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스마트 딜링룸에서 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거래일보다 62.89포인트(3.43%) 떨어진 1771.44에 거래를 마쳤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코로나19 확산 공포에 한국 증시가 파랗게 질렸다. 증권사들이 본 이번 주 코스피 저점은 1700~1750선이지만 바닥을 예측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증시 전문가들은 주요국 정부와 중앙은행의 적극적인 통화·재정 정책 이어질 것으로 보여, 금융위기와 같은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증시 '바닥' 예측 어려워··· 환율 1220원 저항선 전망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3일 코스피는 전거래일보다 62.89포인트(3.43%) 내린 1771.44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지수도 39.49포인트(7.01%) 하락한 524.00을 기록했다.
이날 오전 장에서는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에서 모두 지수가 전일 대비 8% 이상 떨어진 상태가 1분간 지속되며 '서킷 브레이커(20분간 거래 정지)'가 발동됐다. 두 시장에서 같은 날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된 것은 한국 증시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역사적 수준의 폭락장이 이어지며 증권사들은 이번 주 코스피 저점이 1700~1750포인트에서 형성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1750선을 시험하는 중립 이하의 흐름이 예상된다"며 "공포가 이성적 판단을 가로막으며 기록적인 주가 하락 흐름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수치상의 저점 예측이 무의미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미 금융 위기 수준의 폭락이 이틀 연속 이어진 상황에서 '바닥'은 계속 내려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효석 SK증권 연구원은 "최악의 경우를 가정해 정책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금융 위기가 이어지는 상황이 발생하면 지수 범위는 의미가 없어진다"며 "이 경우 주가는 올해 최고점(2267포인트) 대비 50% 내린 1100포인트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극대화되며 원화는 상당한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지난주 원·달러 환율 급등이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마땅한 경기부양 방안이 없다는 실망감 때문임을 감안하면, 이번 주도 미국 등 주요국의 정책 강도와 규모에 시선을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당국에서 구두 개입을 시사한 만큼 지난해이자 올해 전고점인 1220원 선이 주요 저항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NH투자증권은 이번 주 원·달러 환율 예상 밴드로 1190~1221원을 제시했다. 김아민 연구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0.5% 포인트 인하를 단행했으나 시장의 기대감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며 "기대를 충족시킬 만한 정책을 내놓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주요국 정책 대응이 반등 열쇠··· "기존 위기와 대응책 달라야"
유례없는 폭락이 이어지며 금융당국도 신속히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 13일 금융위원회는 시장 안정을 위해 향후 6개월간 유가증권·코스닥·코넥스시장 상장종목 공매도 금지를 포함한 시장안정조치를 발표했다.
국내에서 상장주식 전 종목에 대한 일시적 공매도 금지 조치를 단행한 건 2008년 10월, 2011년 8월에 이어 세 번째다.
다만 증시 전문가들은 금융 시스템의 허점에서 촉발됐던 기존 금융위기와 이번 사태는 다르게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바이러스 확산 공포로 소비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기존의 통화완화 정책만으로는 시장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최석원 SK증권 센터장은 "실물 경제의 위기가 금융 시스템으로 전이되며 하락 폭을 가늠키 어렵다"며 "통화정책과 함께 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정책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서철수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도 "근본적으로는 치료제 개발 등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해결책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실제 지난 주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가비상사태 선포와 함께 미국 증시 주요 3대 지수가 모두 9%가량 급등했다. 유럽연합(EU)의 370억 유로 투자기금 조성, 독일의 적극적인 재정부양책 시행 선언이 더해지며 유럽 증시도 반등했다.
박정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은 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추가 금리인하와 양적완화 확대를 논의할 것으로 보이며 주요국 정부의 재정 대응책 역시 강화되고 있다"며 "통화·재정의 투트랙 정책대응으로 과거 2008년 금융위기와 같은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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