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人100言]남상수 “나는 영원한 세일즈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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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3-14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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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경제의 기적을 이끌어낸 기업인들의 ‘이 한마디’ (48)

연암 남상수 남영비비안 창업자[사진=남영비비안 제공]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비비안이 만든 브래지어가 저희 회사를 살렸습니다.”

지난 2002년 미국 굴지의 브래지어 회사인 메이든폼(Maidenform)의 토머스 회장과 모리스 사장이 남영비비안 한국 본사를 찾아 연암(然庵) 남상수 창업자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말하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1920년대 세워진 이 회사는 여성 속옷제조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제품을 수입해 판매했다. 하지만 적자가 여러 해 누적돼 2001년에 부도가 났다. 연암은 자신이 책임지겠다며 메이든 상표만 믿고, 300만 달러짜리 외상으로 모험 수출을 했다.

남영비비안은 그 해 출시한 브래지어 신제품을 메이든폼에 ‘피트(FIT)’란 브랜드로 수출했다. 이 제품은 미국 백화점에서 매월 50만장씩 팔려나가는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

그 때까지 미국시장에서 한가지 브래지어가 한달에 올린 판매 기록이 10만 장도 안 된 점을 감안하면, 대박이 터진 셈이었다. 피트 브래지어 덕분에 메이든폼은 흑자까지 냈다.

이날 그들은 베스트셀러인 피트 브래지어를 도금해 감사패를 만들어 연암에게 선물했다. 이어 “고객의 반응이 좋다. 수출을 매월 100만장으로 늘려 달라”며 주문량을 두배로 늘려 줄 것을 요청했다.

1954년 회사의 전신인 남영산업을 설립한 연암은 나일론 원단을 생산하는 공장을 운영하며 수출에만 주력해오다 의류사업을 하기로 하고, 첫 아이템으로 스타킹생산을 결정했다.

1963년에는 국내 최초로 재봉선없는 스타킹(심리스 스타킹)을 생산했다. 여성의 각선미를 살려준 이 제품은 한국 여성 사이에서 대단한 인기를 모으며 날개돋친 듯 팔려나갔다.

나아가 연암은 일본 업체와 합작으로 사세를 확장해 일본과 홍콩에 수출에 나섰고, 얼마 후 홍콩시장에서 30%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스타킹의 성공을 바탕으로 남영비비안은 브래지어, 란제리 등 여성 속옷의 각 영역으로 사업을 확대했다.

남성으로 여성 속옷사업을 하다 보니, 고초도 많이 겪었다. 외국 공항 검색대를 통과할 때마다 세관원들은 가방 가득히 여성속옷을 잔뜩 쑤셔넣은 연암을 붙잡고 이유를 캐물었다.

이들 제품은 연암이 해외에 나갈 때마다 사 모은 유명 브랜드 샘플이었다. 현지 매장에서 제품 사진을 찍다가 쫓겨나는 일도 다반사였다.

그럴 때면 연암은 제품 디자인을 직접 그림으로 그렸다. 이렇게 모은 샘플과 그림을 들고 와 회사 디자이너에게 가져다주며 제품개발 회의를 진행했다. 회사 디자이너들은 그런 연암을 ‘왕 디자이너’로 불렀다.

연암이 해외 브랜드 샘플 수집에 매달린 것은, 해외시장 개척에 대한 굳은 의지 때문이었다. 그는 “처음 제품을 만들 때부터 국내 시장보다 해외시장을 겨냥했다. 스스로 무역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수출에 더 역점을 뒀다"며 "국내시장 30%, 해외시장 70%라는 전략을 세워 시장 공략에 나섰다”고 말했다.

남영비비안은 일본 업체들이 선점한 미국 시장을 공략할 때 그간 모은 외국 브랜드 샘플로 현지 여성의 체형에 맞춘 제품을 개발해 선보였다.

일흔이 넘은 나이까지 현역을 지킨 연암은 외국 바이어를 만날 때 사용하는 명함에 직함이 없었다. 직함을 묻는 질문에 연암은 “저는 회사를 대표하는 세일즈맨”이라고 답했다. 비비안 제품을 파는 일이라면 나이와 공간은 넘을 수 없는 벽이 되지 못한다는 그는 자신을 이렇게 정의했다.

“나는 영원한 세일즈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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