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양측 대표는 이날 카타르 도하에서 만나 최종 합의서에 서명했다.
미국 대표단을 이끈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도하 기자회견에서 이날은 미국과 아프간 국민들에게 "뜻깊은 날"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우리가 한 약속에 대해 구체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이 합의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면서 실질적 이행이 중요하다는 점에 방점을 뒀다.
이번 평화합의을 부르는 '도하합의'에 따르면 탈레반은 아프간 정부와 항구적 휴전을 논의하고 아프간이 알카에다 같은 극단주의 무장조직의 서방 공격을 위한 활동 무대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미국은 그 대가로 아프간에 파병한 미군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국제동맹군을 14개월 안에 전부 철수하기로 했다. 탈레반의 합의 준수 여부는 미국이 평가한다.
미국이 해외에서 전쟁을 치르느라 수조 달러를 지출했다고 비판하던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와의 전쟁에서 승리를 선언한 뒤 즉각 시리아 철군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안보팀에 아프간 전쟁을 끝낼 방법을 찾도록 독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곧 탈레반 지도자들을 만날 것이며 아프간 미군 철수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만약 나쁜 일이 생기면 우리는 다시 돌아갈 것"이라는 경고도 잊지 않았다.
이번 평화협정이 제대로 이행되기만 한다면 미국은 역사상 가장 긴 무력충돌을 끝낼 수 있게 된다. 미국은 2001년 9·11 테러 후 탈레반이 알카에다 우두머리 오사마 빈 라덴을 비호한다는 이유로 아프간을 침공했다. 아프간 전쟁으로 아프간 국민 9만 명이 목숨을 잃었고 미군도 2400명 희생됐다. 미국이 이 전쟁에 쏟아부은 비용은 7600억달러로 집계된다.
다만 이번 합의는 미국 정부와 무장조직이 '행동대 행동' 원칙과 신의에 기반한 조건부 합의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미국이 전부 철수하고 아프간에서 탈레반의 영향력이 확대되면 현지에서 여성 인권과 사회적 자유가 다시 뒷걸음질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