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형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왼쪽)과 동생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사진=각 사]
아주경제 이소현 기자 = '금호'라는 상표권을 놓고 법적공방을 벌인 박삼구·찬구 금호가(家) 형제의 상표권 2라운드 승부가 미뤄졌다.
선고를 하루 앞두고 조정 절차에 들어가면서 양사가 합의할 수 있는 한달 간의 조정 기간이 부여됐다.
16일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금호석유화학그룹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4부는 이날 열기로 했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계열사 금호산업이 금호석유화학을 상대로 제기한 상표권이전등록청구소송 항소심 선고를 조정절차로 전환했다. 조정기일은 내달 18일 오후 3시다.
조정이란 법관이나 조정위원의 권유로 양측이 서로 합의토록 하는 것이다. 재판상의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있다. 조정기일은 그동안 진행해 온 서관 409호 법정이 아닌 서관 1901호 판사실에서 열린다.
조정 결정이 난 뒤 2주간 양측이 이의를 신청하지 않으면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이 발생한다. 다만 조정이 성립되지 않으면 재판부는 다시 선고기일을 지정하게 되고 소송 절차로 재전환 된다.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금호석유화학그룹 모두 이날 조정절차 전환 이유에 대해 아직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 양측 관계자들은 "조정절차 전환 소식을 15일 오후 6시가 넘어 알게됐다"며 "조정으로 전환된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당초 선고가 예정일은 창업주 박인천 금호그룹 회장의 32주기 기일과 겹쳐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창업주 기일 당일 아들 박세창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략경영실 사장을 비롯해 주요 경영진들과 광주 운암동 선영에 방문할 계획이다. 앞서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은 주요 경영진들과 함께 지난 10일 창업주 묘소를 찾았다.
한편 금호가 상표권 싸움은 지난 2009년 금호산업이 워크아웃에 들어가게 되면서 시작됐다. 이후 금호석유화학은 브랜드 소유권을 공동으로 갖고 있어 사용료를 낼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 금호산업에 브랜드 사용료 지급을 멈췄다.
이에 이의를 제기한 금호산업으로 인해 금호가의 상표권에 대한 법적공방이 시작됐다. 1심은 지난해 7월 “금호산업과 금호석유화학 사이에 상표 사용을 위한 명의신탁 약정이 체결됐다고 볼만한 문서가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금호산업은 1심 판결 다음 달 바로 항소를 제기했다. 이 결과가 16일 나오기로 했지만 2심 재판부가 조정절차로 전환한 것이다.
금호가 상표권 분쟁은 3년째 이어오고 있다. 이는 상표권 수익이 ‘알짜’인 탓이다. 아시아나항공과 금호타이어가 지난 2012년부터 금호산업에 지급한 상표권 사용료와 향후 1년간 추가로 지급할 금액을 합치면 총 927억원에 달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