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같은 중국의 움직임이 우호적으로 흐르던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의 산업 경쟁력이 FTA 협상에 이상기류를 흘려보내고 있는 것이다.
주요 해외 투자전문회사들은 한·중 FTA의 연내 체결 가능성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지난 7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우호적이던 분위기가 두 달 만에 경직 분위기로 흐르고 있다.
시티그룹은 최근 중국 시진핑 주석의 한국 방문을 계기로 한·중 FTA 협상이 속도를 내고 있지만 연내에 체결되기는 어렵다는 분석을 내놨다.
특히 중국의 산업 경쟁력이 한국을 추격하는 속도가 빠르다는 점도 FTA 체결 변수로 지목했다. LCD, 핸드폰 등 주요 IT산업에서 중국의 빠른 기술성장으로 몇 년 후 한국이 비교우위를 잃을 수 있다는 경고도 했다.
시티그룹은 “조선업에서도 향후 3~5년 내 중국이 한국을 앞설 가능성도 있다”며 “최근 대중 수출 둔화는 중국 내 대체생산 증가 등에 주로 기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티그룹은 이어 “한국의 전체 대중 수출 중 70%가 중간재와 가공품인 점을 감안할 때 중국 내 대체 생산라인 증가는 한국 수출전망에 또 다른 우려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한국의 주력 수출 중 하나인 전자산업은 중국에 추월당하며 자존심을 구기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가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 자리를 중국 업체에 내줬다. 시장조사업체 캐널리스에 따르면 2분기에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에서 삼성전자가 12%에 그쳐 14%를 올린 샤오미에 추월당했다.
샤오미는 지난해 점유율 5%에 불과한 업체였지만 1년 만에 급성장하며 중국 스마트폰 강자인 삼성전자를 밀어내는 기염을 토했다.
중국의 산업 경쟁력은 전통 제조업에서도 무서운 속도로 한국 기업을 잠식하고 있다. 세계 초고해상도(UHD) TV 시장에서 중국 업체 점유율은 작년 3분기 이후 50%를 계속 넘고 있다. 세계에서 팔리는 UHD TV 2대 중 1대 이상이 중국 제품인 셈이다.
냉장고, 세탁기 등 백색가전 부문은 하이얼 등 중국 업체가 몇 년 전부터 1위 고수하고 있다. 조선업도 2년 전부터 중국에 세계 1위 자리를 내줬다.
중국 조선업체들은 2012년과 2013년 연속으로 선박 수주량, 건조량, 수주잔량 등 세계시장 점유율을 보여주는 3대 지표에서 모두 1위를 휩쓸었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 수출 부진이 수출 전반 부진으로 확산될 경우 최근의 경제회복 분위기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한·중 FTA 협상도 현재로서는 타결을 장담할 수 없다”며 “정부도 여러 부처와 기관에 산재된 중국 정책과 FTA를 통합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