을 보내며 이미 외화를 송금했다고 주장했다"며 "영수증을 보여주길래 진짜인 줄 알고 베트남 동화를 송금했는데, 그 순간부터 연락이 완전히 끊겼고 롱은 종적을 감췄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사기 범죄가 사람들의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한다고 분석한다. 빠른 수익과 유리한 환율을 앞세워 편리함을 강조하지만, 결국 가짜 웹사이트와 계정은 피해자가 돈을 송금하자마자 사라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Chongluadao.vn 관계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개인이나 조직과 환전을 시도해서는 안 되며 반드시 은행과 같은 공인 금융기관을 통해 거래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경찰 관계자는 암시장 환전이 단순한 사기를 넘어 온라인 범죄, 불법 외화 거래, 자금 세탁을 확산시켜 사회 안전을 위협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외화 환전이 필요하다면 반드시 공신력 있는 기관을 통해 거래해야 하며, 온라인에서 신원이 불분명한 상대와의 거래는 절대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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