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융자도 빚" VS "융자라도 받아 안정화"…사장·근로자 '동상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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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수정 기자
입력 2020-03-25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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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 장기화에 사업주들 고정비 감축 추진…직원들 해고 두려움

코로나19 확산에 정부가 관광업계 긴급융자지원 등 대책을 내놨지만 근로자 고용 불안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 제공]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이후 여행상품 판매율은 0건이지만 정부 특별융자를 받으면 빚만 늘어나는 꼴이라 받지 않을 생각입니다." 여행사 대표

"특별융자라도 받아서 급한 불이라도 끄면 좋겠는데 지원을 안 받으면 결국 직원 수를 줄이지 않겠어요. 하루하루가 불안합니다." 여행사 직원

'동상이몽'이다. 코로나19 사태로 벼랑 끝에 내몰린 여행업체 사업주와 직원이 가진 생각은 달랐다. 사업주는 정부 특별융자는 기다리는 시간이 길고 이마저도 '대출'인 만큼 신청하지 않겠다고 한다. 반면 근로자는 융자라도 받아 당장 회사를 안정화한다면 고용불안에 떨지는 않을 것이란 입장이다. 

◆코로나19 확산에 경영난 빠진 여행업계

25일 한국여행업협회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직후인 1월 20일 이후부터 2월 말까지 여행상품 예약 취소로 인한 12개 여행사 피해 규모는 5000억원을 웃돈다. 3월 판매 건수도 전혀 없는 상황이다. 중소여행사를 비롯한 영세업체 상황은 더 심각하다.

하나투어와 모두투어를 비롯해 다수 여행사는 이미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단축근무나 임금 삭감, 유급휴직 등으로 고정비 절감에 나섰다. 

고용유지지원금 신청업체도 2100여곳에 달했다. 고용유지지원금은 사업주가 경영난에도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 유급휴업·휴직할 경우 정부가 휴업·휴직수당 75%를 지원하는 제도다.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정부는 이날 고용지원금 대상을 전업종으로 확대하고 규모도 5000억원으로 늘린다고 밝혔다.

앞서 문화체육관광부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여행업계 피해가 막대해지자 융자지원을 대폭 늘렸다. 담보력이 취약한 관광업계를 대상으로 신용보증을 통해 최대 2억원까지 지원하는 신용보증부 특별융자를 기존 5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확대했다. 관광진흥개발기금 융자 1년간 상환유예 규모도 1000억원에서 2000억원으로 늘렸다. 

◆'빚' 인식에 사업주들 융자지원책 난색

정부 지원대책이 줄줄이 발표되자 800여개 업체가 신용보증부 특별융자를 신청했다. 금액은 470여억원에 달한다. 이중 여행업체 비중은 80%(640개)로, 신청액 규모는 354억원 수준이다. 융자자금 상환유예를 신청한 업체는 330여곳이다. 이중 280여곳에 대해 상환유예가 결정됐다. 

하지만 지원 신청을 꺼리는 사업주도 여전히 많다. 특별융자는 보증신청부터 융자금 지급까지 1개월 이상이 걸린다. 여기에 융자도 결국엔 '빚'이기 때문에 영세업체는 신청 자체가 두렵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에서 한 중소여행사를 운영하는 A씨는 "온라인 여행플랫폼과 경쟁을 벌이는 와중에 지난해 일본여행 불매운동 등으로 어려움에 빠졌는데 코로나19라는 복병을 만나 폐업 직전"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융자를 받아 위기를 모면할 순 있겠지만 앞으로 상황이 나아진다는 보장이 없으니 선뜻 신청을 못 하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또 다른 여행사 사장 B씨는 "수익이 0원이라 인건비 90%를 정부에서 지원해도 나머지 10%를 감당할 여력이 없다"며 "빚이 점점 늘고 있는데 또다시 융자를 받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답답해했다. 

◆"결국 줄이는건 인건비"···고용불안 빠진 근로자

여행사 직원들은 더 불안하다. 매출은 없는데 임대료와 인건비는 고정적으로 나가는 상황에서 줄일 것은 인건비밖에 없기 때문이다. 언제 해고 통보가 올지 몰라 살얼음판을 걷는 형국이다.

소규모 여행사에서 근무하는 직원 C씨는 "우리 같은 근로자 입장에선 융자라도 받아서 회사 경영 상황을 조금이나마 개선했으면 좋겠는데 (경영진이) 융자를 받지 않겠다고 한다"며 "결국 인건비부터 줄일게 뻔하다"고 불만을 표했다. 

정부가 발표한 관광·공연업 근로자와 구직자 대상 생활안정자금 융자 한도 확대방안도 '그림의 떡'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부는 최근 임금체불 생계비 융자 한도는 1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자녀학자금 융자는 연 500만원에서 700만원으로 상향 조정하고 상환기간은 최대 5년에서 8년으로 늘렸다. 

하지만 근로자 D씨는 "임금이 밀려서 생계비 융자를 받는다고 해도 그건 고용이 보장될 때나 좋은 일"이라며 실질적인 도움을 줄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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