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제(54) 신임 MBC 사장은 최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를 통해 취임 소감 및 향후 일정 등을 밝혔다.
앞서 지난 24일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회는 주주총회를 열어 박성제 전 보도국장을 사장으로 공식 선임했다. 임기는 3년.
박 사장은 "어깨가 매우 무겁고 가슴이 답답하다. 회사도 어렵지만 나라가 더 힘든 상황 아닌가. 국민들이 불안해하는 상황에서 언론 역할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1993년 MBC 기자로 입사해 정치부, 경제부, 사회부 등 거친 박성제 사장은 2012년 김재철 사장 재임 당시 '공정방송 요구' 파업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최승호(전 MBC 사장) PD 등과 함께 해고됐다. 2017년 최 전 사장이 취임한 후 5년 만에 복직해 취재센터장을, 2018년부터는 보도국장 등을 맡은 바 있다.
사장 출마부터 면접까지 박 사장은 '세대교체'와 '변화'를 강조해왔다. 그는 "주요 임원 나이를 무조건 낮추겠다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MBC가 국장 중심이다 보니 이들은 다소 젊어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박 사장은 "고위 임원들 가운데 저보다 선배도 계실 것이다. 좋은 분이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다만 임원 숫자는 줄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MBC는 1000억원 대 적자를 예상하고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박 사장은 경영 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드라마·예능으로 상품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제조업에 비유하면 MBC 상품 경쟁력을 높이는 게 우선"이라며 "이 공장 엔진은 드라마와 예능이다. 예능은 많이 회복했다. 결국 드라마가 문제다. 사장 면접에서 자본을 유치해 대규모 드라마 스튜디오를 설립하고 그곳에 우리 드라마 PD들을 보내야 한다는 (타 후보자) 공약도 있었는데, 이 방안은 자동차 엔진을 밖으로 빼내는 것과 다르지 않다. 비효율적이다"라고 지적했다.
대신 박 사장은 스튜디오드래곤 같은 외부 스튜디오 시스템을 MBC 내부에 이식하는 등의 방안도 모색 중이라며 "더 중요한 것은 '1인 PD'에 모든 걸 맞춰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는 사장 면접 때부터 언급해왔던 사항이다. 그는 'PD 중심 체제'에서 '드라마 기획팀' 체제로 전환을 강조해왔다.
박 사장은 "드라마 부문은 팀별로 움직여야 한다. 연출 PD는 나중에 찾아도 된다. 매력 있는 원작과 능력 있는 작가를 확보한 뒤 이를 잘 연출할 수 있는 PD를 찾아도 늦지 않다. 팀제 운영을 새 드라마 책임자들에게 요구할 것"이라며 "디지털 광고 시장을 공략할 방안 마련도 중요하다. 사내 핵심 인력을 집중 배치해 전략을 짜고 시행할 것이다. 신사업 TF를 사장 직속 기구로 출범시키고 전 세계를 돌며 새 먹거리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기 내 중간광고 등 차별 규체 철폐를 주장했던 것도 언급했다. 그는 "국민이 납득해야 한다"며 "MBC가 어렵다는 걸 알리는 것 이전에 공영방송으로 일을 제대로 하고 있다는 점을 확실히 인식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시청자위원회를 MBC 국민 소통센터로 확대 강화하겠다는 공약도 연장선에 있다. 또 정책 면에서 MBC를 도와줄 이들과 교류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사장 후보자들 공약에서 비정규직 상생 문제 등 사회적 가치 정책을 찾긴 어려웠다. 다들 수익 이야기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 사장은 사내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해 뚜렷한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전임 경영진은 표준계약서 작성 등 좋은 선례를 남겼다고 평가한다. 비정규직 처우 부분에서 상생의 자세를 잃지 않을 것이다. 부족한 부분은 개선해 나가겠다. 관련 노동·시민단체와의 만남도 주저하지 않겠다. 다만 정규직을 포함해 사내 조직에 비대한 영역도 있는데 그 부분은 슬림화가 요구된다. 이전 경영진부터 진행한 조직 슬림화다."라고 밝혔다.
보도국장 시절 국장실을 없애고 보도국 한가운데에 앉아 일했다는 그는 사장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일 거라며 사내 구성원들과 원활한 소통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는 "사장실에 가만히 앉아있는 사장이 되진 않겠다. 사원과 노조는 물론 제가 부탁드리고 싶은 외부의 분들도 자주 찾아뵐 것이다. 보도국장 때처럼 많은 스킨십을 가져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박 사장은 시청자들이 지난 2년간의 노력을 알아준 것 같다며, 과거 '마봉춘'이라는 애칭으로 사랑받았던 MBC의 영광과 신뢰 등을 되찾겠다는 포부를 드러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지난 2년 노력을 알아주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감사하다. '만나면 좋은 친구' 마봉춘이 돌아왔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게 임기 동안 헌신을 다할 것이다. MBC 저널리즘을 굳건히 세우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경영도 제자리에 올려놓을 것이다. 나 혼자서 할 수 없는 일이다. 구성원을 포함해 많은 분의 도움이 필요하다. 실수하면 혹독하게 꾸짖되 애정을 가져달라."고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