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서울대 상과대학 출신들만 가득한데 혼자 영남대 2부 대학 나왔으니, 일찍 출근해서 청소도 하고 그랬죠. 그 때의 경험들이 평생을 가더라고…"
과거에 대한 회상으로 인터뷰가 시작됐다. 1975년 공직에 입문한 그가 처음으로 몸담은 조직은 당시 우리나라 경제 개발을 주도했던 경제기획원의 경제기획국 종합기획과. 당시 과장이 진념 전 경제부총리(본지 12월 21일자 5면)였다.
성실하게 업무에 임했던 그에게 지방대 꼬리표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김광림 새누리당 의원은 그렇게 차근차근 경력을 쌓았다. 국회의원을 2번 하는 내내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고, 이제는 당내에서 금융개혁을 이끌고 있다.
- 내년 우리나라 경제를 두고 '경제 위기'라는 단어가 심심찮게 나온다. 미국의 금리인상과 중국의 경기둔화, 신흥국의 경기불안 등 대외 경제상황이 좋지 않은 상태다. 현재 우리 경제를 어떻게 진단하나.
"현재의 위기는 부슬부슬 내리는 가랑비에 수년간 젖어들어 속옷까지 흠뻑 젖어든 상태라고 볼 수 있다. 갈아입지 않고서는 옷을 말리기 어려운 상태란 얘기다. 밖에선 엔저로 인한 일본과의 경쟁심화, 중국과 후발 개도국의 추격, 세계 경기둔화로 인한 교역량 감소 등이 우리 경제를 위협한다. 국내 문제로는 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 변화, 장기 저성장, 경직된 노사관계, 더딘 규제개혁, 일자리 미스매치 등이 심각하다. 이제는 매크로(거시경제)한 것을 논하기 이전에 세부적인 대책들이 나와야 할 때다. 정부에서 추진하는 4대부문 개혁이 그래서 필요한 거다."
- 박근혜정부 3기 경제팀을 이끌 신임 경제부총리로 유일호 새누리당 의원이 내정됐다. 유 내정자에게 조언해 줄 얘기가 있다면?
"유 내정자가 최경환 경제팀에서 했던 정책의 일관성은 유지하겠다고 했는데, 그 정책을 그대로 가져가기만 해서는 안 된다. 현 상황에서 쓸 수 있는 단기적 대책을 포함해 경제구조의 체질 개선 위한 틀을 잡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 유 내정자의 장점은 중장기적인 전망과 분석에 강하다는 것이다. 그런 그의 장점을 잘 살려 우리 경제의 구조를 개선하는 데 나선다면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겠는가. 다만, 이런 것들은 정부와 국회가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결국 민간에서 뛸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주는 것이 뒤따라줘야 한다."
- 당에서 금융개혁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금융개혁의 원칙과 성과가 있다면.
"금융은 소비자보호, 시스템 안정, 시장질서 유지를 위해 규제와 감독이 불가피한 산업이다. 다만 여기서 불합리한 규제, 과도한 감독으로 스트레스를 받은 금융이 심근경색에 이어 동맥경화로 신음하지 않도록 철저히 점검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인 금융개혁 추진위의 역할이다. 나는 늘 '이를 잡는 데는 엄지손톱이 필요하지, 바윗돌을 던져서 잡는 것은 아니다'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금융개혁도 실무적인 것부터 접근한 거다. 금융개혁 10대 과제가 마련된 것도 그 덕분이다.
현재 가장 큰 성과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개인이 쉽고 편하게 금융회사에 맡기고, 맡긴 돈은 확실히 불려주는 제도다. 다음으로 보이스피싱을 막고, 10%대 중금리 대츨을 시행하고 이런 것들이 있다. 또 기업 대출 시 담보나 보증 외에 기술력에 대한 평가를 반영하고,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을 빨리 통과시켜야 한다고 본다."
- ISA 도입과정에서 진통은 없었는지 궁금하다.
"애초에 야당에서 이를 두고 '가진 자, 고학력자, 인터넷이 가능한 금융지식이 있는 사람들의 운동장이지, 춥고 배고프고 어려운 사람들이 대상이 아니지 않느냐"라고 반대했었다. 부자감세란 얘기다. 그래서 중산층 이하로 기준을 바꾸자고 제안했다. 그런데 임종룡 금융위원장을 비롯해 정부 관계자들은 그렇게 되면 이 상품 자체가 활력을 잃어버릴 것이란 우려가 컸다. 그래서 제가 중재안을 제시해 국회가 수정안을 의결했다. 가입대상에 제외돼 있던 300만명 규모의 농어민을 포함하고, 금융소득종합과세자 이외에 가입제한을 두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총급여 5000만원 이하 근로자와 종합소득 3500만원 이하 자영업자에 대한 비과세 폭을 200만원에서 250만원으로 늘리고, 의무가입기간을 5년에서 3년으로 2년간 단축한 것도 상품의 취지를 살리면서 야당의 우려를 반영한 결과다."
