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회담 특집] "이번 회담 상징적 의미가 가장 커"…"추후 주변국들의 협력 문제도 중요"

  • 싱가포르 교수진 현지 인터뷰…"동남아시아 지역의 위상도 높아질 것"

6·12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전세계의 눈이 싱가포르로 쏠렸다. 북한과 미국 정상의 역사적 첫만남을 바라보는 시각은 설렘과 기대, 그리고 비관적 전망까지 다양하다. 그렇다면 세기의 회담을 치르게 된 싱가포르 현지 전문가들의 시선은 어떨까? 아주경제는 싱가포르의 대표적 대학의 교수진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싱가포르 현지에서 바라보는 첫 북·미정상회담의 의미와 전망에 대해 들어보았다.

 

싱가포르국립대학교 정치외교학 부학과장 총자이안 [사진=총자이안 교수 제공 ]



- 이번 정상회담의 역사적‧정치적 의의는 무엇이라고 보나? 

“북한과 미국 정부의 수반이 처음 만난다는 점은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하며, 이번 회담이 좋은 성과를 거두게 될 경우 동아시아 지역이 (세계적으로) 주목을 더 받을 수 있다고 본다. 또한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지역이 더 평화로워질 경우 안보적 측면에서 우려해야 할 것이 줄어든다는 것도 긍정적이라고 본다. 

싱가포르에 있어서 이번 회담은 싱가포르의 위상을 높이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정상회담은 2001년부터 매년 진행되고 있는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세계무역기구(WTO) 회의, 1994년 양안이 만난 왕구회담, 2015년 양안 정상회담 등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 정상 회담 후보지로 싱가포르가 선정된 결정적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싱가포르가 중립적일 뿐만 아니라 회의에 도움이 되는 기반 시설과 물류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선정되었다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중요한 것은, 싱가포르가 반대 의견과 언론에 대한 엄격한 통제권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선정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최근 통과된 법에 따르면, 경찰이 평화 시위자들에게도 합법적으로 치명적인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 이는 필요한 경우, 공개하는 정보의 범위를 좀 더 제한할 수 있고 회담이 성공적이라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상황을 보다 유리하게 관리하기 쉽다.  

싱가포르는 또한 미국과 북한 모두에게 편한 상대다. 싱가포르는 전략적 이슈를 포함한 다양한 문제에 있어서 미국의 오랜 파트너다. 동시에 북한과 외교 관계를 맺고 있으며 북한 대사가 주재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싱가포르는 북한과 거래를 해왔으며 북한에 투자하는 회사들도 있다.” 
 
- 북-미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고 있나? 

“개인적으로 이번 만남에서 극적인 해결책이 나올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북한 핵문제의 해결에 대한 실질적 진척을 당장 이루기는 힘들 것이다. 다만 양국이 한반도의 평화에 대한 공통적 이해관계를 원칙적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수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현 시점에서 북한의 체제안정을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은 주한미군의 완전 철수밖에 없다고 본다. 그러나 완전하고 검증하능하며 불가역적 비핵화(CVID)나 북한의 대규모 군비 축소 없이 주한미군을 철수할 경우, 북한을 과연 믿을 수 있을 것인지도 불분명하다. 이 때 합의는 파기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또 회담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 다른 주요 이해 당사자들이 배제되거나, 이들에게 손해가 발생할 경우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들이 합의에 대해 불만을 가질 경우 문제는 더 복잡해질 수 있다.” 

- 이해 당사자들은 주변 국가를 의미하는가? 

“그렇다. 중국, 러시아, 일본, 한국이 이해 당사자들이다. 예를 들어 중국과 러시아의 경우 북한에 대한 영향력 상실, 일본의 경우 북한의 미사일 발사나 일본인 납치 사건, 한국의 경우 코리아 패싱(예를 들어 주한 미군 문제나 북한의 군사 배치 문제 등)이 발생할 경우 반발할 수 있다. 

