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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가 자체 제작사 '몬스터 유니온'을 설립하자 외주제작사들이 극심하게 반발하고 있다[사진=KBS 사옥 모습]
아주경제 김아름 기자 = 최근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를 비롯해 한국방송영상제작사협회(구 독립제작사협회), 한국독립PD협회 등 방송 외주제작사 3개 단체(이하 외주제작사협회)와 참여연대 등이 KBS의 새로운 방송콘텐츠 제작사 ‘몬스터 유니온’ 설립에 반대하고 있다.
앞서 KBS는 “대작 드라마와 국민 예능 등 강력한 방송 콘텐츠의 기획, 제작을 목표로 하는 제작사다. 사전 제작 시스템으로 콘텐츠의 완성도를 끌어올려 경쟁력을 강화하고, 다양한 부가판권 및 미디어 사업을 전개할 계획이다”라며 ‘몬스터 유니온’ 설립을 발표하고 8월부터 가동할 예정임을 알렸다. KBS는 기존의 외주제작사와 공동기획, 공동제작을 통한 다양한 상생프로젝트도 기획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하지만 외주제작사협회는 ‘몬스터 유니온’의 설립을 강하게 반대했다. KBS 측의 말처럼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콘텐츠라면 순기능 할 수도 있는데, 왜 외주제작사협회는 KBS의 이같은 행보에 반대하고 있는 것일까.
△ ‘몬스터 유니온’, 외주제작사 집어삼키는 포식자 될 우려
먼저 KBS가 ‘몬스터 유니온’을 통해 제작할 예능 및 드라마 제작이 외주제작사를 위축시키게 만드는 모양새가 될 것은 뻔하다.
앞서 ‘몬스터 유니온’은 KBS와 차별화 되는 독립된 특유의 색깔과 문화를 가진 콘텐츠 조직으로 운영될 계획이라고 밝히며, 굵직한 예능 프로그램을 위주로 제작하겠다고 공표했다. 더불어 드라마 역시 1년에 많아야 두 세 편 정도 제작할 거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지만 그래도 ‘몬스터 유니온’ 설립은 외주제작 시장 자체의 몸집을 줄어들게 만드는 형태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
KBS의 경우 가장 큰 강점인 플랫폼을 소유하고 있는 상태에서 프로그램 제작을 시작하고 확대한다면 기존의 플랫폼들도 사실상 죽는 꼴이 된다. 더불어 KBS가 몬스터 유니온을 직접 설립하고 나설 경우 현재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총 100개 가량의 외주제작사가 설 자리가 없어진다는 게 가장 중요한 반대의 이유다.
△ 수신료 받는 공영방송 KBS, 이익 창출 사업 이치에 맞는가?
또, 외주제작사협회 측의 ‘몬스터 유니온’ 반대 의견 중 하나는 수신료를 받고 운영되는 공영방송인 KBS가 이익 창출이 되는 사업을 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KBS 측에서 ‘몬스터 유니온’은 한류 콘텐츠 혹은 대형 콘텐츠 위주로 제작을 하기 때문에 외주제작사들이 걱정하는 외주제작 침해를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외주제작사협회 측은 그간의 방송사 관행을 비추어 봤을 때 피해가 안 온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앞서 외주제작사협회 측은 “물론 방송사도 적자로 인해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거대 방송사와 외주제작사 등 모두가 상생발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공영방송 KBS가 제작사를 설립한다는 것은 외주제작 시장 자체를 없애기 위한 포식자 노릇을 하는 일이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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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는 외주제작사의 반발에 '상생모델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사진=KBS]
그러면서 “적자 때문에 제작사를 직접 설립한다지만 이것으로는 절대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KBS가 적자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구조조정 하는 게 맞다. 공영방송인 KBS가 제작사를 설립할 것이라면 시청료(수신료)를 포기하라는 말을 하고 싶다”고 강하게 의견을 피력했다.
