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도 벽’ 깬 소주 업계 … “낮게 더 낮게”

25도였던 진로 소주의 알코올 도수는 18년동안 꾸준히 내려가 현재 18.5도로 출시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조만간 17도대의 제품 생산도 검토 중에 있다.



아주경제 전운 기자 = 25도가 보편적이던 소주는 2006년 20도 벽을 깨더니 최근에는 17도까지 내려갔다. 18년 동안 알코올 도수가 8도나 낮아졌다.

저도주 문화 확산으로 소주의 알코올 농도는 조만간 16도 초반까지 낮춰질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전국구 소주로 통하는 '참이슬'과 2위 브랜드인 '처음처럼'이 저도주 전쟁을 치열하게 펼치면서 당분간 저도주 열기는 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25도에서 17도까지 … “낮게 더 낮게”

1924년 35도로 출시돼 국내 증류 소주 시장의 효시로 자리잡은 진로는 1974년부터 알코올 도수를 25도로 유지하며, 1970~1980년대를 서민들과 함께 했다.

하지만 두산그룹이 인수한 경월그린(現 처음처럼)이 점유율을 20%까지 끌어올리자, 진로는 저도주라는 무기를 내세워 두산의 추격을 뿌리쳤다.

실제로 소주 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던 진로는 경월그린에 대적하기 위해 1997년 23도의 '참진 이슬로'를 출시했다.

롯데로 인수된 경월그린도 지난 2006년 '처음처럼'이라는 이름으로 20도 제품을 선보이자, 진로는 또 다시 20.1도의 신제품을 내놓으면 치열한 '저도주 전쟁'을 펼쳤다.

최초로 20도 벽을 깬 것은 진로다.

2005년 하이트맥주와 진로가 합병한 하이트진로는 2006년부터 과감히 저도주 문화를 선도해 나갔다. 2006년 여름 참이슬 후레쉬(19.8도)를 선보이며 처음으로 국내 소주 시장에서 19도대의 소주를 선보였다.

'소주=20도'라는 상식을 파괴하며, 국내 소주 시장에 새로운 획을 그은 것이다. 이에 처음처럼도 19.5도로 재출시되며, 10년 가까이 19도대의 소주 시장이 유지됐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위스키 시장 축소, 30도대 위스키 등장, 맥주 도수 하락 등 고도주 시장이 소비자들에게 외면 받자, 소주업체들은 지난 2월에 18도대 진입을 시도했다.

이번에는 롯데주류가 18도의 처음처럼을 출시했다. 하이트진로도 참이슬 후레쉬를 18.5까지 낮추며 경쟁에 맞대응했다.  

하지만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17도 시장 진입을 시도하면서 '저도주 경쟁'은 현재 점입가경 상태다.

◆ 소비자 "독주보다는 부드러움이 먼저"

업체들이 이처럼 공격적으로 도수를 낮추는 이유는 소비자들의 니즈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주당으로 불리는 일부 소주 마니아층이 아직까지 20도대의 소주를 선호하기는 하지만 대중이 저도주를 원하고 있어 출고량 유지를 위해서는 저도주 열풍에 동참할 수밖에 없다"며 "이렇다보니 더욱 경쟁적으로 저도주 싸움이 펼쳐지고 있다"고 말했다.

소주와 맥주를 섞어먹는 '소맥 문화' 확산이 저도주 열풍을 주도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소주와 맥주를 섞어 먹으면서 부드러운 맛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기 때문에 알코올 도수가 높은 술보다는 저도주로 부드러움을 강조하려는 주류업체들의 마케팅이 전개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올해 2월 18도로 도수를 내린 롯데주류의 처음처럼은 시장 점유율이 3% 가까이 치솟았다.

HMC증권은 하이트진로의 소주 사업 부문이 저도화 효과로 7%의 매출 성장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알코올 도수를 낮춰 부드러움을 강조하는 마케팅을 전개하면서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했기 때문이다.


◆ 17도 벽도 깨지나?

현재 부산을 중심으로 경남권을 주름잡고 있는 무학의 ‘좋은데이’는 16.9도다.

전국구 소주인 참이슬과 처음처럼이 20도 안팎에서 경쟁하고 있는 사이, 확실한 저도주 마케팅을 앞세워 지역시장을 지켜낸 것이다. 

좋은데이의 이같은 선전으로 참이슬과 처음처럼의 저도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때문에 16도대 진입도 멀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저도주 열풍은 당분간 주종을 막론하고 계속될 것"이라며 "특히 참이슬과 롯데주류가 부드러움과 순함을 강조하기 위해 '저도주 전쟁'을 치열하게 펼치고 있기 때문에 소주 도수는 계속해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16도대 후반의 '좋은데이'가 소주 맛을 낼 수 있는 마지막 경계선"이라며 "소주 본연의 맛을 잃을 수 없기 때문에 저도주 전쟁은 조만간 종지부를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그룹이 인수할 당시 25도였던 경월그린도 롯데주류로 넘어간 후 18도까지 내려갔다. 롯데주류도 현재 17도대의 신제품 출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