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리수용 북한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3일간의 방중일정을 마치고 2일 북한으로 귀국했다. 리 부위원장은 방중 첫날인 5월31일 쑹타오(宋濤)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 부장을 만났다. 이날 저녁에는 왕자루이(王家瑞) 전 대외연락부장과 만찬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중 이틀째인 1일 오후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접견했다. 그리고 2일 머물던 댜오위타이(釣魚台) 국빈관에서 짐을 꾸려 북한으로 귀국했다.
◆대화회복 최대결실
리수용 부위원장의 방중 최대결실은 단연 양국간의 고위급대화채널 복원이 꼽힌다. 그동안 북중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으며 얼어붙을대로 얼어붙었다. 양측의 고위급 교류는 2013년 초 북한의 3차 핵실험 강행과 대표적 친중파로 꼽혀온 장성택에 대한 처형으로 사실상 끊긴 상황이었다. 지난해 10월 중국의 권력서열 5위 류윈산(劉雲山)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 북한의 노동당 창건 70돌 기념식을 계기로 방북해 관계개선의 실마리가 보이는 듯 했지만, 북한의 추가 핵실험 등으로 오히려 더욱 얼어붙었다.
시 주석은 이날 리 부위원장과의 회담에서 "중국은 북중·우호협력관계를 고도로 중시한다"면서 "북한과 함께 노력해 북중 관계를 수호하고 돈독히 하고 발전시키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북중 최고 지도자가 이구동성으로 '관계복원'을 외침에 따라 앞으로 당대 당 교류를 중심으로 한 인적왕래 등이 재개될 가능성이 크다.
◆북핵문제 시각차 여전
일부 베이징 관측통은 리 부위원장이 최근까지도 외무상을 지냈고 사실상 김 위원장의 친서까지 들고온 특사에 준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핵 문제에 대해 북한의 솔직한 입장을 시 주석에게 전달했을 것으로 본다.
강력한 '북핵불용' 입장을 견지해온 시 주석은 "중국의 한반도 문제에 대한 입장은 일관되고 명확하다"면서 관련 국가들의 '냉정과 자제 유지', '동북아지역의 평화안정'을 강조했다. 이는 북한의 '핵-경제' 병진 노선을 결코 수용할 수 없다는 뜻으로 읽힌다.
하지만 조선중앙통신은 2일 리 부위원장이 시 주석과의 담화에서 "노동당 제7차 대회는 우리 당이 시종일관 견지해온 사회주의건설의 총노선, 자주노선, 선군혁명노선, 주체적통일노선, 새로운 병진노선은 추호도 변함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북핵불용과 병진노선은 서로 충돌되는 두개의 개념이다. 시주석은 북핵불용원칙을 재확인했으며, 리 부위원장도 병진노선 입장을 밝힌 셈이다. 양측의 북핵문제를 둔 근본적인 입장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김정은 방중 첫단추
대화채널 복구로 인해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은 첫단추가 꿰어졌다. 하지만 북핵문제를 둔 양국의 입장차가 명확한 만큼 김정은 방중은 상당한 난이도가 존재한다. 시 주석으로서는 북핵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포용하는 모양새를 연출하기는 쉽지 않다.
베이징대 선딩창(沈定昌) 교수는 “이번 만남으로 북한과 정상적인 교류를 하겠다는 시 주석의 의지가 표출됐다”면서도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시 주석의 의지가 퇴색한 것은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인민대 청샤오허(成曉河) 교수도 “북한이 핵을 포기하겠다는 약속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중국이 국제사회에 한 약속을 번복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한편 2일 리 부위원장 접견에는 시 주석을 비롯해 양제츠(楊潔篪) 외교담당 국무위원, 쑹타오(宋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 전 주북 중국대사 출신의 류훙차이(劉洪才) 대외연락부 부부장, 류전민(劉振民) 외교부 부부장, 딩쉐샹(丁薛祥) 중앙판공청 상무부주임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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