여기다 KBS의 ‘몬스터 유니온’ 설립으로 타 방송사들도 제작사를 설립하려는 유혹을 가져올 수 있다는 가능성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이미 복수의 방송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SBS 역시 KBS ‘몬스터 유니온’과 마찬가지로 제작사 설립을 위해 준비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향후 타 방송사들도 하나 둘 씩 자체 콘텐츠 제작사를 생산하고 나설 것이기 때문에 국내 외주 제작사의 콘텐츠 생산 및 제작비 축소 등의 사태는 불 보듯 뻔하다는 것.
이처럼 ‘몬스터 유니온’ 설립이 방송가에서 큰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29일 KBS와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한국방송영상제작사협회, 독립PD협회 (이하 외주제작사 협회)등 3개 단체 회장단이 ‘몬스터 유니온’ 설립 등과 관련해 미팅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KBS 전진국 부사장을 비롯해 홍기석 본부장, 콘텐츠 사업국 송재헌 국장과 한국 드라마 제작사 협회를 대표해 안제현 삼화네트웍스 대표, 안인배 한국방송영상제작사협회 회장, 송규학 독립PD협회 회장이 참석해 ‘몬스터 유니온’ 설립 등으로 인한 상생 모델 등에 관련해 긴시간 대화를 했지만 대안을 찾지 못한채 제자리 걸음만 했다.
이같은 갈등속에 KBS 역시 외주 제작사 협회들의 반대 입장에서 “KBS가 ‘몬스터 유니온’이라는 제작사를 설립한 것은 국내 콘텐츠 제작기반은 해외자본이 밀물처럼 몰려오면서 급속히 잠식하고 거대 자본을 앞세운 마구잡이식 외주사 사냥이 장기적으로 국내 제작환경의 피폐화를 가져올 것이며, 블록버스터급 한류 콘텐츠가 만들어져도 그 과실은 온전히 해외자본이 가져가는 결과를 초래하는 현실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절박한 인식에 따른 것”이라며 “‘몬스터 유니온’은 향후 국내 외주 제작사들과 협업을 통해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상생모델을 만들어 갈 것”이라는 자체 제작사 설립의 당위와 원칙론과 내놓고 있다.
현재의 상황들에 대해 한 외주제작사 관계자는 “KBS가 외주제작사와 상생 하겠다는 기사들이 나오고 있지만 현재까지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우리 협회들이 안심하거나 동의할만한 모델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원론적인 이야기들만 하고 있다”며 “KBS와의 미팅을 안하는 것보단 낫지만, 상당한 온도차만 확인할 뿐이다. KBS는 여전히 본인들 사정이 어렵다고만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종합편성채널이 생기기 전까지, 현재의 방송시장 구조로 사업이 성장하는 데에는 방송사보다 외주제작사들의 노력이 컸다는 걸 간과하고 있다. 지금 KBS의 ‘몬스터 유니온’ 운영은 한 극장이 영화에 투자를 하는 것과 비슷한 행태다”라고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뜻을 전달했다.
KBS는 외주제작사들의 반대 입장에서 “KBS가 ‘몬스터 유니온’이라는 제작사를 설립한 것은 국내 콘텐츠 제작기반은 해외자본이 밑물처럼 몰려오면서 급속히 잠식하고 거대 자본을 앞세운 마구잡이식 외주사 사냥이 장기적으로 국내 제작환경의 피폐화를 가져올 것이며, 블록버스터급 한류 콘텐츠가 만들어져도 그 과실은 온전히 해외자본이 가져가는 결과를 초래하는 현실을 더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절박한 인식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KBS가 자체제작사 설립 취지인 "한류콘텐츠 보호" 보다 콘텐츠의 바다인 국내 외주제작사의 씨를 말리지 않을까 우려된다. KBS '몬스터 유니온'은 과연 한류와 세계 방송콘텐츠를 다잡는 거물이 될까, 회사이름처럼 국내 외주제작사만 집어삼키는 괴물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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