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올림픽이 결국 내년으로 1년 연기돼 2021년 7월 23일(금요일) 개막이 결정됐다.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 팬데믹 앞에서는 일본도,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두손을 들 수밖에 없었던 것. 124년 근대 올림픽 역사에서 대회가 취소가 아니고 연기되는 건 처음이다.
일본 열도에는 당혹과 침통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고 한다. 올림픽 1년 연기에 따른 경제 손실이 최대 7000억엔(약 7조8000억원)일 거라는 예상이 나온다. 돈도 돈이지만 이번 올림픽을 통해 동일본대지진(2011년)의 상흔을 씻고 ‘부흥하는 일본’ ‘도쿄의 도시 재창조’를 야심차게 기획했던 판이 헝클어진게 더 아플 것 같다.
일본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올림픽은 다시 열려야 한다. 올림픽은 ‘지구에서 가장 강하고 빠르고 힘센 사람을 뽑는 경연장’으로서 본원적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온 세상 모든 분야로 퍼져나가는 스포츠 생태계의 꼭짓점에 올림픽이 있다. 그러나 이쯤에서 성찰해야 할 것이 있다. 올림픽이 국가와 체제·이념의 선전 도구로서, 상업 자본의 홍보 무대로서, IOC를 포함한 ‘스포츠 귀족’의 놀이터로서 얼마나 많이 변질되고 타락했는가를 말이다. 참가하는데 의의가 있다는 본래의 올림픽 정신은 훼손된지 오래다.
1997년 IMF 외환 위기때 야전 지휘관이었던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사태 이전, 한국은 일본에도, 중국에도 다 뒤처져 굉장히 어려웠다. 다같이 망가진 덕분에 다시 일어나 새 출발할 유일의 기회가 찾아 왔다”고 말했다.
또 “만약 코로나19 사태가 없었다면 우리는 중국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안 벗어나도 당했을 거다. 중국에 의존하던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는 과정에서 중국 관계를 재정립하고 우리가 우월성을 갖는 분야를 챙길 시간적 여유가 생긴건 이번 사태의 반사이익”이라고 했다.
이럴때 한국으로 리쇼어링(기업의 본국회귀)을 유도하는 기업 정책이 필요한 것도 강조했다. 탈이념, 시장 친화적인 바탕에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펼쳐질 새로운 현실, 새로운 질서에 능동적으로 대비할 것도 정부와 업계에 당부했다.
미국 월가의 대표적 비관론자인 스티븐 로치 예일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코로나19 사태 위기는 세계의 우선순위를 다시 생각할 때가 왔다고 알리는 모닝콜과 같다”며 “코로나19 사태 이후 세계는 새로운 결론에 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지금은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튼튼한 공중 보건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경제보다 중요한 최우선 과제다. 이를 위해 막대한 재정이 투입돼야 한다”고 해법을 제시했다.
원점에서 다시 시작_. 코로나19가 던지는 예상밖의 ‘발상의 전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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