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리포트] 비트코인 천국인줄 알았더니...규제 카드 꺼낸 중국,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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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정 기자
입력 2017-09-27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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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트코인 시장 막강 영향력 중국...당국 거래소 폐쇄 등 돌연 규제

  • 인민銀, 관영언론 잇따라 리스크 경고...실물경제 악영향, 19차 당대회 등 고려

  • 장외거래 가능, 가상화폐 불법화는 아냐...but 단속 강화 가능성 커

[사진=아주경제 DB]


비트코인 거래가 한국으로 몰리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이 고공행진하고 거품과 리스크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한국 비트코인 거래시장이 중국을 넘어 세계 3위로 올라섰다는 소식이다. 한국이 세계 3대 비트코인 거래시장이 된 것은 중국 당국이 돌연 비트코인 거래소를 폐쇄하는 등 강력한 규제에 나선 때문이다. 중국 시장 거래량 상당액이 일본은 물론 한국까지 흘러 들어온 것. 이미 8년간 시장에서 살아남아 세계 시장이 주목하는 존재가 됐지만 지금까지도 그 정의와 가치가 명확하지 않은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중국은 이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으며 왜 갑자기 태도를 바꾼 것일까.

◇ 단속 칼날 꺼내든 중국, 출렁이는 비트코인
 

[출처: 하오123비트코인]


올해 비트코인 가격 상승곡선은 무서울 정도였다. 지난 3월 1000달러를 밑도는 수준에서 7월에 3000달러를 웃돌더니 9월 1일에 4950.72달러로 5000달러에 육박했다. 6개월새 무려 5.2배로 뛴 것이다. 지나치게 가파른 상승세도 불안하지만 최근 중국발 악재로 출렁대면서 시장을 긴장시켰다.

한 때 비트코인 거래의 90% 이상이 위안화로 이뤄졌을 정도로 시장에서의 중국의 영향력은 막강했다. 중국 내 비트코인 가격이 1일 30800위안으로 높은 수준을 보였고 당국이 잇따라 규제 조치를 취하면서 16일 19570위안까지 떨어진 것과 글로벌 비트코인 가격 흐름이 거의 일치했음이 이를 잘 보여준다.

조짐은 있었다. 비트코인 가격이 치솟고 신규가상화폐공개(ICO Initial Coin Offering) 광풍이 불던 지난달 17일 중국 관영언론 신화사는 관련 기사를 통해 "비트코인 거래소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관련 리스크가 점점 금융시장으로 스며들고 있다"면서 "일부 거래소는 조건없이 회원들을 부추겨 고(高)레버리지 투자를 유도하고 뒤에서 시장을 조종하는 가짜 거래를 일삼는다"고 고발했다. 

지난 4일에는 인민은행이 일종의 크라우드 펀딩인 ICO를 불법으로 규정하면서 본격적인 규제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중국인터넷금융협회는 13일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리스크 방지에 관한 알림'을 공개하고 "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가 돈세탁, 마약매매, 밀매, 불법 자금조달 등에 악용되고 다수 거래소가 합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고 설립됐다"며 "회원들은 소위 가상화폐 관련 거래에 나서거나 관련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기를 호소한다"는 입장을 냈다.

이러한 분위기를 타고 지난 15일 중국 3대 가상화폐 거래소 중 하나인 BTCC(비트코인차이나)가 오는 30일부터 모든 비트코인 거래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훠비왕(火幣網)과 OK코인도 내달 31일까지 점진적으로 비트코인의 위안화 거래를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이들 3대 거래소가 중국 전체 가상화폐 거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60%다.

이는 당국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추정된다. 매일재경망(每日財經網)의 17일 보도에 따르면 베이징과 상하이시 금융 당국이 지난 15일 각 거래소와 접촉해 오는 20일까지 관련 리스크를 해소할 '조정안'을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거래소가 자발적으로 문을 닫고 있다는 설명이다. 

◇ 거래 '활기' 넘치더니...갑자기 왜?
 

