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의 신창재 구하기…"회사가 주주 간 싸움에 개입"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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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호 기자
입력 2020-04-03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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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보 "딜로이트 본사에 손해배상 소송"

  • 업계 "평가 업무 위반은 일방적 주장"

교보생명이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을 미국 회계감독위원회에 고발한 것을 두고 회사가 주주 간 싸움에 개입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교보생명이 주장하는 평가 업무 위반은 교보생명의 일방적 주장으로 끝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1일 보험업계와 회계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이 주장하는 평가 업무 기준 위반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교보생명은 안진이 ‘FMV(공정시장 가치)’를 산출하는 데 있어 준수해야 할 기준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미국 회계감독위원회(PCAOB)에 고발했다.

교보생명은 미국에서 회계법인의 '선관주의 의무 위반'에 대한 처벌 및 징계 수위가 높아 PCAOB에 고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신창재 회장과 FI 간 분쟁에 대해 '주주 간 분쟁'이라고 선을 그었던 교보생명이 직접 소송을 진행했다는 점을 두고 우려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결국 교보생명이 오너인 '신창재 구하기'에 나섰다며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교보생명은 소송의 이유로 안진의 잘못된 FMV 산출이 회사에 유무형의 손해를 끼쳤다고 했지만 사실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것은 소송까지 끌고 간 신창재 회장과 FI"라며 "결국 신 회장 구하기에 나선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는 오너회사의 민낯을 그대로 보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문제는 교보생명이 주장하는 '평가 업무 기준 위반'의 근거가 약하다는 것이다. 

회계법인 관계자는 "교보생명이 딜로이트 안진을 평가 업무 기준 위반으로 고발했다고 하지만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명확한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니며 안진이 기업가치를 산정하는 과정에서 비상식적인 분석을 한 부분도 없다"며 "상장한 회사의 주가가 공모가보다 떨어진다고 해서 공모가를 산정한 회계법인을 고발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신 회장과 FI의 분쟁이 일어난 배경은 풋옵션 행사 가격이다. 어피니티 컨소시엄 등 FI는 지난 2012년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SHA(주주간계약)을 체결하고 교보생명 지분 24%를 1조2054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교보생명이 약속된 기한을 넘겨도 IPO(기업공개)를 실시하지 않자 FI는 신 회장을 상대로 2조원 규모의 풋옵션을 행사했다.

FI는 풋옵션 가격을 1주당 40만9000원대로 제시했고 신 회장 측은 생명보험사의 시장가치가 떨어져 20만원 중반대에 불과하다고 주장했고 결국 국제상사 중재위원회(ICC)에서 중재 절차 중이다.

양측이 주장하는 가격의 근거는 '기간'에 따라 다르다. FI는 2017년 6월~2018년 6월 1년간 피어그룹(동종기업)인 생명보험사의 주가를 기준으로 했으며 신 회장은 2018년 9월 23일~10월 23일 한 달간 주가를 기준으로 한다. 교보생명은 안진이 풋옵션 행사 가격을 높이기 위해 주가가 높은 기간을 사용한 점이 평가 업무 기준 위반이라는 주장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회사의 가치 평가는 주관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결국 시장에서 평가받아야 하는 것이다. 교보생명과 신창재 회장은 스스로 자기 회사 가치를 낮추는 꼴"이라며 "애초 교보생명이 상장했다면 풋옵션 행사 당시 주가로 결정하면 되는 문제"라고 말했다.

교보생명이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을 미국 회계 감독기구에 고발한 것을 두고 회사가 주주 간 싸움에 개입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사진=교보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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