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소설가 카잔차키스가 어렸던 어느 해, 폭우가 쏟아져 생업인 포도농사를 다 망쳤다. 마을 사람들은 망연자실(茫然自失). 하늘을 원망하거나, 통곡하고 있었다. 그는 “아버지, 포도가 다 없어졌어요”라고 소리쳤다. “시끄럽다.” 그의 아버지가 대답했다. “우리들은 없어지지 않았어.” 이어지는 카잔차키스의 회고. ▷“나는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 나는 그 순간이 내가 인간으로서의 위기를 맞을 때마다 위대한 교훈 노릇을 했다고 믿는다. 나는 욕이나 애원도 하지 않고 울지도 않으면서, 문간에 꼼짝 않고 침착하게 서 있던 아버지의 모습을 항상 기억했다. 꼼짝 않고 서서 재난을 지켜보며, 모든 사람들 가운데 아버지 혼자만이 인간의 위엄을 그대로 지켰다.” ▷그의 아버지 말은 “이 또한 지나갈 것이다”의 다른 버전이다. 처변불경(處變不驚)! 담대하게, 희망을 품고 있으면 어떤 곤경도 극복되리니! 손발이 잘려도 남은 것은 남은 것이다.◀ <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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