- 10대 과제 중 근무시간에 대한 탄력운영방안 등도 있다. 자칫 '관치금융' 우려를 낳을 수 있는 대목인데.
"강제하는 건 아니다. 국민의 눈높이에서 근무관행을 바꾸려는 노력을 하면, 국민들이 먼저 그 은행을 찾아갈 거라고 본다. 우리는 그저 그런 은행들의 정보를 공개하는 거다. 금융회사의 자율과 창의를 저해하는 규제는 과감히 개선하되, 금융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역할은 더욱 강화될 필요가 있다. 은행 가산금리 변동과 산정기준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를 우리 위원회 논의과제로 포함시킨 것도 같은 맥락이다."
- 국내 금융이 지나치게 '우물 안 개구리'라는 지적도 있다. 장기적 대책도 필요하다 보는데.
"물론 맞는 얘기다. 그런 대책도 필요하다. 애초에 금융개혁과 관련해 해외법인의 설립을 확대하고 지원을 늘리자는 전문가들의 주장도 있었다. 그러나 당장 국내에서 국민들이 금융자산을 늘릴 수 있는 환경이 되지 않는데 그것만 내세워서 되겠느냐는 지적이 나왔다. 경제라는 순수한 카테고리를 정치로 덮어버리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금사분리를 실시하려고 해도 아직까지 경제민주화에 대한 국민들 인식이 덜 성숙된 상태여서 어렵다. 그보다 차라리 정보의 투명성을 높여주는 게 더 맞다. 아직까지 시기상조란 얘기다. "
- 정치 얘기를 좀 해보자. 오랫동안 관료 생활을 하다 국회에 왔는데 지금의 정치상황 어떻게 보나.
"관료로서 일했을 때는 나라의 경쟁력을 높이는 게 중요했는데, 정치권으로 오니까 표를 모으는 것이 정말 중요하더라. 그리고 관료일 때는 정론이란 것이 무엇인가를 찾았는데 국회에 오니 여론과 중론이 중요하더라. 예를 들면, 지역구인 안동은 도농복합도시인데 농촌이 많은 곳이다. 정론과 당위성, 국가 경쟁력을 감안하면 자유무역협정(FTA)은 반드시 해야 되는 것이다. 그런데 표를 중심으로 본다면 FTA는 반대해야 하는 사안인 것이다. 그래서 나는 농사를 짓는 분들이 평생 이를 업으로 할 수 있게끔 지원해준다는 것이 전제가 된다면 FTA는 찬성한다는 전제를 깔았다. 정론에 대해 표와 여론을 잘 조화시켜가는 연주, 그런 기술이 정치라고 본다. 물론 매우 어렵다."
- 아직 임시국회가 남아있긴 하지만, 사실 국회가 정체상태다. 19대 국회에 대해서 평가한다면?
"19대 국회는 '국회선진화법(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 하나 때문에 동물국회를 막으려다 식물국회가 된 꼴이다. 중요한 상임위마다 법안 통과가 안되고, 그 과정에서 '타협'이란 이름으로 법안을 바꿔치기하는 상황이 지속됐다. 물론 18대에 비하면 몸싸움과 장외투쟁이 줄어들었지만 소통과 대화, 설득과 타협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많이 아쉽다."
별도로 질문하기 전에 그가 먼저 '문자 인사청탁' 사건을 먼저 꺼냈다. 그리고 '상황이 시급하고 할 일이 많은 와중에 이런 일이 불거지게 돼 미안하다'는 마음을 전했다.
"잘못한 것 맞다. 보좌관의 실수든 뭐든, 친조카란 사실을 인정하고 바로 사과했으면 좋았을텐데 왜 그러지 못했냐는 질타도 많이 받았다. 금융개혁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다보니 더 민감할 수 있었던 문제였던 것 같다. 미안한 면이 있다. 저는 이제껏 해온대로 할 것이고, 그렇게 심판을 받을 것이라 본다. 제가 정치를 시작하면서 지역 분들께 '정치가 아닌 정책으로 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최근에 나오는 여론조사 지표들을 보면 생각보다 긍정적이다. 지표들을 믿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