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4일 오후 2시 23분쯤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있는 지상 5층, 지하 1층짜리 상가 건물이 철거 작업 도중 붕괴했다. 이 사고로 도로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차량 4대가 그 아래에 깔렸다.
깔린 4대 중 한 대인 차량에는 내년 2월 결혼을 앞두고 이날 결혼반지를 찾으러 가던 예비부부가 타고 있었다. 전석에 앉았던 예비 신랑 황모(31)씨는 오후 5시 59분쯤 구조됐다. 다리를 다치는 중상을 입었다. 하지만 30분 뒤 조수석에서 발견된 예비 신부 이모(29)씨는 차 안에 갇혀 있을 때도 의식이 없던 것으로 전해졌다.
황씨 부친은 "두 사람은 2∼3년 교제한 사이였고, 결혼을 약속한 예비부부였다"며 "결혼반지를 찾으러 가는 길에 이런 일이 생겼다"고 힘없이 말했다.
황씨 가족 측에 따르면 황씨는 모 공기업에 다니는 회사원으로, 이날 결혼반지를 찾으러 가기 위해 휴가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예비신부였던 이씨가 숨진 사실을 황씨가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황씨 부친은 "(황씨가) 얘기도 안 하고, 물어보지도 않고 있다"며 "자기 품에서 죽은지 아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황씨 모친은 응급실 대기실에 켜진 TV에서 붕괴사고 영상이 나오자 "어떻게 저런 일이…"라며 말을 맺지 못하고 흐느꼈다.
한편, 사고가 난 건물은 1996년 준공됐다. 6층짜리 근린생활시설을 짓기 위해 지난달 29일 철거공사를 시작해 이달 10일 완료 예정이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현장 수습 작업이 끝나는 대로 공사 관계자들을 상대로 안전수칙 준수 여부 등 정확한 사고 원인을 파악할 방침이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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