이들이 불만을 품을 경우 북한과의 위기를 일부러 더 고조시킬 가능성도 있다. 혹은 북한과 미국이 합의해 제안한 것들을 거부할 수도 있다. 북·미 간 협정이 성사된 이후에도 주변 이해당사자들이 협정의 위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도 이런 사례는 많다. 1956년 베트남 통일 국민투표를 주관한 제네바 협정도 다른 외부 이해관계자들의 압력으로 당초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은 것 등이 대표적이다.” 

- 이전 북한과의 대화 시도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 북한의 예측할 수 없는 행위(예: 핵 실험 실행)로 인해 종종 실패로 이어졌다. 다가오는 정상회담에서 그러한 과정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나?

“그러한 가능성은 분명히 있다. 오히려 미국도 똑같이 행동할 수 있기 때문에 그 가능성은 더 커졌다.”

 

케빈 블랙번 (Kevin Blackburn) (국립교육연구소(NIE) 부교수, 난양기술대학교(NTU) 부교수) [사진=케빈 블랙번 교수 제공 ]


 
싱가포르 역사를 전공하고 있으며, 국립교육연구소(NIE) 부교수와 난양기술대학교(NTU) 부교수를 맡고 있는 케빈 블랙번(Kevin Blackburn) 교수는 이번 회담이 싱가포르로서는 신뢰할 수 있는 중립국이라는 위상을 확보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싱가포르가 이번 회담의 장소로 선정된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는가? 

“싱가포르는 이전부터 이와 비슷한 일들을 해왔다. 중국과 대만의 자연스러운 중개자 역할을 하면서 만남의 장소를 제공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에 북한과 미국이 만난다는 것은 솔직히 조금 놀랐다. 북한과 미국이 이곳을 택한 이유 중 하나는 중국과 대만 정상회담이 성공적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1993년 왕구회담은 양국 관계에 정책적 변화를 가져오기도 했다.

공식적 동맹은 아니지만, 싱가포르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안보 체제의 일부를 차지하고 있다. 내가 보기에 싱가포르는 모든 국가들과 우호적인 중립 국가로서의 이미지를 내세우고 싶어하는데, 이번 회담이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 이번 회담이 가지는 의의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이번 회담은 아마도 한국 전쟁을 끝내는 가장 상징적 첫 걸음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15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마잉주 당시 대만 총통의 정상회담과 비슷하게, 실질적인 성과와 결과보다는 상직적 의미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 역시 이번 회담을 개최하면서 얻게 되는 것이 많다. 동남아시아에서 이같은 수준의 고위급 회담을 열 수 있는 곳은 없다. 싱가포르의 위상 자체가 높아지는 것이며,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국가가 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전대미문의 회담을 열게됨으로 해서 기존의 다른 유럽 국가와 비슷한 신뢰도를 얻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는 현역 미국 대통령이 처음으로 북한의 정상을 만나는 일이기 때문에 의미가 깊으며, 부디 이번 회담이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위한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 

- 싱가포르에서 연구하는 학자로 이번 회담이 가지는 파급력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일반적으로 북유럽이나 다른 유럽에 있는 중립국들이 이러한 정상회담의 장소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2015년 중국과 대만 정상회담에 이어 북한과 미국 정상의 만남을 주선하게 되면서, 싱가포르의 위상은 매우 높아질 것이다. 김정은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말레이시아에서 살해되면서 동남아 지역의 안보가 상당 부분 훼손됐다. 그러나 이번 회담을 계기로 상당 부분 이미지를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특히 이번 회담으로 인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국가들의 자긍심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와 다른 아세안 국가들은 지난 40년 동안 역내에서 전쟁을 치른 바 없으며, 유럽연합(EU) 못지 않은 외교적 통합력을 가지고 있다. 이번 회담은 이러한 아세안 국가들의 자긍심을 더 높여줄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 특별취재팀 = 윤은숙, 박은주, 강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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