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잠행 그 후] ① 한번은 ‘경제시찰’, 한번은 ‘핵 카드’…金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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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입력 2020-05-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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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군사 분야에서의 건재 과시…'정면돌파전' 의지 재확인

  • 美 대선·경제건설 집중 등 이유로 北 무력도발 가능성 낮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두 차례의 장기 잠행 후 선택한 등장 무대는 경제현장과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였다.

25일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잠행 후 행보에 대해 경제와 군사 부문에서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하며 대북 장기 제재에 맞서겠다는 정면돌파 의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위원장이 긴 잠행 이후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스스로 공개적인 행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시점에 이뤄진다는 이유에서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도 최근 본지와 통화에서 김 위원장의 공식 행보는 전략적인 목적이 포함된다며 최고지도자의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공개 활동에 나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김 위원장이 장기 잠행 이후 나서는 공개 행보에서 북한의 대내외 정책 목표를 엿볼 수 있다는 얘기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 24일 22일 만(보도기준)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핵 카드’를 꺼내 들었다. 조선중앙통신 등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4차 확대회의를 주재하고 핵전쟁 억제력 강화, 무력기구 편제 개편 등을 논의했다.

지난 2일 북한 매체에 보도된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 참석 이후 모습을 감췄던 김 위원장은 잠행 후 첫 등장무대인 이번 회의에서 그동안 언급하지 않았던 ‘핵전쟁 억제력’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통신은 이번 회의에서 “나라의 핵전쟁 억제력을 한층 강화하고 전략 무력을 고도의 격동 상태에서 운영하기 위한 새로운 방침들이 제시됐다”며 “인민군 포병의 화력 타격 능력을 결정적으로 높이는 중대한 조치들도 취해졌다”고 전했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번 회의를 통해 지난해 연말 당 제7기 중앙위원회 제5차 전원회의에서 천명한 ‘새로운 전략무기 개발’을 포기하지 않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도 포함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주재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4차 확대회의를 열었다고 북한매체들이 24일 보도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당 중앙군사위 인사도 단행됐다. 승진 인사 대상인 최부일, 리병철, 김수길, 박정천, 김정관(왼쪽부터)이 문서에 서명하는 김정은 위원장을 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노동신문 캡처]


이번 회의에서 리병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군수공업부장이 2014년 이후 부활한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으로 선출되고, 박정천 군 총참모장이 차수로 승진했다는 점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리병철은 북한 내 핵과 미사일 개발을 책임진 핵심 인물이다. 그는 김 위원장 집권 이후 수년간 주요 무기 실험 현장에서 김 위원장을 보좌했다.

양무진 북한대학교대학원 교수는 “2014년 이후 폐지됐던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부활시킨 것은 군사적 사기진작과 안정화의 자신감을 표출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홍 실장은 총정치국장이나 총참모장이 아닌 군수공업부장이 군사위 부위원장 자리에 앉힌 것에 주목했다.

홍 실장은 “지속적인 전략무기 개발에 집중하고, 전략무기 중심의 군사전략, 작전 변경, 조직 편성 등을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정천의 승진에 대해선 “신종 무기들을 통해 재래식 무기 열세를 보강하는 포병 화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려는 것과 맥을 같이 했다”고 부연했다.

이를 근거로 김 위원장의 군사위 확대회의 주재가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구상과는 상반되는 행보로, 한반도 정세의 불확실성을 한층 높인 행보라는 분석도 존재한다. 아울러 김 위원장의 ‘핵 억제력 강화’에 북한의 무력 도발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그러나 북한이 그동안 11월 미국의 대선을 의식한 채 북·미 대화 가능성의 여지를 남겨둔 만큼 이번 조치가 군사적 무력 도발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번 회의 결과는 핵 억제력 강화 등을 언급하기는 했지만, 기존에 반복해서 주장해온 것들”이라며 “당장은 억제력의 핵심인 핵, 전략무기, 포병 화력 등을 내부적으로 강화, 재정비하면서 경제건설에 집중하려는 의도”라고 해석했다.
 

조선중앙TV는 24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 현장 사진을 보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군 간부들이 '동의한다'는 뜻으로 오른손을 들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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