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에 빠진 국민연금, ‘한진그룹’에 ‘주주권 행사’ 만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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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종호 기자
입력 2020-01-02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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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진그룹 경영권 향방 변수

[국민연금공단]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경영권 분쟁에 대한 비판여론이 커지면서 국민연금공단이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할지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오는 3월 예정된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 주총에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는 향후 경영권 향방에 변수가 될 전망이다.

2일 재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한진 경영권 분쟁의 키를 쥔 주요 주주 가운데 유일하게 주주권 행사를 예단할 수 없는 기관이다.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부사장이 경영권을 두고 극심한 갈등을 빚는 가운데 KCGI, 이른바 ‘강성부 펀드’는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다만 그간 KCGI가 오너일가를 강하게 압박해왔기 때문에 향후 어느 한쪽과 손잡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국민연금 최고 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는 스튜어드십 코드의 후속 조치인 가이드라인을 의결했다. 해당 가이드라인은 횡령·배임 등으로 기업가치가 추락했지만 개선 의지가 없는 기업에 국민연금이 주주제안을 행사한다는 내용이다. 대화로 해당 기업의 개선을 요구하고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사외이사 선임, 이사 해임 추진 등을 골자로 한다. 국민연금은 한진칼의 지분 4.11%를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한진그룹에 대해 그 어느 주총 때보다 고심하는 모습이다.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와 재계의 우려 사이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국민연금으로선 조 회장에게 불신임 판정을 내리기에는 부담이 없지 않다. 특히 결정은 기금위에서 내리지만 김성주 이사장의 사임으로 취임 첫해를 맞을 신임 이사장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도 이 같은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이 과도한 경영 참여로 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같은 우려를 의식한 듯 기금위 위원장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가이드 라인 도입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불가피하게 주주권을 행사하는 경우에도 자의적으로 결정하지 않도록 원칙과 기준을 투명하게 만들어 주주활동에 대한 시장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게 핵심” 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 30일 공동 사과문을 내며 소강상태로 접어든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이 재발하면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목소리는 커질 수밖에 없다.

한 재계 관계자는 “한진그룹 오너가의 경영권 분쟁이 주주의 이익에 반하는 ‘나쁜 기업’으로 이어질 경우 국민연금이 적극 나설 수 있다”면서 “기업과 국민연금 모두 상식선에서 역할에 충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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