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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홍욱 관세청장[사진=관세청]
모든 회계장부와 재고관리가 정상이었지만, 검증 결과는 원산지 불충족이었고, 특혜관세가 배제됐다.
원재료로 국내산 원사(Yarn)를 사용했지만, 증빙자료가 없었기 때문이다.
FTA 원산지 검증은 대부분 수출입기업에 생소한 말이다.
이는 △해당 물품이 원산지 결정기준에 맞는지 △수출업체가 증명자격이 있는지 △수출입당사국간 직접 운송이 이뤄졌는지 등 다양한 요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FTA는 우리 수출기업이 경제영토를 넓히고 가격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기회를 제공한다. 하지만 ‘기회’가 ‘위기’로 바뀌지 않도록 상대국의 원산지 검증에 미리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원산지 검증 결과, 특혜가 배제될 경우 과세처분은 상대국의 수입자가 받지만 손해배상청구, 거래중단 등을 통해 수출자도 직간접적인 타격을 받게 된다.
특히 한·미, 한·EU FTA 협정이 발효된지 각각 4, 5년이 지난 상황에서 양 협정 모두 5년간 증빙자료를 보관토록 해 향후 수년간 상대국의 본격적인 원산지검증이 있을 수 있다.
올해 한국무역협회가 4월 FTA 활용기업 351개에 대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67.3%가 FTA원산지관리 필요성을 공감하지만, 32.8%만이 원산지 사후검증에 대응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검증 대응이 어려운 이유로 △전문인력 부족 △협력사 관리 애로 △원산지관리시스템 도입비용 등이 꼽혔다.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경제여건이 어렵다보니 기업 입장에서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또는 있더라도 수년 후에야 진행될 원산지 검증에 대비하는 것은 후순위로 밀린다.
하지만 특혜 배제가 됐을 때 과거 최대 5년간 면제받던, 높게는 수십에서 수백 퍼센트에 달하는 관세를 모두 납부해야 하기 때문에 사전에 철저한 주의가 필요하다.
원산지 검증 대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객관적인 입증자료를 작성하고 보관하는 것이다.
국내 소재한 공장에서 제조했으니 당연히 한국산이라고 안심할 수 없다. 수출업체는 △수출물품의 품목분류가 정확한지 △그 품목분류에 해당하는 원산지결정기준이 무엇인지 △원산지결정기준이 세번변경이라면 개별 원재료의 품목분류가 무엇인지 등을 증명해야 한다.
또 △부가가치기준이라면 재료명세서 상의 재료원가가 정확하게 반영됐는지 △원산지증명서는 유효하게 발급됐는지 등에 대한 증빙자료를 갖춰야 한다. 품목분류, FTA협정, 재무·회계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요구된다.
원산지관리를 위해 기업 자체적으로 직원의 전문성을 제고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러나 인력과 재원이 부족한 중소기업에게는 너무나 버거운 일이다.
중소기업의 FTA 수출활용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도 이런 이유다. 중소기업의 원산지관리가 중요한 이유는 수출기업이 중소기업으로부터 부분품을 납품받아 수출물품을 제조하는 경우가 많은데, 부분품의 원산지부터 증명이 돼야 완제품도 원산지를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중소기업의 원산지검증 대비를 위해 다양한 제도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이를 잘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관세청은 사전심사제도를 통해 해당 물품의 품목분류와 원산지를 사전에 안내해 기업의 자체 판단에 따른 오류를 예방하고 있다.
또 원산지관리가 우수한 기업을 인증, 원산지증명서 발급시 필요서류를 간소화하는 원산지 인증수출자 제도를 운영한다.
원산지관리시스템인 FTA-PASS도 무료로 설치해 중소기업을 지원한다. 특히 전국 세관의 기업 컨설팅 및 교육을 통해 지난해 1만400여개 기업, 1만여명의 실무담당자에게 도움을 제공했다.
지원 프로그램은 관세청 홈페이지 FTA 포털 또는 상담전화 125번을 통해 쉽게 알 수 있다.
자유무역협정은 영어로 'Free Trade Agreement'이지만, 혜택은 공짜(free)가 아니다. 원산지 사후검증에 대비, 내부시스템을 갖추고 제반 기록을 유지하며 전문성 있는 직원을 채용하는 것은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이런 비용은 관세인하 혜택에 대한 합당한 대가다. 대내외 여건이 어려운 시기이지만, 기업 활동은 흔들림없이 나아가야 하고 미래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 그 중 하나가 FTA 원산지 검증에 대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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