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엇갈린 1분기 성적표, 삼성 '선방' SK하이닉스 '주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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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혜경 기자
입력 2020-04-26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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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전자 1분기 영업익 전년 동기 비슷, SK하이닉스 40% 하락…'포트폴리오 차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1분기 엇갈린 경영 실적을 내놨다. D램 의존도가 승패를 갈랐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29일 1분기 확정 실적을 발표하는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매출액 55조원, 영업이익은 6조4000억원을 기록했다고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4.9%, 영업이익은 7.2% 증가한 수치다.

반도체 부문 매출은 영업이익의 60% 가량인 3조6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전년 동기와 비슷한 수준이거나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반면 먼저 실적을 발표한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크게 고꾸라졌다. SK하이닉스의 올해 1분기에 매출액 7조1989억원, 영업이익 800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6.3%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1.4% 줄어든 수치다.

◆ 삼성 '선방', SK하이닉스 '주춤'…포트폴리오가 갈랐다

국내 대표 반도체 기업으로 꼽히는 두 기업이 이처럼 상반된 실적을 내놓은 것은 두 업체의 영업이익을 책임지는 포트폴리오의 차이라는 분석이다.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메모리반도체, 그 중에도 D램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2017년 2018년에는 전체 영업이익이 90%를 차지할 정도였다. 최근에는 이를 75% 가량까지 줄였지만 D램 가격 하락에 따른 충격을 만회하기는 어려웠다.

D램 가격은 2018년 이후 꾸준히 하락세였다가 올해 들어 상승이 이뤄졌다. 하지만 최고치를 찍었던 2018년 9월 가격인 8달러 대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에 주로 사용되는 DDR4 8기가비트(Gb) D램 제품의 3월 고정 거래 가격은 평균 2.94달러를 기록했다.

D램의 수요도 줄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반도체 메모리 시장은 31.5% 축소됐다. 그중 D램의 경우 2018년 말부터 공급 과잉이 지속되며 매출이 37.5% 감소했다. 이런 흐름에 코로나19까지 더해지며 모바일 D램 수요 감소가 눈에 띄게 나타났다.

SK하이닉스에 따르면 1분기 모바일 D램 출하량은 전 분기보다 4% 줄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3일 실적발표 후 이어진 컨퍼런스콜에서 "계절적인 비수기와 코로나19 영향으로 모바일 D램 수요가 크게 줄었지만, 코로나 19 영향으로 서버용 D램과 SSD 수요가 늘며 이를 상쇄했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SK하이닉스도 낸드플래시와 파운드리 등으로도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지만 단기간에 성적이 나오는 것이 아닌 만큼, 우선은 D램 사업에 집중하며 조금씩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SK하이닉스보다 D램 의존도가 낮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포트폴리오에는 D램, 낸드플래시 등의 메모리 반도체뿐만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와 파운드리까지 포함된다. 이처럼 사업 분야를 다각화로 리스크를 줄인 것이 실적 방어에 유효했다.

낸드플래시 가격 증가세도 삼성전자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 세계 시장 점유율에서 30% 이상을 차지하며 1위로 꼽힌다.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은 6위다. 낸드플래시 가격은 지난해 6월 3.93 달러로 최저치를 찍은 후 7월부터 꾸준히 반등세다.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낸드플래시 128Gb MLC(멀티레벨셀) 가격은 4.68 달러다.

삼성전자는 2017년에는 3차원 구조로 만든 'V낸드플래시' 수요가 증가하자 중국 시안 2공장에 70억 달러(약 8조5000억원)을 투자했다. 이어 지난해 말 2단계 증설에 80억 달러(약 9조7000억원)을 추가로 투자해 현재 증설 중이다. 이미 공장 일부 라인에서 월 2만장(20K) 규모의 초도 물량이 생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2일에는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시안 2공장의 증설을 위해 기술진 200명을 급파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온라인 교육과 재택근무가 증가하며 하반기 서버 메모리 등의 증가로 한국 반도체 업체들도 수요 증가를 기대하고는 있지만, 코로나19 상황에 예단하기 어렵다"며 "당분간은 진행하던 사업에 차질이 없게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D램 가격 추이 그래프 모습. (DDR4 8Gb)기준. [사진=디램익스체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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