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우의 미·중관계 大분석] ⑤미국, 대중국 정책의 궁극적인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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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우 경희대 국제정치학 교수
입력 2018-12-19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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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중국 개혁개방 추진으로 민주주의·시장경제 국가되길 원해

  • 중국 변해야 美, 中 시장 석권 가능, 달라진 중국이 세계 평화에도 기여

[사진=연합뉴스]



미국 외교의 전략적 목표가 미국의 가치가 투영된 민주주의 '세계'를 만드는 것이라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이미 잘 알고 있다. 이 목표는 냉전 시기는 물론 냉전 이후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목표의 기본적인 구성 요소는 자유(liberty), 자유의 보장(freedom)과 민주주의(democracy)이다. 미국은 이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시장경제체제(market economy)의 확립과 인권(human rights) 보장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인류는 미국이 이러한 가치의 수호와 구현을 이유로 무력동원을 불사하고 전쟁을 정당화하는 경우를 수없이 목격했다.

미국의 목표 실현에 있어 중국도 예외가 아니다. 중국이 민주주의 이념과 상반(?)된 공산주의 국가였음에도 불구하고 건국 초기부터 수교를 모색할 수 있었던 이유다. 하지만 실패했고, 미국은 관계가 회복될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1970년에 관계 정상화의 기회가 찾아왔고, 미국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이후 1979년 미·중 양국이 수교하고 중국의 개혁·개방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서, 미국은 전략적 목표를 달성할 토대를 자연스럽게 다졌다. 

이후 미국의 대(對)중국 전략 목표는 일관되게 견지됐다. 구체적으로는 중국과의 지속적인 접촉과 교류로 중국의 개방과 개혁을 견인하는 동시에 중국의 정치적 변혁을 이끌어 민주주의적 가치와 시장경제체제가 안착한 민주주의 국가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이 같은 전략적 목표를 담은 미국의 대중국 정책을 ‘포용(관여)정책(engagement policy)’이라고 한다.

미국의 포용정책은 냉전시기에는 암묵적으로 추진됐다. 중국의 개혁·개방 의지에 불안감과 불확실성이 조성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최소화하고자 노골적인 접근을 최대한 피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1989년에 중국이 사상 처음으로 겪은 민주화운동의 배후 세력으로 미국이 언급되기도 했다. 당시 중국 당국은 ‘천안문 사태’가 미국이 ‘화평연변(和平演變·무력이 아닌 사상침투 등의 정치적 수단으로 공산체제를 전복시키려는 평화적 시도)’을 기도한 결과라고 규정했다. 이는 미국의 대중국 정책의 전략적 목표를 중국이 인지했음을 엿볼 수 있는 증거다.  

탈냉전 시기부터 미국의 포용정책은 노골화되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취임 후 이를 미국의 대중국 정책의 기조라고 선언했고, 중국의 인권 개선이 공식적인 주요 의제로 등장하게 됐다. 당시 미국의 중국 포용정책은 '중국이 지속적인 개혁과 개방을 견지하면 대외적인 접촉과 교류의 증가가 민주주의와 자유의 가치를 수용할 기회의 증대로 이어져 민주주의 국가로 전환될 수 있는 가능성도 이에 따라 커질 것'이라는 신념을 바탕으로 했다. 

클린턴 정부 이후 미국의 모든 국가전략보고서에서 개혁·개방을 통한 중국의 발전과 번영을 환영한다는 문구가 등장하는 것도 미국의 포용정책에 대한 확신을 반영한다. 미국에게 개혁·개방이 견지되는 한 중국의 부상을 포용할 의지가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를 달리 말하자면, 미국은 중국의 부상을 두려워하지 않는데, 이는 지속적인 개혁·개방을 통해 중국이 부상하면 미국이 그리는 모습이 될 수 있다고 믿는 때문이다. 중국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확립된, 인권을 보장하는 국가가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날 중국의 부상이 왜 미국과의 갈등을 유발하는 것일까. 미국이 중국의 부상을 두려워하지 않음에도 왜 양국 간 충돌이 불가피하게 여겨지는지 해답이 필요하다. 또, 미국이 중국의 부상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동아시아 지역의 리더십을 중국에 양보할 의사도 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간단하게 말하면, 미국이 중국에 동아시아 리더의 자리를 넘기지 못하는 것은 미국의 중국 포용정책의 최종 목표가 아직 실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국이 민주주의 국가로 완전히 변신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물론, 중국이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로 탈바꿈하더라도 미국이 동아시아 리더 자리를 순수하게 양보할 것이라고 아무도 보장할 수 없다. 그러나 최소한 오늘날 회자되는 미·중 간의 무력충돌을 통한 권력 이양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는 있다. 중국의 부상이 미국의 포용정책의 결과를 반영하는 형상으로 종결되는 것이 관건인 이유다.

미국의 중국 포용정책의 전략적 의도와 목표는 미국의 대중국 이익목표와 결을 같이한다. 첫 회에서 소개했듯이, 미국은 중국 시장의 석권을 원한다. 또, 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근본적인 이유가 중국이 시장경제 체제를 완벽하게 확립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중국이 시장경제 체제를 확립하려면, 우선 민주주의적 가치가 중국 사회에 투영돼야 한다. 결국, 민주주의 가치를 토대로 한 시장경제 체계의 확립이 미국이 중국 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기본 조건이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미국의 포용정책은 중국의 민주화와 시장경제 발전을 최우선시한다. 이는 중국 시장에서 미국의 이익을 최대한 보호하고 극대화하겠다는 의지와 무관하지 않다. 민주주의 제도와 시장경제 체제의 확립은 민주주의뿐 아니라 법과 규범을 존중하는 제도주의의 가치를 구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 역으로 이는 또, 미국 기업과 기업인의 경제적 권익을 정당하고 공평·공정하게 보호할 유일한 제도적 방편이다.

미국의 포용정책은 대외적인 함의도 담고 있다. 오늘날의 세계질서의 기본 원칙은 민주주의와 제도주의의 가치를 기반으로 하는 법과 규범, 그리고 제도를 존중하고 준수하는 것이다. 중국이 민주주의 국가로 성장하면 이를 더욱 잘 지킬 것이다. 그러면 민주주의 국가 간의 전쟁 확률이 감소한다는 이른바 이마누엘 칸트(Immanuel Kant)의 ‘민주평화론’이 미·중관계의 핵심운영기제로 작동할 수 있게 된다.

미국의 포용정책이 그리는 모습의 중국이 등장하면, 미국이 동아시아 전략·이익 문제를 대화와 협력으로 해결하려 할 가능성도 더욱 커질 수 있다. 이는 향후 세계 평화와 안정 수호에도 큰 힘이 될 것이다. 
 

[주재우 경희대학교 국제정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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