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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광구 前한국바이오협회 상임부회장
침체된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늘이기 위한 수단으로 매번 등장하는 정책 가운데 하나가 ‘규제완화 정책’이다. 이 규제완화 정책을 어느때보다 심혈을 기울이는게 박근혜 정부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초부터 국민 생활 전반에 불필요한 ‘손톱 밑 가시 뽑기’에 적극 나섰고, 2년차인 2014년 3월 20일 대통령이 직접 나서 ‘규제개혁 장관회의 및 민관합동 규제개혁 점검회의’를 주제하면서 규제개혁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후 그 회의는 지난 5월 18일 제5차 회의로 이어졌다.
이처럼 대통령이 앞장서서 추진하고 있는 규제 개혁 가운데 특히 눈에 뜨게 성과를 보이는 분야가 미래 먹거리 산업의 핵심인 바이오헬스케어분야다. 특히 지난주에 있었던 바이오헬스케어분야 규제개혁과 관련된 두 가지 사안은 정부 발표대로 시행된다면 김대중 정부의 인터넷보급과 벤처활성화 정책이 우리나라를 IT강국으로 이끌었듯이 우리나라를 바이오강국으로 만드는 초석이 될 것이다.
첫 번째 사안은 지난 18일에 있었던 제5차 ‘규제개혁 장관회의 및 민관합동 규제개혁 점검회의’에서 발표된 ‘바이오헬스케어 규제혁신과 지원으로 바이오 7대 강국 도약’이라는 식약처의 규제개혁 안이다. 3개 분야 11개 부문으로 된 이 규제개혁안은 바이오헬스케어 산업의 규제개혁 종합판이라 할 수 있다. 요약하자면 제품 연구개발 기간 및 제품 허가 기간 단축과 공중보건에 필요한 치료제의 신속하고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규제개혁안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이 모든 규제완화를 9월 이전에 완료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다.
두 번째는 지난 20일 식품의약안전처가 입법예고한 신의료기술이 적용된 의료기기가 허가 후 바로 의료기관에서 사용될 수 있도록 신의료기술평가를 통합심사하는 것을 골자로 한 '의료기기법 시행규칙' 개정안이다. 필자가 한국바이오협회 상임부회장으로 취임했던 2013년 10월 당시만 하더라도 이 규제는 체외진단제품을 포함한 신의료기기를 생산·판매하는 기업에 대한 대표적인 중복규제로 바이오헬스케어산업 발전에 최대 장애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그런데 이번 규칙 개정을 통해 식약처,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보건의료연구원 위탁), 심평원으로 이어지는 중복 심사를 통합 심사함으로서 의료기기 생산업체는 제품 개발에서 판매까지의 기간이 기존 390∼470일에서 80∼280일로 대폭 줄어 비용 절감은 물론 수출 확대를 통해 큰 수익을 얻을 수 있게 됐다.
물론 박근혜 정부가 미래 먹거리 산업인 바이오산업 육성을 위해 규제개혁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모두가 손뼉치는 것은 아니다. 기존의 규제의 보호 속에 안주했던 이익집단의 반발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5차 규제개혁 장관회의 다음날인 19일 대한약사회가 이사회를 열어 ‘규제개혁 악법 저지를 위해 투쟁위원회’를 구성해 규제 개혁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는 것을 저지하기로 결의했다고 한다. 대한약사회가 문제 삼는 것은 바이오의약품 제조관리자 자격요건을 구체화하여 실질적으로 의사·세균학적 전문기술자도 채용할 수 있도록 한 부분이다.
의약품등의 제조 관리자를 규정한 약사법 제36조는 2008년 2월 29일 이후 4차례의 조문개정을 거쳐 약사와 한의사 외에도 ‘생물학적 제제(바이오 의약품)를 제조하는 제조업의 경우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승인을 받은 의사 또는 세균학적 지식을 가진 전문기술자에게 그 제조 업무를 관리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법 개정 이후에도 시행령이 없어 유명무실했던 조항을 2015년 9월 25일 총리령 ’의약품 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 제42조(안전관리자 등)를 개정해 ’ ‘"총리령으로 정하는 세균학적 지식을 가진 전문기술자"란 4년제 대학(4년제 이상의 대학을 포함한다)의 생화학·미생물학·생명공학·수의학 또는 그와 관련된 학과를 졸업한 자를 말한다’라고 자격조건을 구체화하고 동년 9월 28일부터 시행해 오고 있는 사안이다.
그런데 이 사안에 대해 대한약사회가 바이오제약업계의 제조관리자 고용 문제에 대해 기초적인 사실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이미 법적으로 완결된 문제에 대해 입법저지 하겠다고 한다. 게다가 관련분야를 전공한 전문기술자를 ‘의약품 등의 제조관리자에 비전문인 허용’이라고 호도하고, 나아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전문지식이 없는 무자격자에게 국민건강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의약품 등의 관리를 맡겨 발생하는 피해에 대해 어떻게 책임질 것이냐’고 겁박까지 하고 있다. 대한약사회 지도부가 고의로 사실을 은폐하고 이런 사실을 모르는 약사들을 선동해 다른 목적을 취하려는 것이 아닌지 하는 의심이 기우에 지나지 않기를 바란다.
바이오헬스케어 산업은 전 세계가 주목하는 미래 성장동력 산업으로 연평균 성장률이 9.8%에 달한다. 전 세계 시장 규모는 2014년 말 현재 1조4000억 달러로 자동차, 반도체 화학제품을 합한 규모(1조5000억 달러)와 맞먹는 수준이다. 특히 2024년에는 2조5900억 달러에 달할 만큼 성장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정부는 지난 5차 규제개혁회의에서 발표한대로 차질 없이 규제개혁을 강력히 추진해 바이오헬스케어 산업이 대한민국을 먹여 살리는 산업이 되는데 앞장서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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