중국 중앙은행 인민은행. [사진=신화통신]



# “비트코인은 튤립 버블보다 나쁜 사기다”
# “비트코인은 투자구조가 다단계 피라미드와 비슷하고 가격변동이 심해 가치판단이 어렵다”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에서 나온 목소리다. 사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에 대한 전문가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린다. JP모건 애널리스트였던 톰 리는 이와 반대로 “앞으로 5년 내 가상화폐 가치가 600% 폭등한다”는 장미빛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지난해 9월 600달러에서 이달 초 4950달러, 중국발 악재에 급락했지만 여전히 고가인 비트코인 가격이 여기서 6배나 더 뛴다니 솔깃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가상화폐 거래 확대가 리스크 증가 등 부정적인 면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시장 규모가 커지고 부작용이 속출하면서 중국 금융·실물경제까지 영향을 미칠까 우려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내달 18일 열리는 중국 공산당 19차 전국대표대회(19차 당대회)를 앞두고 시장 안정을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왔다. 북핵으로 세계가 들썩이는 가운데 비트코인이 북한의 돈줄로 악용될 가능성이 제기된 것도 당국의 결단을 부추겼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국 관영 신화사는 "금융 당국이 가상화폐 거래소를 통한 비트코인 투자가 투기행위에 해당하며 경제적 실익보다 훨씬 큰 금융 리스크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최근 보도했다.

업계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중국의 98%에 달하는 가상화폐 거래가 비트코인 거래소를 통해 이뤄지고 거래소에서는 비트코인의 본원통화로의 교환, ICO 등 다양한 거래를 누구나 쉽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장점이자 가장 큰 단점으로 쉬운 진입은 소수로 국한됐던 투자자 범위를 대중으로 빠르게 확대했다. 문제가 생겼을 경우 영향을 줄 수 있는 범위가 커졌다는 의미다. 또, 투기는 물론 각종 범죄에 쉽게 이용될 수 있고 실제 통화가 아니라는 점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 당국이 비트코인에 고개를 가로저은 것은 사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3년 인민은행은 비트코인 등을 통화로 인정하지 않고 '가상화폐'라고 분류를 명확히 했다. 인민은행은 ‘비트코인 리스크 예방에 관한 통지’를 발표하고 “비트코인은 통화가 아니며 특별한 가상상품일 뿐”이라며 “통화시장에서 유통이 불가능하고 금융기관 역시 이를 기반으로 관련 업무를 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후 관련 기관에 비트코인 등의 리스크를 강조하고 관리·감독 조치를 취하도록 지시했다. 

그리고 다시 2017년 당국이 거래소 폐쇄라는 강수를 들고 나온 것. 리양(李揚) 국가금융발전실험실 이사장은 "비트코인은 통화의 필요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면서 "우선 가치가 안정적이지 않고 금융 시장은 물론 거시경제 전체의 안정까지 위협할 수 있다"며 당연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리 이사장은 지난 15일 열린 ‘중국 핀테크 50인 포럼(CFT50)’에서 이렇게 말하고 “최근의 비트코인은 그저 투기 자산만 늘릴 뿐”이라며 “관리 당국은 비트코인 거래소와 발행주체가 실물경제에 그 어떤 이익을 안겨주지 못하고 기술적으로만 선진화됐다는 점 등을 고려해 엄격하게 단속하고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중국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가상화폐 단속 ·관리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화사는 범죄와의 연계성을 가장 우려했다. 비트코인 투기 열기가 과열되면서 범죄에 연루될 확률이 높아지고 범죄를 위한 새로운 ‘조수’로 자리잡았다고 일침했다. 미국에서 대마를 구입하고 네덜란드에서 마약을 밀매하며 조폭이 각종 군수물자를 구매하는 데 있어서 비트코인이 지불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비트코인 거래의 보안성을 보장하는 블록체인이 오히려 거래기록 추적 난이도를 높여 범죄 집단이나 해커들이 선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비트코인 추적업체 엘립픽(Elliptic) 관계자는 “범죄자들이 현금이나 수표를 쓰지 않고 비트코인을 선호한다”면서 “익명성이 보장되고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블록체인 스타트업이자 최근 ICO 분야에 뛰어든 테조스(Tezos) 관계자도 “비트코인의 존재하기 때문에 일부 사람들이 나쁜 짓을 쉽게 하고 은행 계좌없이 돈을 거래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황전(黃震) 중국 중앙재경대 금융법연구소 소장은 “최근 중국의 비트코인 투자자는 정책이 어떻게 변하든 상관없이 장기 전망을 낙관하는 투자자와 단기적 이익을 노리는 투기꾼으로 분류할 수 있다”면서 “중국 당국이 가상화폐에 'No'라고 외치고 ICO, 비트코인 거래소 폐쇄를 선언한 것은 중국 투자자의 이익을 보호하고 관련 리스크가 금융 시스템 전반까지 번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상화페가 주권국가의 통화발행권에 도전하고 통화발행의 ‘탈(脫)국가화’를 조장하는 것도 허용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 돈은 어디로 가나, 전망은

