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주경제]이기봉 유성기업 부사장
올해 내 나이가 67세인데 이쯤되면 ‘무엇을 얻겠다’는 욕심보다 ‘주변 사람에게 도움되는 일을 하며 인생을 정리하고 싶다’는 생각이다.
우리나라의 격동기를 거쳐온 소시민으로, 한 가정의 가장으로, 한 회사의 임원으로, 한 교회의 장로로, 살아온 길을 돌아본다.
아쉬웠던 일도 기뻤던 일도 많았지만, 주변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 무엇일지 고민한다.
아내덕분에 신앙생활을 시작해 현재 모 교회 장로로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아내와 자식들 모두 같은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고 있어 은퇴 후 아내와 함께 봉사활동을 하면서 인생의 정리를 했으면 하는 생각이다.
일생을 돌아볼때 가장 회한이 남는 것이 직장생활이다. 1970년 당시만 해도 자동차 엔진 부품업체로서는 대한민국 최고 기술력을 가진 유성기업에 입사해 40여년째 일하고 있다.
유성기업은 57년의 역사를 가진 회사다. 2011년 불법파업과 불법 무단공장점거에 맞서 회사가 직장폐쇄를 하고, 경찰과 노조원간 대규모 유혈사태가 벌어지기전까지 아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은둔형 기업이었다.
대한민국에서 본인이 “내가 성실히 일했다”고 신고만 하면 매월 월급의 10%를 줄 정도로 회사도 직원을 믿었고, 직원도 회사를 믿었던 그런 회사였다.
그러나 2011년 모든 것이 바뀌기 시작했다. 회사가 직장폐쇄를 했는데, 역으로 공장을 점거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경찰에 의해 불법공장점거가 풀려 관리자와 일부 생산직 직원이 아산공장에 들어가 기계를 돌리자, 노동조합원들이 둘러싸고 제품반입·반출은 물론 쌀과 식자재 등의 공장반입을 막았다. 헬기로 식자재를 공수하는 방안까지 고민했던 상황을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또 노조지침을 무시하고 현장에 복귀했다는 이유로 선복귀한 조합원들 핸드폰에 각종 욕설과 협박 문자를 보냈다.
밤이면 밤마다 회사 울타리 철망을 쇠파이프로 두드리며 “오늘 밤에 처들어간다”고 위협했다. 직원이 불안에 떨며 내 얼굴만 볼때는 “납품 일정을 지키지 못하면 회사가 망한다”“회사가 망하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는 일념밖에 없었다.
온갖 협박과 신변 불안을 느끼면서도 나를 믿고 일하던 직원들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안된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당시가 내 인생의 최악일 것으로 생각했다.
직장폐쇄가 끝나고 직원이 모두 돌아오고, 쌓인 앙금을 해소하기위해 전직원이 참여하는 교육 프로그램도 실시하는 등 나름의 노력을 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을 보면서 한 회사의 경영을 책임지는 임원으로 ‘어떻게 저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 하는 인간적 회의가 들 때가 많았다.
노동조합 소속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수십년 함께 근무한 고참이나 형님으로 모시던 연장자에게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한다. 또 집단으로 폭행을 가하고, 악덕관리자를 뽑는다고 투표를 하고, 그 내용을 식당에 게재해 씻을 수 없는 모욕감으로 상처를 준다.
이 뿐인가? 특정관리자가 사는 아파트 입구에서 한 가장을 부도덕한 파렴치한으로 묘사한 문구의 피켓시위를 한다. 어린 자녀가 “아빠가 나쁜 사람이야?”하며 우는 것을 보고 더 이상 회사를 못 다니겠다고 사표를 들고 온 직원도 있었다.
특히 가슴이 아픈 것은 지금도 현장에서 가족과 단란한 가정생활을 꿈꾸며 직장에 출근하는 직원들에게 즐거운 일터가 되지 못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파업하고,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늦게까지 일하거나 주말까지 나와서 일을 해야 한다.
그 뿐인가? 소속이 다른 조합원에 대한 비인간적인 욕설과 폭행, 참다못해 검찰에 고소했다는 이유로 보복성 폭행과 감금을 당하는 일이 여전하다.
검찰로부터 벌금을 구형받은 직원이 200명이 넘고,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 직원도 늘어가는 상황이다.
나는 소망하고 기도한다. 본인의 주장이 정당하고 옳은 일이라도, 법이 정한 방법을 따르지 않으면 불법행위가 되는 것이 대한민국 법이다. 더이상 우리 직원이 본인의 주장을 위해 법을 위반하며 사법기관의 처벌을 받지 않기를…
나는 소망하고 기도한다. 지금이라도 같이 근무하는 직원에 대한 비인간적이고 폭력적인 행위를 중단하고, 함께 즐거운 직장을 만들 방법이 없는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기를…
나는 소망하고 기도한다. 자신의 억울함만 보지말고, 상대방의 억울함을 살펴보고 서로 이해와 용서를 하는 그런 날이 속히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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