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발 ’선거구 재획정’ 블랙홀…여야, 유불리 셈법 분주

  • 정개특위 가동 시기 놓고 상반된 입장…중대선거구제 등 선거제도 개편 요구 봇물

2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선거구 재획정 논의를 시작으로 이번 기회에 현행 소선거구제에서 중대선거구제로 바꾸자는 등 선거제도 전반을 손보자는 주장과 함께 선거구획정위원회, 정치개혁특위 구성 시기 등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모양새다.[사진=SBS 화면 캡처]


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헌법재판소가 선거구별 인구편차가 ‘3대 1’인 현행 국회의원 선거구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여의도 정치권이 ‘선거구 재획정’이란 블랙홀에 빠져들고 있다.

당장 현역 의원들의 텃밭이 갈린다는 점에서 최근 정치권 핫이슈인 공무원연금 개혁과 개헌론 등을 집어삼킬 강력한 난제로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헌재의 이번 결정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혔지만, 벌써부터 이해득실을 따져가며 계산이 분주하다.

여야는 선거구 재획정 논의를 시작으로 이번 기회에 현행 소선거구제에서 중대선거구제로 바꾸자는 등 선거제도 전반을 손보자는 주장과 함께 선거구획정위원회, 정치개혁특위 구성 시기 등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모양새다.

이번 헌재 결정으로 영향을 받게 될 선거구는 모두 62곳이다. 서울을 포함해 수도권이 26곳으로 가장 많고, 충청은 8곳, 호남과 영남도 각각 12곳, 14곳의 선거구 조정이 불가피하다.

새정치민주연합이 분석한 자료를 보면 수도권은 6석이 늘어나지만 호남은 많으면 4석, 영남도 3석 가량 줄어들게 된다.

결과적으로 선거구가 재획정 되더라도 의석수 확보에 큰 편차가 없어지게 되지만, 가장 많은 선거구가 조정되는 수도권이 관건이다.

수도권은 아무래도 야성이 강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여당보다는 야당에게 다소 유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목진휴 국민대 교수는 “지금 여야로 따지고 보면 야당은 좀 웃고 여당은 걱정일 것”이라며 “(의석이) 호남에서도 줄어들고 영남에서도 줄어든다고 하지만 수도권이 결국 늘어나게 된다. 수도권은 야성이 강하기 때문에 이길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야당이 웃음을 띄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분석을 반영하듯 여야는 선거구 재획정 작업 시기부터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야당은 당 지도부들이 앞장서서 즉각 국회 정개특위를 구성해 선거구 개편 논의를 하자며 서두르는 반면 여당은 내년 예산안 심사 등 정기국회를 마치고 나서 논의해도 늦지 않다며 숨을 고르고 있다.

새정치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31일 확대간부회의에서 “미룰 이유가 없다”면서 “당장 정개특위를 가동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우윤근 원내대표도 “우리나라 녹색 생명산업을 지탱하는 농촌의 대표성이 축소될 수 있다는 점은 우려된다”면서 “조속히 정개특위를 구성해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같은 날 회의에서 선거구 재획정 문제를 전혀 거론하지 않았고 주요 당직자들도 최대한 말을 아꼈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헌재 결정을 존중하면서 이 문제가 향후 어떻게 될 것인가 의원 한 분 한 분의 의견 수렴해 나가면서 신중히 대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만 말했다.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정기국회에 산적한 현안이 많기 때문에 정개특위를 굳이 정기회 기간 만들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정기국회에서 정개특위의 구성 방식과 절차, 일정, 활동 기간 등에 대해 합의해 정기국회가 끝나고 난 다음에 하면 된다”고 말했다.

선거구 재획정 기한인 내년 12월31일까지 시간이 있는 데다 입법과 예산안 통과 등에 제동이 걸릴 수 있어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이번 헌재 결정이 ‘표의 등가성’을 강조한 만큼 선거구 재획정과 더불어 선거구제도 개편도 병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야권을 중심을 나오고 있다.

새정치연합과 군소 야당은 지역구를 넓히고 1개 선거구에서 복수(2~3인)의 의원을 선출하는 중대선거구제를 확대하고 대도시는 중대선거구제로, 중소도시는 소선거구제로 하는 ‘도농복합 선거구제’ 도입 등을 주장하고 있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의원은 “정치 혁신의 큰 틀에서 선거제도의 전면 개혁이 필요하다”며 “승자 독식의 소선거구제와 지역 정치를 해소하고 지역대표성을 위해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는 “현재 양당 중심의 정치와 소선거구제는 역사적 시효가 끝났다”며 “현재의 소선거구제는 상대방의 실수에 의존하는 정치 구조로 상대의 실수가 아니라 자신의 정책과 대안을 갖고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권은 현재 지도부들은 선거구 재획정도 골칫거리인데 선거제도 개편까지 논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 선거제 개편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있다.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은 최근 한 라디오에 출연해 “현재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아예 바꾸자는 의견이 많이 나올 것 같다”며 “중대선거구제로 해서 국회의원이 국정에 전념하도록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밖에 국회의원 정수를 어떻게 조정할 지도 여야의 초미의 관심사다. 헌재의 결정에 따라 지역구 의석이 총 12개가 늘어나게 되는데, 현재로선 국회의원 총수를 늘리는 것에 국민들의 여론이 나쁘다는 점에서 비례대표를 줄이는 방안이 유력시 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 20대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이해득실 계산을 본격화할 경우, 비례대표를 되레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어 향후 여야 공방이 예상된다.

한편 선거구획 재조정은 기존 방식대로라면 2016년 4월 국회의원 총선 6개월 전에 ‘선거구획정위원회’를 만들어 선거구 조정을 마치면 된다. 

국회 산하인 선거구획정위원회는 국회의장이 교섭단체 대표와 협의해 학계·법조계·언론계·시민단체 및 선거관리위원회가 추천한 사람 중에서 11인 이내로 구성한다.

이들이 마련한 선거구획정위안을 참고해 여야 정치권이 구성한 정개특위에서 관련 선거법 개정을 논의하고 선거구를 최종 확정한다.

선거법 개정은 여야의 손바닥이 마주쳐야 하는 만큼 선거구 재획정 밑그림은 2015년 말에나 제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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