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정국이 끝나면서 이제 미국은 본격적인 대선 경쟁에 돌입하게 됐다. 민주당에선 경선 레이스가 혼전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탄핵 굴레에서 벗어난 트럼프 대통령은 탄탄한 경제 성과를 바탕으로 재선행보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상원, 예상대로 탄핵안 부결··· 트럼프 "미국의 승리"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날 미국 상원은 본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권력남용과 의회방해 등 두 가지 탄핵소추안에 대한 표결을 실시, 두 건 모두 부결시켰다. 예상대로였다.
민주당의 탄핵 추진을 '마녀사냥'이라고 비난하던 트럼프 대통령은 상원의 표결 결과에 의기양양했다. 그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탄핵 날조에 대한 이 나라의 승리를 논하기 위해 내일(6일) 낮 12시에 백악관에서 공식 성명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롬니 의원을 민주당의 '엑스맨'으로 묘사한 영상을 올리면서 롬니 의원의 이탈을 저격하기도 했다.
◆탄탄한 경제·민주당 '자폭'··· 트럼프 재선 날개 달까
상원의 면죄부를 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 본격적으로 재선에 매진할 전망이다. 경제·시장 지표, 민주당 경선 참사, 탄핵절차 종결 등 일련의 상황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리해 보인다. 블룸버그는 오피니언을 통해 "행운이 트럼프 대통령을 따르고 있다"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미국 경제 상황이 양호하다. 하루 전 국정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강조한 점 역시 미국의 탄탄한 경제였다. 특히 고용지표가 경제를 든든하게 뒷받침하면서, 미국 증시는 신종 코로나 공포를 딛고 5일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이날 S&P500 지수가 1.1%, 나스닥지수가 0.43% 각각 상승하면서 일제히 역대 최고치를 다시 썼다.
지난해 미국의 무역적자는 6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으며,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불공정 무역 해소를 외치며 관세폭탄을 던진 중국과의 무역에서 적자가 17.6%나 줄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반무역 정책기조가 지표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유권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정책에 후한 점수를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PBS에 따르면 미국 정치정보업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가 최근 여러 여론조사를 종합한 결과, 유권자 중 절반을 넘는 55%가 트럼프의 경제 정책에 지지를 표했다. 취임 후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한번도 50%를 넘은 적이 없다는 걸 감안한다면 놀라운 수치다.
민주당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결과 발표가 지연된 '참사'가 벌어진 것도 민주당엔 악재가, 트럼프 대통령에겐 반사이익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이오와에서 승리한 건 트럼프가 유일하다"며 개표 지연으로 민주당의 무능함이 확인됐다며 조롱하기도 했다.
또 민주당 경선 혼전 양상은 트럼프 대통령을 중심으로 똘똘 뭉친 공화당과 비교되는 지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득표율 97%로 압도적인 승리를 따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트럼프 대통령 국정연설 후 연설원고를 갈기갈기 찢은 모습을 두고도 논란이 커져 민주당 점수를 깎아내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상원의 무죄판결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운신의 폭을 넓히고 민주당을 상대로 펼칠 반격의 재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역대 대통령 중 세 번째로 하원의 탄핵을 받은 꼬리표와 4개월 동안 이어진 탄핵정국에서 한층 심화된 미국의 분열은 트럼프 대통령 재선에 불리한 변수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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