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 “고용형태공시제 명단공표제도, 기업 경영활동 범죄와 동일시하는 결과 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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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6-28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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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오는 7월 1일 정부의 두 번째 고용형태공시제 결과 발표를 앞두고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 회장 박병원)이 지난 해 정부가 보도참고자료 형식으로 기업 순위를 언론에 배포한 것에 대해 ‘편법 운용’이라며 재발 방지를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또한 독일 등 선진국들의 경우 사내하도급을 전략적으로 육성해 중소기업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며, 사내하도급 근로자의 공시항목 제외 등을 주장했다.

경총은 28일 발간한 ‘고용형태공시제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고용형태공시제는 300인 이상 대기업이 고용형태를 무기계약, 기간제, 소속 외 근로자 등으로 구분해 공개토록 의무화 한 제도다.

지난해 첫 공개 당시 정부는 고용형태 공시 결과를 가공해 기간제 및 소속 외 근로자 다수 사용 상위 10개 업체 명단을 언론에 배포한 바 있다. 자율적 공시 제도를 사실상 명단공표 방식으로 운용한 것이다. 문제는 명단공표가 성폭력범죄나 고액 세금체납, 상습 임금체불 등 범죄행위에 따른 처벌적 성격의 조치라는 점이다. 보고서는 “정부가 법적 근거도 없이 자율적 공시를 처벌적 수단인 명단공표로 편법 운용했으며, 이는 기업의 경영활동을 범죄행위와 동일시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

현행 공시제가 위임입법의 한계를 일탈했다는 지적도 제기되었다. 고용정책기본법상 공시제는 ‘고용형태’를 공시하는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시행규칙을 통해 임의적으로 고용형태가 아니라 기업 간 계약관계인 도급업체 근로자까지 공개토록 규정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현행 공시제의 근로자 중복 집계에 대한 문제도 제기했다. 동일한 일자리를 두고 한 쪽에서는 정규직 근로자로, 다른 한 쪽에서는 소속 외 근로자로 중복해 집계하도록 강요하고 있어 동일한 일자리에 대해 이중 잣대를 들이댈 뿐만 아니라 양질의 고용까지 ‘없어져야 할 일자리’로 왜곡시키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현장에서 전문적으로 창호설치를 하는 A사의 경우 자체 공시에서는 소속 근로자를 정규직 근로자로 공시하지만 원도급업체인 종합건설사 B사는 동일한 근로자를 소속 외 근로자로 공시하고 있다. 결국 A사에 근무하는 근로자는 양질의 정규직이지만 B사 공시에 의해 마치 질 나쁜 일자리처럼 오인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소속 외 근로자를 공시하는 문제는 중소기업 육성에도 장애가 된다. 예를 들어 건설업에서의 사내하도급은 건설산업기본법 등을 통해 적극 권장된 바 있다. 대형 종합건설업체가 전문건설업체 영역을 침범하지 못하도록 하고 대중소기업의 상생을 도모하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성장한 전문건설업체들은 건설업과 해양플랜트 등 우리나라 주력산업의 경쟁력 향상에 큰 기여를 했고, 대중소기업 동반 해외진출 등 해외에서 부러워하는 모범사례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고용형태공시제의 기준에 따르면 이러한 협력관계조차 비정상적 고용형태(소속 외 근로자)고 없어져야 할 일자리로 오인되고 있다고 경총은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독일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사내하도급 등을 통한 기업 간 분업이 산업경쟁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는 점에 착안, 정책적으로 이를 적극 육성하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인더스트리 4.0(Industry 4.0)이 대표적이다. 주로 대기업이 IT기술을 기반으로 생산공정을 외부에 오픈하고, 전문화된 중소기업들이 개별 생산과정에 참여함으로써 소비자 니즈에 맞는 다품종 대량생산을 가능케 하는 패턴으로 이루어진다. 독일의 사내하도급 근로자는 87만명, 매출액은 168조원(1321억 유로)에 달한다.

독일뿐만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 사내하도급은 매우 활발하다. 유럽연합 15개 국가(EU-15)에서 사내하도급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중소기업은 27만개, 소속 근로자는 380만 명에 달한다. 2009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사내하도급 육성이 중소기업과 산업전반에 걸친 경쟁력 강화에 큰 기여를 했다는 내용의 용역보고서를 발간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산업박람회인 하노버 메세(독일), MIDEST(프랑스) 등에서도 사내하도급을 핵심 주제로 채택하고, 사내도급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보고서는 하지만 우리나라 상황은 다르다고 주장했다. 사내하도급 산업을 육성하기보다는 고용형태공시제를 통해 사내하도급 근로자를 ‘소속 외 근로자’로 격하시키고 여론의 비판을 통해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기업 간 협력이 중시되는 세계적인 산업발전 추이에 역행하는 조치이며, 일자리 창출과 중소기업 발전을 저해할 것으로 우려된다.

경총은 “고용형태공시제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강력한 규제이니만큼, 폐지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며 “하지만 단기적으로 폐지가 어렵다면 차회년도부터는 법상 취지에 어긋나는 소속 외 근로자를 공시항목에서 제외하고, 고용정책기본법 시행령을 중점규제로 관리하는 등 부작용을 최소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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