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차산은 서울 광진구와 경기 구리를 잇는 산이다. 비교적 낮은 산이지만 백제가 쌓은 아차산성과 고구려가 쌓은 아차산 일대 보루군 등 과거 삼국시대의 역사적 유적들이 남아 있다. 아차산은 삼국시대부터 군사적 요충지로 고구려 평강공주의 남편 온달 장군이 전사한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날 산행에는 역사해설가 박광일씨가 동행해, 역사에 관심이 많은 문 대통령의 궁금증을 풀어줬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구리쪽 아차산 등산로 입구에서 용문산을 거쳐 서울 광진구로 하산했다. 박씨는 고구려 제4보루에서 "장소 선정에 선견지명이 있었던 것 같다"며 "여러분이 계신 곳은 아차산 보루다. 고구려, 백제, 신라가 한강을 놓고 각축전을 벌였는데 이곳은 1500년 전 고구려 군인들이 왔다갔다 했던 곳"이라고 설명했다.
박씨는 이어 "서기 520년 즈음에 고구려군이 이곳에 머물렀다"며 "놀랍게도 고구려, 백제, 신라의 왕이 대통령이 서 있는 이곳 반경 몇 ㎞ 안에서 활동했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고구려는 소규모 병력으로 이곳을 확보하기 위해 2000명 정도의 군사를 둬서 그나마 80년을 보냈는데, 진흥왕을 이겨내지 못하면서 520년 신라에 넘어가고, 뒤에는 공수가 바뀌어서 고구려를 점령하러 오지만 안타깝게 실패했다. 실패 기록 가운데 하나가 남아 있진 않지만 온달 장군의 죽음과도 관련이 있지 않을까"라고 했다.
박씨는 "단양이 됐던, 여기가 됐던 평화롭게 마주하는 이 공간이 1500년 전에는 하루에도 주인이 몇 번씩 바뀌는 굉장한 전쟁터였고, 평화의 공간을 넓혀가는 것이 역사를 공부하는, 역사 현장을 답사하는 우리가 전쟁을 대하는 태도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제4보루에서 용마산·아차산 보루로 연결되는 통로에서 "광개토왕과 장수왕 때 고구려가 내친 김에 신라와 백제를 점령할 수 있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박씨는 "백제 아신왕의 항복을 받고 군대를 바로 돌리는데 중국 쪽 군대가 움직인다는 보고를 받았기 때문"이라며 "사민(徙民)을 해야하는데 인구가 적었다. 백제와 고구려가 인구가 같았다고 한다"고 했다.
이어 "장수왕 때 본격 남방을 경영하면서 충북 충주까지 확보했지만 백성들을 고구려 백성이라고 하기엔 역부족이다"며 "고구려는 북쪽은 국경이지만 남쪽은 전선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이론도 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서울은 정말 복 받은 도시다. 서울처럼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 불암산 등 산들이 둘러싸고 있고 도시 내에도 있고 이런 곳이 없다"며 "(다른 나라의) 수도 가운데는 고대, 중세의 고성이 남아 있는 곳이 없다"고 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