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국민은행 명동스타 PB센타 이주하 팀장]
요즘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을 보면 마치 과거 어딘가에서 경험한 듯한 느낌을 받는다. 바로 20년 전 일본 모습이다.
일본경제는 1980년대 후반 대형 호황기에 축적된 자산 버블 붕괴를 기점으로 최근까지 장기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저성장, 저물가, 저투자, 저소비, 저인구 등 '5저(低) 현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 20년 넘게 일본과 함께 동거동락해 온 문제들이다.
이런 문제들이 20년의 시차를 두고 최근 한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과거 수출 주도 고성장을 이끌었던 주력 산업 대부분이 힘을 잃어가고 있다. 국내총생산(GDP)의 8%를 웃도는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는 상황을 미국이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본다면 우리나라의 수출경쟁력의 미래에도 물음표가 달린다.
인구 구조적 측면에서 보면 일본은 1990년대 중반 생산 연령 인구가 감소세로 전환됐고 2000년대 중반에는 총인구가 하락세로 돌아섰다. 한국은 2016~2017년 생산 연령 인구 감소세 전환, 2030년경 총인구의 하락세 전환이 예상된다.
혹자는 일본의 장기불황이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 버블 붕괴로 인해 촉발됐고 대한민국은 일본처럼 자산 가격이 버블 단계까지 오르지 않아 비교에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1990년대 자산 버블 붕괴와 그에 따른 미온적인 정부의 대응이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을 만들었지만, 이후 2000년대 들어서의 저성장은 인구 감소와 그에 따른 생산성 저하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현재 우리나라 고령화 속도가 세계 1위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20년 전 일본과 현재 한국의 비교가 불요(不要)한 일은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일본이 20년간의 장기불황의 터널 속에서 어떤 변화를 겪었고 그 변화 속에서 어떤 산업이 발전해 왔는지를 살펴보면서 앞으로 투자의 맥을 짚어야 한다.
일본의 경우 과거 고도성장기에 보급이 확대 된 TV, 냉장고, 자동차 등 내구재 소비가 1990년 후반 들어 디플레이션 상황에 빠지면서 줄어들기 시작했다. 품목별 가계소비 지출 변화를 보면 장기침체에 접어들면서 식료, 통신, 광열 및 수도, 건강 등 필수적인 소비가 빠르게 늘었다.
또 빠르게 진행된 고령화로 65세 이상 가계가 전체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남에 따라 고령자를 배려한 산업과 안티에이징 관련 식품 또는 화장품의 소비가 증가했다.
명심보감 중에는 '욕지미래 선찰이연(欲知未來 先察已然)'이라는 말이 있다. 미래를 알고 싶다면 먼저 지난 일을 뒤돌아 보라는 뜻이다. 20년 전 일본이 우리보다 앞서 겪은 어려움들을 교훈 삼아 미래를 준비한다면 불황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투자를 할 수 있을 것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