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음파’가 들려주는 우울하지만 밝은 이야기

한음파[사진 제공=미러볼뮤직]

아주경제 국지은 기자 = 그림으로 설명하자면 기괴하고 환상적인 그로테스크(동물, 식물 등을 곡선 모양으로 연결해 복잡하게 구성한 미술의 한 장르) 풍의 인물화 정도로 할 수 있겠다. 덧붙이자면 입은 다물고 있으나 많은 이야기를 하는 표정이고, 배경에 놓인 각종 물건도 무언가 심오한 뜻이 있을 것만 같다. 생소하지만 매력적인 밴드 한음파(이정훈, 장혁조, 김윤태, 윤수영)의 느낌이다.

한음파의 역사는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여러 차례 멤버가 바뀌고 해체했다가 다시 결성하며 올해 2015년까지 생명을 이어왔다. 현재 보컬 이정훈, 베이스 장혁조, 드럼 김윤태, 기타 윤수영이 한음파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이 만든 앨범으로는 지난해 11월 발매한 ‘이명(耳鳴)’이 가장 근래의 작품이며 오는 3월 단독공연을 앞두고 있다. 최근 합정동에 있는 달의 다락에서 만난 그들에게 삶이자 낭유인 음악 이야기를 들었다.

인터뷰에 앞서 각자의 취향에 맞게 음료를 시켰다. 몸이 좋지 않아 달콤한 음료를 시킨 멤버부터 맥주로 오후의 나른함을 달래는 멤버까지 무언가 ‘그들’ 스럽다. 질문에 관심이 없어 보이지만 대답에는 어느 아티스트보다 성실하고 논리정연하다. 음악과 비슷한 태도라고 생각했다.

보컬이자 독특한 악기인 마두금을 연주하는 이정훈에게 이 악기를 다루게 된 계기를 물어봤다. 가장 인상적으로 들리는 독특한 현 소리, 그래서 귀를 기울이게 하는 마두금은 무대 위 멋스러움도 연출한다고. 꽤 기특하다.

“8년 정도 배웠어요. 두 개의 나일론 실로 된 악기인데 몽골에서부터 올라왔죠. 원래는 앉아서 하는 악기인데 서서도 할 수 있게 변형됐어요. 그래야 노래 부르면서 폼도 나죠.”(이정훈)
 

[사진 제공=미러볼 뮤직]

정규 3집 앨뱀 ‘이명’은 귀에서 들리는 모든 소리를 잠식시킨다는 뜻을 담았다. 한음파의 음악이 귀에 오래 남아있으면 좋겠다는 소망도 포함됐다. 고통스러운 병이라 왠지 모르게 이번 앨범과 잘 맞을 거라는 매칭에서도 선택했다. 귀라는 건 소리와 직결되기 때문에 음악이랑 연결된다는 고리점도 한몫했다.

이런 여러 이유에서 ‘이명’은 한음파를 잘 보여주는 앨범이다. 세상 잡음이 음소거 되는 것만 같은, 집중도 높은 앨범에는 ‘곡예사’, ‘크로우(Crow)’, ‘유령선’, ‘백야’, ‘프리즈(Freeze)’, ‘베니싱(Vanishing)’, ‘아웃트로(Outro)’, ‘에코(Ego)’, ‘뱅가드(Vanguard)’, ‘일식’이 수록됐다. 타이틀은 ‘곡예사’와 ‘프리즈’이지만, 굳이 두 곡을 타이틀로 한정하기에는 앨범 전체가 드라마다.

“현재 멤버와는 3년 동안 함께 해왔는데 더할 나위 없이 팀워크가 좋아요. 밴드 사이에서는 일명 케미스트리(chemistry)라고 하는데 진짜 환상적이죠. 하하. 그렇다고 음악적으로 부딪히지 않는 건 아니에요. 그래도 서로 어떻게 맞출지 안다고 해야 할까요? 쉽게 풀리지 않지만 반드시 풀어지는 실타래와 같죠.”

한음파가 말하는 ‘음악을 만드는 일’이란 무한으로 반복되는 ‘조정의 과정’이란다. 밑그림을 그리는 것부터 눈썹 한 올을 그리는 것까지 멤버 전원이 만족할 수 있는 정점을 찾는 것, 그래서 더디다.

다소 우울한 음악이지만 정작 한음파는 이토록 밝은 음악은 없다고 술회했다. “우리의 음악을 밝지 않다고들 하는데 충분히 밝은 음악”이라며 “각자마다 생각하는 기준은 다르다. 대게 좋은 것만 이면에 드러내려는 게 사람인데 우리는 부끄럽고 가리고 싶은 어두운 부분을 추려 말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어쩌면 더 솔직하고 통쾌할 수 있다. 우리 노래를 들으면서 누가 눈물을 짜겠냐”고 호탕하게 웃었다.

한음파가 들려주는 우울하지만 밝은 이야기, 오는 3월 7일 단독콘서트에서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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