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폭탄 안은 항공업계] 코로나19 이어 환율 공포까지 이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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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희·김지윤 기자
입력 2020-03-02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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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 들어 환율 50원 올라...원화가치 10월 떨어질 때 연 800억원 손실

국내 항공업계가 코로나19 사태와 함께 원화 가치 하락이란 직격탄을 연달아 맞으며 ‘그로기’ 상태에 빠졌다.

업계는 악재의 장기화로 영영 일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에 공황 상태다. 전문가들은 내상이 심화되는 이달 지원을 본격화하지 않으면 공포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지난달 24일 대구 동구 지저동 대구국제공항의 항공사별 발권 창구가 텅 비어 있다. [연합뉴스]

◆원·달러 환율 올 들어 50원 넘게 올라··· 10원 오를 때 연간 손실 ‘800억’

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올해 1159.0원으로 시작됐던 원·달러 가치가 지난달 말 1210.5원으로 두 달 만에 무려 51.5원이 올랐다. 그나마 최근 조정기를 거치면서 올 들어 최고가(2월 24일 1219.0)에서는 조금 후퇴한 수치다.

이는 코로나19 사태로 사실상 ‘개점휴업’에 들어간 항공업계에 치명상을 안겨줄 것으로 분석된다.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항공유 가격과 리스비용에 대한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일례로 대형항공사(FSC) 대한항공의 경우 원화 가치가 10원 떨어질 경우 금융비용만 연간 약 800억원이 늘어난다.

대한항공의 항공기 리스 비중은 15% 정도이며, 같은 FSC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60%대다. 부채비율(2019년 3분기 기준)은 각각 861.9%, 807.6%다. 제주항공을 비롯한 저비용항공사(LCC)들도 리스비중과 부채비율이 높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한준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 불매 운동과 코로나19 사태에 이어 달러 대비 원화 환율 1200원대 돌파로 항공업계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며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 몽골항공 결항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2월 1~3주 국제선 여객 310만명 그쳐··· 전년 대비 43.7% 감소

특히 LCC에 이어 FSC의 위기가 더욱 본격화될 전망이다. FSC는 북미와 유럽 등 중·장거리 노선이 많아 중국과 일본 중심의 LCC에 비해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었다. 하지만 국내 코로나19 환자의 증가로 장거리 하늘길도 닫히고 있다.

실제 미국 국무부가 지난달 26일(현지시간)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를 3단계 '여행 재고'로 격상했다. 이를 비롯해 같은 달 29일 외교부에 따르면 한국발 여행객의 입국 시 조치를 하는 나라는 71개국이다. 유엔 회원국(193개국) 기준으로 3분의1이 넘는 국가들이 한국발 입국자를 제한하는 것이다. 정부가 입국 금지 등의 자제를 요청하고 있지만 막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오가는 사람이 줄면서 대한항공은 연간 매출의 약 30%를 차지하는 미주 노선을 축소하고 있다. 인천~샌프란시스코, 인천~보스턴 등의 노선을 일부 감축했다. 비상경영에 돌입한 아시아나항공도 처음으로 유럽 노선을 감축했다.

피해는 숫자로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올해 2월 1∼3주 전체 국제선 여객은 310만명에 그쳐 전년 동기 대비 43.7% 감소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하기 이전인 작년 12월(760만명)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지난달 28일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인천발 로스앤젤레스(LA)행 KE017편 탑승구 앞에서 대한항공 직원들이 탑승 승객의 발열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항공업계 “벼랑 끝에 서 있다”··· 전문가들 “긴급 지원 서둘러야”

이에 따라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7일 이례적으로 긴급 항공상황반(TF)을 꾸려가며 항공 노선과 관련된 국제적 동향을 신속하게 파악하고 정부 차원의 대응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노선, 임금, 인력 등까지 허리띠를 졸라매기 위해 손을 대지 않은 곳이 없는 항공업계는 당장 실질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제주항공 등 국내 LCC 6곳은 지난달 28일 무담보·장기 저리 등 조건을 대폭 완화한 긴급 경영안정자금 지원을 촉구하는 공동 건의문도 냈다.

LCC 사장단은 이날 “지난해 일본 불매 운동에 이은 코로나19 사태로 절체절명의 벼랑 끝에 서 있다”며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다시 한번 정부의 전향적인 지원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2003년 사스, 2015년 메르스는 단일 사태였지만 지금은 다르다”며 “정부가 모든 것을 보살필 수는 없지만, 신속히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빨리 움직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최대 3000억원 대출 지원 등을 포함한 긴급 지원부터 서둘러야 한다”며 “공항사용료, 업무 시설에 대한 임대료, 유류대 등을 한시적 조치를 통해 지원해줘야 항공사들의 막혀 있는 현금흐름이 해소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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