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유튜브] '여자다움' '여성스러움'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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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완 기자
입력 2020-01-01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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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성스러움 요구하는 일본의 여자력(女子力) 문화

  • 자칫 고정된 성 역할 키울 수 있다는 비판도 존재

  • 한국도 고정된 성 역할 콘텐츠, 쉽게 찾아볼 수 있어

  • 의사는 남자, 간호사는 여자...한국도 고정관념 여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여자력이 높네(女子力 高いんだね)"

2017년 국내에 개봉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영화 <너의 이름은>에 나오는 대사다. 극 중 남자 주인공인 타키가 여자 선배의 찢어진 옷을 꿰매 주자 선배는 타키에게 "여자력이 높다"며 치켜세운다. 여기서 '여자력이 높다'는 우리나라 말로 '여성스럽구나'쯤이 되겠다. 바느질을 잘하는 걸 여자력, 즉 여자의 힘이라고 말하는 게 시대에 뒤처진 표현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여자력은 10년째 일본 문화를 관통하는 키워드다.

여자는 태어나는 게 아니라 만들어진다고 했던가. 일본에서 그 과정은 '여자력'을 통해 이뤄진다.

여자력은 2009년 만화가 안노 모요코가 여성잡지 '보체'에서 처음 사용한 단어다. 이 후 여자력은 당시 일본 신조어·유행어 부문에 선정되며 대중적인 단어로 자리 잡았다. 일본 유튜브엔 '여자력 업'(女子力アップ), 이른바 여성스러움 극대화하기 콘텐츠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분홍색과 반짝이는 하트 마크가 가득한 섬네일엔 여자력을 높이는 제품과 방법들이 소개돼 있다. 한 일본 유튜버는 여자력 올리는 방법을 알려달라는 요청이 많아 해당 영상을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여전히 여자력이 사회문화적으로 일본 여성들에게 강한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지점이다.
 
 

[사진=여자력 올리기(女子力アップ)로 검색하자 나오는 일본 유튜브 콘텐츠]

 

그러나 일본의 여자력엔 결함과 한계가 있다. 변화하는 성 역할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사히신문이 2017년에 발표한 여자력 관련 설문 조사에 따르면 여자력은 대게 수동적인 이미지에 치우쳐져 있다. 응답자들에게 여자력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묻자 35%가 요리, 청소 등 집안일을 잘하는 여성이라고 대답했다. 이어 배려심이 28%, 단정한 옷차림새가 14%를 차지했다. 사회문화적으로 견고하게 자리 잡았던 성 역할 장벽이 조금씩 무너지는 흐름 속에 일본의 여자력은 벽을 더욱 견고하게 만드는 셈이다.

우리나라라고 다를까. '여자력'이란 단어만 없을 뿐 상황은 비슷하다. 아이들이 보는 교과서 그림엔 고정된 성별 고정관념이 새겨져 있다. 한 국어 교과서에는 '남성적' 어조와 '여성적' 어조를 구분해 설명하고, 의사·과학자는 남자, 간호사·기상캐스터는 여자로 그려져 있다.

유튜브도 마찬가지다.

5월 언론개혁시민연대 주최로 열린 한 토론회에서 권순택 언론연대 활동가는 "유튜브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지만 젠더 감수성이 부족한 유아 콘텐츠가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언론연대가 유아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채널들을 모니터링 한 결과 대다수가 돌봄 노동을 여아로 한정하는 콘텐츠를 만들고 있었다. 권순택 활동가는 이 점을 지적하며 아이들이 고정적인 성 역할에 사로잡힐 수 있다고 말했다.

책 <1cm+>의 김은주 작가는 "고정관념을 깨는 첫 번째 순서는 그것이 고정관념이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체 153개국 중 108위. 세계경제포럼(WEF)이 17일 발표한 2019 성 격차 보고서에 나타난 우리나라 성 평등 수준이다. 우리 사회에 자리 잡은 '여자력'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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