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하고 유쾌하고 감동적인 휴먼 의료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슬의생)'의 제목을 빌려 긴급재난지원금 얘기를 해보려 한다. 우리가 낸 세금을 다시 잘 돌려받고, 기분 좋게 기부하고, 현명하게 소비하는 방법 말이다. 슬기로운 긴급재난지원금 생활, ‘슬긴생’이다. 그래야 12조2000억원의 생활비가 우리 경제 숨통을 틔우는 마중물이 된다.
#. 온라인이 어려우면 주민센터
집안 어르신들에게 톡을 보냈다. “재난지원금은 이번 주 인터넷으로만 주고요. 5월 18일 월요일 오전 9시부터 은행, 주민센터(동사무소)에서 줍니다. 시간 좀 지나서 직불카드(신용카드와 같음)로 받으시는 게 제일 편하고 쓰기 쉬우실 겁니다. 신분증 꼭 갖고 가시고요··· 많이 기다리실 수 있으니까 5월 말쯤 가시는 걸 권해드려요··· 8월 31일까지 다 쓰시고요!”
#. 공돈 아냐··· 포트폴리오 잘 짜기
#. 안 받으면 자동 기부, 나라 살림에 보탬
이번 지원금 지급에 대해 “나라 곳간이 텅 비면 어떡하려고 마구 돈을 퍼주느냐”며 정부와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포퓰리즘’이라고 생각해 지원금 지급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수령 거부’라는 방식으로 정치적 의사 표현을 하면 된다. 이 경우 그냥 신청하지 않으면 그 주장이 국가에 반영된다. 즉, 3개월 내에 수령 신청을 하지 않을 경우 자동으로 국고로 환수된다. 만약 탤런트 장미인애씨처럼 의사 표현을 원하는 사람은 ‘기부 아닌 거부’라는 정치적 입장을 SNS 등 개인적 기록으로 남기면 된다.
#. 기부하면 어디에 쓰이나
온라인으로 받을 때 ‘기부’를 체크하면 전액 기부하거나 기부 액수를 적을 수 있다. 착각으로 잘못 눌렀어도 당일 취소가 가능하다. 그런데 이 기부금이 어디에 쓰이는지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재난지원금 기부는 분야가 딱 정해져 있다. ‘긴급재난 기부금 모집 및 사용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전액 고용보험기금 회계로 산입된다. 직장인 월급에서 공제되는 고용보험으로 조성되는 바로 그 기금이다. 이 기금은 일자리 유지나 실업자 지원 등에 사용되는데, 실업급여 비중이 가장 크다. 즉, 이번에 받은 지원금을 기부하면 실직자 실업급여로 돌아간다고 봐도 무방하다.
경기도 수원시는 지난달 시민들에게 1인당 10만원씩 현금을 긴급지원하면서 경기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 열매)와 손잡고 기부안내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계좌번호를 안내하고, 연말정산 혜택을 받기 위해선 홈페이지와 주민센터를 통해 서류를 작성하면 된다고 했다. 그랬더니 평소보다 많은 현금 기부가 쏟아졌다. 경기모금회 수원지역 담당자인 이지수 대리에 따르면 4월 9일부터 5월 12일까지 4억1350만원이 모금됐다. 지난해 수원시 전체 현금 기부 모금액은 17억여원인데, 코로나19 지원금 기부로 올해에는 대폭 증가할 전망이다. 이 기부금은 지정 기탁서를 통해 특정 분야, 사람들을 선택해 기부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이번 정부 지원금은 이렇게 할 수 없다. 복지시설, 구호단체 등에 기부하기 위해서는 일단 지원금을 받고 별도로 기부처에 연락해야 한다. 기부금을 수령한 뒤 물품을 구매해 복지시설을 직접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알뜰살뜰 다 사용, 지역경제 ‘생생’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감자, 아스파라거스 등 도내 과잉 농산물을 매진시켜 ‘완판맨’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런 최 지사가 긴급재난지원금을 기부하지 말고 다 쓰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기부를 하면 국고로 귀속된다. 지원금을 받아 지역에서 다 써야 강원도에 가장 도움이 된다.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들도 눈치 보지 말고 지원금을 왕성하게 써 달라”고 했다.
지역경제 살리기 차원에서는 전적으로 맞는 얘기다. 긴급재난지원금의 본래 취지는 ‘소비 진작 캠페인’, 잘 쓰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로컬경제 활성화, 소비 진작은 거창한 일이 아니다. 가까운 재래시장을 찾는 건 기본 강추. 또 자주 동네 한 바퀴 산책하며 먹고, 사고, 즐기면 된다. 특히 지원금을 받은 김에 평소 자주 가는 가게, 유명한 집이 아닌, 안 가본 곳을 개척하는 것도 좋겠다. 카페도 여기저기 다녀 보고 옷도 동네 보세매장에서 구입해 보자. 가족 외식을 주 1회 했다면 2회 이상으로 늘리거나 동네 반찬가게나 음식점에서 포장해 오는 것도 추천. 특히 배달음식 주문 시 온라인 앱으로 결제하면 안 되고 배달원에게 카드를 주면 지원금 사용이 가능하다. 아이들 학원뿐 아니라 다양한 공방에서 새로운 문화생활을 즐기는 방법도 있다. 헬스장, 사우나 역시 마찬가지다.
대형마트에서 사용할 수는 없지만 대형마트에 입점한 임대매장에서는 사용 가능하다는 점을 잊지 말자. 미용실, 안경원, 약국, 카센터, 세차장, 키즈카페 등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점포에서는 긴급재난지원금을 쓸 수 있다.
긴급재난지원금으로 동네경제를 다시 보자. 내가 우리 동네에서 쓰는 돈이 다시 내 지갑으로 돌아오는 경제의 선순환을 몸소 느낄 기회다.
#. 부가세 10%, 바가지, 깡? 120 신고!
이 와중에 지원금으로 한탕을 노리는 못된 이들이 있다면 꼭 신고하자. ‘현금 5000원, 지원금 카드 6000원’이라고 하거나 부가세 10%를 붙이거나 가격을 높인다면 꼭 (지역번호) 120 콜센터에 신고하자. 경기도는 이미 15곳을 적발하고 고발했다. 또 직불카드나 지역상품권을 현금을 주고 싸게 사려는 ‘깡’도 불법이다.
긴급재난지원금을 받으면 기부와 소비의 구체적인 포트폴리오를 잘 짜자. 불법은 신고하자. 슬긴생이 중요한 시기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