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한센인 돌본 벽안의 외국인 수녀…10년 만에 고흥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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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1-31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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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소록도에서의 마가렛(뒷줄 왼쪽 끝) 수녀와 마리안느(뒷줄 오른쪽 끝) 수녀의 모습.[사진=고흥군]



아주경제 장봉현 기자 =전남 고흥 소록도에서 40여 년 동안 한센인들을 돌봤던 외국인 수녀가 10년 만에 다시 찾는다.

1일 고흥군에 따르면 한평생 한센인을 위해 봉사하다 고향 오스트리아로 돌아간 마리안느 스퇴거(82) 수녀와 마가렛 피사렛(81) 수녀 중 한 명이 10여년 만에 소록도를 찾는다.

군은 소록도병원 개원 100주년 기념식이 열리는 오는 5월에 두 수녀를 모두 초청하려고 했지만 마가렛 수녀의 건강이 좋지 않아 마리안느 수녀만 소록도를 찾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마리안느 수녀도 최근까지 암 투병으로 힘든 시기를 겪었지만 현재 상태는 호전된 것으로 알려졌다.

1960년대 오스트리아 인스브룩에서 간호대학을 졸업한 두 수녀는 '소록도에서 한센인들을 돌볼 간호사가 필요하다'는 소식을 듣고 20대 때 소록도에 들어왔다. 이들은 국내인들도 접근을 꺼렸던 소록도에서 외국인으로서 편견을 깨고 적극적으로 한센인에게 다가가 치료하는 모습으로 희생정신을 몸소 실천했다.

소록도 주민들에게 간호사이자 친근한 '할매'로 불리던 두 수녀는 검소한 생활을 해 온 것으로도 유명하다.

두 수녀는 정부에서 지원하는 쥐꼬리만 한 지원금과 고국에서 보내는 생활비를 털어 환자들을 위해 썼다. 특히 1996년 받은 국민훈장 모란장의 상금마저 병이 다 나아서 소록도를 떠나는 사람들을 지원하는 데 사용했다.

이렇게 40여년을 보낸 두 수녀는 70살이 넘은 나이인 지난 2005년 11월 돌연 편지 한 장을 남기고 떠났다. 거동이 불편해진 자신들이 '보살핌의 대상'이 되는 것을 원치 않아 말없이 떠났다고 한다. 이 소식을 접한 한센인들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한센인들은 이때부터 소록도성당에 모여 10년이 넘도록 감사의 기도를 올리고 있다.

고흥군은 이런 수녀들의 뜻을 기리기 위해 다큐멘터리제작과 노벨평화상 추천 등 선양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연고도 없는 작은 나라에 와서 40년간 아무런 보상도 없이 오직 소록도를 위해 일만 하시다 가셨다"며 "더 늦기 전에 보답할 기회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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