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웹사이트를 통해 시중은행의 지준율을 0.5% 포인트 내린다고 발표했다. 실물경제 발전을 지원하고 사회 융자 비용을 낮추기 위해 전면적 지준율 인하를 단행한다고 인민은행은 설명했다.
현재 중국 시중은행 지준율은 대형은행 13%, 중소은행 11%다. 이번에 발표된 지준율 인하는 오는 6일부터 적용된다.
지준율은 은행이 고객들의 예금 인출 요구에 대비해 일정 부분을 중앙은행에 예치하는 비율이다. 지준율을 낮추면 시중에 그만큼 유동성이 풀리게 된다. 일종의 경기부양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실제로 인민은행은 이번 지준율 인하로 시중에 약 8000억 위안(약 136조원)이 넘는 장기자금이 풀릴 것으로 내다봤다.
사실 인민은행이 1월초 지준율 인하를 단행할 것이란 건 이미 예고됐다. 앞서 지난달 23일 리커창 중국 총리는 은행권 지준율 인하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당시 리 총리는 "앞으로 추가 지급준비율 인하 및 선별적 지준율 인하를 연구해 채택할 것"이라며 "실질 금리와 전체적인 대출 비용을 낮춰 중소기업 융자난을 완화하겠다"고 말했다.
중국이 새해 벽두부터 지준율 인하 카드를 꺼내든 데에는 여러가지 요인이 작용했다. 우선 1월 춘제(설) 연휴를 앞두고 자금 수요가 커져 유동성이 경색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함이다.
연초 지방정부의 특수목적 채권(이하 지방채)을 대거 발행되는데 필요한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지방채는 인프라 경기 부양을 위한 목적으로 발행되는 것으로, 시장은 올 한해 중국 지방채 발행 물량이 3조 위안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에는 2조1500억 위안어치가 발행됐다.
이밖에 지준율 인하로 은행권 대출 여력이 넓어지면 대출우대금리(LPR) 금리 인하를 유도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LPR는 시중 은행이 최우량 고객에게 적용하는 최저 금리다. 중국은 올 8월 LPR 제도를 개편해 은행등 금융기관이 앞으로는 매달 20일 인민은행이 고시하는 1년물, 5년물 LPR에 기반해 실제 대출상품 금리를 산정하도록 했다. LPR이 사실상 대출 기준금리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 중국 1년물 LPR은 4.15%까지 낮아진 상태다. LPR이 낮아질수록 기업들은 더 낮은 비용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된다.
최근 미·중 무역전쟁 등 영향으로 중국 경제 성장은 둔화하고 있다. 중국의 올해 성장률이 30년 만에 최저인 5%대로 떨어질 수도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비록 최근 들어 생산, 소비 등 일부 지표가 개선되고는 있지만 미·중 무역갈등이 또 다시 고조될 경우 실물경제는 언제든 다시 악화할 수 있다.
인민은행은 그 동안 경기 둔화에 대응해 2018년 4차례, 2019년 3차례, 2년새 모두 7차례 지준율 인하를 단행했다. 이번이 8번째 지준율 인하다. 시장에선 인민은행이 온건한 통화정책 기조 속에 지준율을 2~3차례 추가 인하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동시에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나 LPR를 통해 금리를 인하함으로써 실물경제 비용을 낮추는데 주력할 것으로도 예상됐다.
다만 중국 경제가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상승), 부채 압박에 직면한 가운데 인민은행이 홍수처럼 돈을 푸는 무분별한 통화완화는 지양할 것임을 수 차례 밝혀온 만큼, 통화 완화 행보는 점진적으로 이어질 것이란 게 시장의 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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