그렇다면 중국 비트코인 시장에 몰렸던 거액의 돈은 사라졌을까? 일각에서는 비트코인 거래소 폐쇄 등 조치가 중국 증시 등 금융시장에 상승기류를 몰고 올 ‘호재’가 아니냐는 추측도 내놨지만 아직까지 그런 조짐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일단은 장외거래가 늘고 해외 가상화폐 시장으로 투자자의 시선이 쏠리는 분위기다. 한국의 비트코인 거래량이 중국을 넘어 3위에 올라섰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최근 중국 당국이 폐쇄를 선언한 것은 가상화폐와 법정통화간 거래 플랫폼이다. 비트코인과 가상자산 자체가 불법이라고 밝히지 않았고 가상화폐의 해외 거래를 금지한 것도 아니다. 이는 비트코인 거래의 여지를 남겨둔 것이라고 중국 언론은 분석했다.

앞서 당국 규제설이 흘러나올 당시 훠비왕 관계자는 “소문이 사실이더라도 비트코인 거래는 여전히 합법일 것”이라며 “보유한 비트코인은 P2P (개인 대 개인) 방식으로 현금화가 가능하고 플랫폼도 고객에게 합법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전환될 수 있다”고 답한 바 있다.

장외거래를 선호해온 한 중국인 투자자는 “가상화폐의 장외거래는 여전히 존재하고 사실 거액 거래는 주로 해외시장에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공개시장에는 거래 상한선이 있는데 이는 1회 거래액이 너무 클 경우 가격의 급변동을 유발해 투자자가 불필요한 손실을 입는 것을 방지하는 조치다. 또, 장외거래는 현금화 등 절차에 드는 비용도 줄일 수 있어 효율적이라고 덧붙였다. 

북경상보(北京商報)는 일부 투자자들이 거래소 폐쇄 등 규제에 따른 비트코인 가격 하락을 기회로 보고 장외거래를 하거나 해외시장으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18일 보도했다. 온라인 거래로 비트코인 보유자라면 해외시장에 눈을 돌리는 것은 당연한 순리라는 지적이다. 만약 수 백만의 투자자가 해외 시장으로 뛰어든다면 관리·감독 난이도가 훨씬 높아질 수 있다. 거래가 달러로 이뤄져 외화유출 리스크를 키울 수도 있다. 

장외거래도 우려된다. 비트코인 투자관리 전문가인 쑨쩌위(孫澤宇)씨 “장외거래는 거래소를 거치지 않고 투자자A와 투자자B가 직접 비트코인과 현금을 거래하는 방식으로 웨이신, QQ 등 메신저를 이용해 거래가 가능하다"면서 "제3자를 통한 담보 등으로 신용을 보증한다”고 설명했다. 장외거래의 가장 큰 리스크는 당국의 단속 대상이 아니라는 점으로 받은 돈이 정당한 돈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고 거래가 실패할 경우 보증인에게 피해가 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중국 당국이 비트코인 채굴은 물론 장외거래 등 전부를 금지할 가능성도 농후하다는 데 시장 의견이 쏠리는 분위기다. 국내 거래 중단이 또 다른 리스크를 야기할 수 있어 단계적으로 가상화폐 거래 전면금지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규제가 강화되더라도 가상화폐를 완전히 통제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비트코인 전문가 존 맥아피의 발언을 인용해 “중국 당국의 비트코인 규제는 1920년~1933년 미국의 주류금지 조치를 떠올리게 한다”면서 “당시 미국은 규제로 주류 소비를 막지 못했고 오히려 조직화된 범죄만 양산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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